"논리도 없었다…尹 말에 결정된 의대 증원 2000명"

정치

이데일리,

2025년 11월 27일, 오후 01:56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윤석열 정부에서 의대 정원을 2000명 증원키로 결정하는 과정에서 논리적 정합성이 부족한 의사 수 추계에 근거해 규모를 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합리적인 수치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지시에 맞춰 필요한 의사 수를 추계한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감사원은 지난 5월부터 6월까지 복지부와 교육부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대정원 증원 추진과정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국회는 지난 2월 윤석열 정부의 의대 증원 증원 결정과 의대 정원 배정, 의료공백 대책 등에 대해 감사를 요구한 바 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2022년 8월 의사 부족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의대생 증원을 추진하겠다고 했고 이어 2024년 2월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대생을 3056명에서 5056명으로 2000명을 증원키로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복지부는 2035년이 되면 의사 수가 부족해진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의사 수 추계의 논리적 정합성이 부족한데다, 의료현안협의체 협의와 보건의료정책심의 위원회 심의 등 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는 2035년 의사 부족 수를 1만 5000명으로 추계하며, 1만명은 증원하고 5000명은 수요 관리 등 증원 외 방법으로 충당하자 했다. 당시 복지부는 전국을 70개 권역으로 구분해 자체 충족율(해당 권역 거주자의 권역 내외 병원 입원일수 대비 본인 거주 권역 병원 입원일수)이 전국 평균 아래인 취약지를 근거로 전국 평균 수준의 의사를 확보하기 위한 의사 수를 도출한 보고서를 근거로 삼았다. 하지만 이 보고서는 지역간 의사수급 불균형을 위한 연구일 뿐, 전국 총량 측면에서 부족한 의사 수를 제시한 게 아니었다. 심지어 이 보고서를 쓴 연구자 역시 이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설령 부족한 의사가 5000명이라 해도 고령화 같은 인구구조 변화 효과를 반영해야 하는데, 단순 합산에만 그쳤다는 지적도 나왔다.

필요한 의사 수 추계 과정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발언에 맞춰 증원 규모를 결정했다는 의혹도 있다. 실제 2023년 6월 당시 조규홍 복지부 장관이 2023~2030년 매해 500명 증원안을 보고하자 윤 대통령은 “1000명 이상은 늘려야 한다”고 발언했고, 이후 10월 조 장관은 다시 2025~2027년 매해 1000명, 2028년 2000명 증원안을 보고하자 윤 대통령은 다시 “충분히 더 늘려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후 조 장관은 2035년 의사 수급이 부족하다는 연구 결과를 보고했고 이관섭 정책실장이 장관에게 ‘2000명 일괄 증원안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특히 당시 복지부 장관은 의료계의 반발이나 교육 여건 등을 감안해 단계적 증원을 주장했지만 윤 대통령과 비서실이 일괄 증원을 선호했고, 결국 일괄 증원안이 상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 제공]
감사원은 복지부 장관에게 ‘25학년도 입학정원 2000명 증원 과정에서의 부족 의사 수 추계에 대한 문제점 분석 결과’를 보건의료기본법에 따른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의 중장기 수급 추계 실시·심의 등에 참고자료로 활용하도록 통보했다.

또 의대 정원 배정위원회에서 교육역량 평가나 현장점검 없이 정원 배정을 한 점도 지적받았다. 당시 대학의 향후 교육여건 확보 가능성을 체계적으로 점검하지 않고 정원 배정 규모를 최종 결정했고, 가감 조정 과정도 일관성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건국대 분교의 경우 수도권 병원 임상실습 비율 과다를 이유로 입학정원 20명을 감소시킨 반면, 건국대분교(82.7%)보다 임상실습 비율이 높은 동국대 분교(91.5%)나 가톨릭관동대(100%)는 감소 조정이 없었다.

이에 감사원은 교육부 장관에 앞으로 의대 신규정원을 대학별로 배정하면서 현장점검 등을 통해 대학의 교육여건 확보 가능성을 철저히 검토하지 아니하거나 배정기준을 일관성 없이 적용하여 대학별 정원 배정의 타당성·형평성이 저해되는 일이 없도록 주의요구 조치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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