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고배 마신 韓, 60조 캐나다 잠수함 수주전 '1년 1척 건조' 승부수

정치

이데일리,

2025년 11월 27일, 오후 02:01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대한민국 잠수함이 폴란드 차세대 잠수함 사업(오르카 프로젝트)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더 규모가 큰 최대 60조원 대의 캐나다 잠수함 사업에서 독일과의 일전을 치른다. 내년에 사업자가 결정될 예정으로 실제 수주시 방산 수출 4대 강국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

브와디스와프 코시니아크카미시 폴란드 국방부 장관은 26일(현지시간) 3000톤(t)급 신형 잠수함 3척을 도입하는 사업 파트너로 스웨덴 사브(SAAB)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사업 규모는 유지·보수·운영(MRO)까지 포함해 최대 8조원, 향후 30년 운용비를 합치면 20조원에 달한다.

한국은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원팀 컨소시엄’을 꾸려 3600t급 장보고-Ⅲ 배치-Ⅱ 잠수함을 제안하며 마지막까지 경합했다. 하지만 사브의 A26 블레킹급 잠수함이 얕은 발트해 작전환경에 최적화된 설계와 스웨덴 정부의 현지 투자 및 무기 역구매 약속 등 유럽 맞춤형 카드로 승기를 잡았다.

우리 정부도 폴란드 측에 해군의 첫 잠수함인 장보고함(SS-061)을 무상 양도하는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고배를 마셨다. 정부는 수주 실패와 별개로 장보고함을 폴란드에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폴란드와의 방산협력 상징성을 고려해 적절히 조치할 것”이라며 퇴역 잠수함 양도 가능성을 열어뒀다. 폴란드는 이미 K2 전차·K9 자주포·FA-50 경전투기·천무 다연장로켓 등 220억 달러(약 32조원) 규모의 한국산 무기를 도입한 K방산 ‘큰손’이다. 정부는 폴란드에 장보고함과 함께 울산급 호위함(FF) 제공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4일 멜라니 졸리 캐나다 산업부 장관(가운데)이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이사(왼쪽에서 네 번째), 강환석 방위사업청 차장(왼쪽에서 세 번째) 등과 함께 한화오션 거제조선소에서 3600t급 잠수함 장영실함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화오션)
폴란드 사업에 탈락했지만 정부와 업계는 캐나다 사업 수주에 총력전 의지를 보이고 있다. 캐나다는 2030년대 중반 퇴역 예정인 2400t급 빅토리아급 잠수함 4척을 대체할 신형 3000t급 디젤잠수함 12척을 도입하는 ‘캐나다 초계잠수함 프로젝트(CPSP)’를 진행하고 있다. 계약비(20조원)와 MRO를 포함한 30년 운용비를 합치면 최대 60조원 규모로, 한국이 수주할 경우 단일 방산계약으로는 사상 최대가 된다.

현재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원팀과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즈(TKMS)가 최종 후보 기업에 올라 있다. 캐나다는 내년 3월까지 두 나라의 제안서를 받은 뒤 5월 최종 사업자를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은 세계 18개국에 170여 척을 수출한 세계 최대 잠수함 강국이다. 우리도 1987년 독일 기술을 빌려와 잠수함 개발을 시작했다. 독일은 2028년부터 노르웨이와 공동 개발 중인 스텔스 잠수함을 자국 대신 캐나다에 먼저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 반면 한국은 ‘1년에 1척씩 공급’이라는 속도전 전략으로 맞불을 놨다. 계약이 체결되면 2032년 1번함, 2035년까지 4척, 2043년까지 12척을 순차 납품한다는 계획이다. 우리 해군이 실제 운용하고 있다는 점과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운용 능력을 가진 유일한 디젤 잠수함이라는 것도 강점이다.

한화오션은 최근 캐나다 총리와 산업부 장관의 거제조선소 방문 계기에 캐나다 산업과의 동반 성장을 위한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캐나다 정부는 잠수함 도입 시 잠수함 성능과 함께 자국 내 유지보수 역량 강화, 경제적 혜택 등을 주요 평가 기준으로 삼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화그룹 차원의 광범위한 경제·산업 협력 구상을 통한 장기적인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 의지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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