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재선의원들의 모임인 ‘대안과 책임’이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자기주식 소각 강제의 문제점과 대안’을 주제로 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 = 조용석 기자)
27일 국민의힘 재선의원들의 모임인 ‘대안과 책임’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자기주식 소각 강제의 문제점과 대안’을 주제로 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민주당이 지난 24일 주주 충실 의무 명문화, 집중투표제 의무화에 이은 3차 상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올해 중 처리를 예고하자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민주당 코스피5000특위 위원장인 오기형 의원이 발의한 3차 상법 개정안에는 기업이 자사주를 취득한 경우 취득일로부터 1년 내에 소각을 원칙으로 정했다. 자사주를 교환·상환 대상으로 해 사채를 발행하지 못하도록 하고 회사 합병ㆍ분할 시 자기주식에 분할신주를 배정하지 못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임직원 보상 △우리사주제도 실시 △신기술 도입 △재무구조 개선 등 이유가 있을 땐 주주총회에서 자기주식보유처분계획 승인을 받아 자사주를 보유·처분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위반한 경우 이사 개인당 50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벌칙으로 부과한다.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자사주 소각을 강제하면 포이즌필이나 차등의결권 등 경영권 방어 수단이 전무한 상황에서 적대적 인수합병(M&A) 등에 대응할 수단이 없어질 것으로 우려했다. 자기주식을 소각하면 시중에 유통되는 주식이 줄고 가격이 상승, 제3자가 주식을 취득해 경영권 공격에 사용할 때 필요한 비용을 증가시키기에 종종 경영권 방어에 사용된다. 앞서 고려아연도 영풍·MBK파트너스와의 경영권 분쟁 시 2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활용했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여당안에 따르면) 회사가 자기 주식 보유 처분 계획을 매년 주주총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결국 외부에서 경영권 공격이 들어오면 또다시 주총을 열고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타이밍을 놓치고 결과적으로 방어수단으로 기능이 굉장히 퇴색될 것”이라고 했다.
신현한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역시 “우리나라가 자사주를 많이 가지고 있는 이유는 경영권 방어에 다른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자사주라도 가지고 경영권 방어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소각 의무화 시 기업들이 경영권 취약성을 보완하기 위해 오히려 더 복잡하고 다양한 방어 전략을 모색하고, 이로 인한 불필요한 비용발생이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으로도 우려했다.
자사주를 강제 소각 시 자본금이 감소로 인해 금융사는 영위 업종이 달라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특정목적으로 취득한 자사주를 소각하는 경우, 배당가능이익으로 취득한 자기주식 소각 때와 달리 자본금(자본잉여금 포함)이 감소한다. 예를 들어 증권사의 경우 자본금 1조원 이상만 전반적인 투자 은행(IB) 업무가 가능한데, 자사주를 강제 소각해 1조원 미만으로 떨어지는 경우 기본적 증권업만 가능해진다.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사는 자본금 총계가 줄어들게 되면 갑자기 내가 영위할 수 있는 업의 종류가 바뀌고 축소된다”며 “기업들이 겁나서 크게 목소리를 못 내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아울러 민 교수는 기업 구조조정 상황에서 자기주식이 대량으로 발생한다는 점을 언급하며 3차 상법이 기업 구조조정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자사주 강제 소각이 ‘글로벌 스탠더드’가 아니라는 점도 여러번 언급됐다. 조이재 주식회사 티르티르 변호사는 “미국, 영국, 일본, 독일 등 주요 선진국 어디도 자사주 소각을 법으로 의무화하지 않는다”며 “(해외 주요국은)자사주 처분은 이사회 재량에 맡기고, 제3자 처분 등 일부 경우만 제한적 절차를 둔다”고 설명했다. 또 한국만 의무화를 추진하면 국내 기업들이 오히려 역차별을 받는 점도 언급했다.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가 자사주 소각 의무화 관련 내용이 적힌 문서를 들고 김병기 원내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토론회 참석한 이들은 자사주 소각을 기한 내 의무화하기보다는 처분 시 투명성을 강화하는 등 주주피해를 방지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조이재 변호사는 중요한 자사주 처분(발행주식의 5% 이상인 경우 등)의 경우 이사회가 아닌 주주총회 승인을 거치는 등 특정 주주 또는 특수관계인에게 유리한 취득·처분을 제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제3자에게 처분할 때 시장가격보다 지나치게 낮게 팔지 못하도록 외부 평가기관의 가격 적정성 평가를 의무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현한 연세대 교수 역시 “주주환원 강화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강제가 아니라, 투명한 공시, 목적별 보유 기준 확립, 합리적 보유기간, 그리고 실효성 있는 감독체계”라고 덧붙였다.
이른바 ‘자사주의 마법’을 막기 위해 인적분할 시 지주사가 보유한 자사주에 신주를 배정하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방안을 상법 및 개정 자본시장법에 담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또 자기주식 취득한도를 제한하는 방안(EU 회사법 기준 자본금 10%) 등도 제시됐다.
아울러 이날 여러 전문가들은 자사주 처분시 신주 발행절차 준용하는 방안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정부도 2006년 상법 개정시 이같은 내용을 담으려 했으나 실제로 담기진 못했다. 신주 발행절차 준용은 민주당 상법 개정안에 이미 포함된 내용이기도 하다.
국민의힘은 조만간 민주당 3차 상법에 대응할 대안 입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늘 토론회 내용을 꼼꼼히 살펴서 국민의힘의 대안(법안)이 나올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