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해 12·3 계엄 국면을 거치면서 가장 조명받은 정치인으로 꼽힌다. 당시 국회 출입이 막히자 과감하게 담을 넘으면서 '월담 우원식'이라는 별호도 붙었다.

그간 입법부 수장인 의장직은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기 전 마지막 무대로 여겨졌으나, 계엄 이후에도 거세만 지는 여야 대치에 국회의장의 중재역이 부각되며 그를 향한 여론의 관심도 잦아들지 않고 있다.

우 의장은 지난 27일 국회 의장집무실에서 12·3 계엄 1년을 앞두고 뉴스1과 인터뷰를 갖고 "평화 속 소회를 말할 수 있게 된 게 참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계엄해제를 이끌었던 긴박했던 12·3 계엄의 밤을 떠올렸다.

그러면서 계엄 뒤 우리 사회 '결절점'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1심 결과가 될 것으로 봤다. 향후 과제로는 국민 삶을 나아지게 할 개헌을 꼽았다.

우 의장은 그날 밤을 "'막아야 한다' 딱 그 생각으로 (국회로) 왔다. 동이 터 출근이 시작되면 유혈사태로 갈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상대가 검사 출신이 많아 절차에 흠이 없게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는 생각만 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비상계엄은 승인 권한이 국회에 있지 않고 해제 권한만 있다. 그래서 헌법 77조를 개정해 계엄에 국회 승인 절차를 넣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다"며 "그게 민주주의를 탄탄하게 만들고, 다시는 2차 계엄을 생각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일"이라고 말했다.

현행 헌법상 국회가 계엄을 해제해도 '제왕적 대통령'이 다시 계엄 선포를 할 수 있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해야 한다는 취지다.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해 온 만큼 12월 첫날 내놓는 12·3 회고록 '넘고 넘어'에도 계엄 해제까지 거쳐야만 했던 과정을 국민에게 소상히 알리는 내용을 넣었다고 한다.

우 의장은 "'해제 빨리하라'고 평생 먹을 욕을 그때 다 먹었다. 그럼에도 절차를 강조하고 새벽 1시까지 끌었던 이유를 아직도 국회의원들도 잘 몰라서 설명하려 했다"고 말했다.

다만 국회에서 절차적 하자 없이 계엄 해제를 의결하고 이후 정권이 교체된 뒤로도 국가 정상화라는 공동 과제 앞에서 여야 대립은 첨예하다.

우 의장은야당을 향해 '민주주의 역사를 성찰하라"고 했고 여당을 향해선 '태도가 리더십이라는 관점에서 상대를 대하는 태도를 반추하라'고 제언했다.

이어 "결국 모든 일은 대나무에 마디가 있듯 결절점이 있다"며 "윤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재판 등이 하나의 결절점이 되지 않을까 한다"고 봤다.

향후 과제에 대해선 "민주주의가 국민 삶을 개선할 수 있는가, 먹고 사는 문제를 더 낫게 만들 수 있는지 물을 때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 토대가 되는 것이 헌법"이라며 "38년 전 것으로 국민 삶을 어떻게 낫게 만드나, 그것이 우리가 고쳐야 할 지점"이라고 개헌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12·3 계엄은 (1980년) 5·17 비상계엄과 5·18에 대한 역사적 단죄가 이뤄지고 오랜 피해 극복 과정이 있었기에 막을 수 있었다"며 "5·18 광주 정신을 헌법정신에 넣으면 다시는 민주주의를 누가 해치지 못할 것 아니겠나. 그런 점에서 전문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내년) 지방선거가 코앞이니 이번엔 다 손대지 말고, '개헌의 문을 여는 개헌'을 합의해서 해보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계엄 뒤 대권 주자로 거론됐던 우 의장은 '다음 행보'에 대해선 "지금은 국회의장 열심히 하겠다"며 손을 내저었다.

smit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