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우원식 "野 민주주의 성찰, 與 '태도가 리더십' 반추를"

정치

뉴스1,

2025년 11월 30일, 오전 06:01

우원식 국회의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11.27/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우원식 국회의장은 12·3 계엄으로부터 1년이 지났는데도 여야가 '극한 대치'하는 상황에 관해 "야당엔 우리 민주주의 역사에 대한 성찰과 지난 1년 평가 문제, 여당엔 '태도가 리더십'이란 관점에서 상대를 대하는 문제를 반추해 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우 의장은 지난 27일 국회 의장 집무실에서 12·3 계엄 1년을 앞두고 뉴스1과 인터뷰를 갖고 여야가 화합해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여러 생각이 모이는 과정에 의장도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여야 갈등을 풀기 위한 사회적 합의 방법들을 논의해 볼 것도 제안했다.

그는 "23대 국회 전, 이해관계가 없는 상태에서 공정하게 사회적 합의로 어떻게 할 수 있는지를 논의해 볼 수 있을 것"이라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갈등이 생기지 않는 구조로 만든다든가, 상임위원회 배분 방식을 정한다든가 하는 방식"이라고 예시했다.

다음은 우 의장과의 일문일답.

-지난해 12월3일 당시 국회로 오면서 계엄을 막을 수 있다고 봤나.
▶확신은 아니고 '막아야 한다' 딱 그 생각만 하고 왔다. 국회의장 된 날 축하 전화 못 받은 것부터 시작해 이상한 일들이 있었다. 대통령이 22대 국회 개원식 때 안 온 건 한 번도 없던 일이다. 결국 시정연설 때도 안 왔다. 그런 상황에 비상계엄을 하니 '아, 이거 하려 그랬구나''그러고 보면 6개월 이상은 준비했겠네,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구나'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무엇보다 '동트기 전에 끝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동트기 시작해서 (사람들이) 출근하면 유혈사태로 갈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상대가 검사고, 검사 출신이 많으니 흠이 없게 해제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확실히 해제할 수 있다는 건 알 수 없는 일이고, 국회에서 비상계엄을 국회의원 의결로 해제한다는 게 한 번도 해본 적 없던 일이라 굉장히 불안했다. 5·18 경험으로 보면 '가다가 죽을 수도 있다, 체포되고 이후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래서 두려운 마음도 있었지만 반드시 동트기 전 비상계엄을 절차 맞춰 해제해야 한단 생각만 갖고 왔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11.27/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당시 2차 계엄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다.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고 국무회의를 빨리 소집해 해제해야 하는데 기다리는 시간이 있었다. 새벽 4시 반에 결국 했는데 그때부터 '바로 계엄을 해제할까? 오래 준비해 온 사람이 국회 의결로 해제할까' (우려하는) 생각이 첫 번째였다. 또 '해제하면 바로 2차 계엄을 준비할 거다, 1차 계엄을 헌법 77조 계엄 요건에도 맞지 않게 위법하게 했는데 2차 계엄을 못 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비상계엄 해제가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뒤부터는 2차 계엄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논의를 시작했다. 내가 퇴근했다 (2차 계엄이) 잡히면 그다음이 어려워지니 아예 2차 계엄 위험이 없어질 때까진 국회에서 숙식해야겠다 생각하고 그날부터 여기(집무실)서 자기 시작했다.

-마음만 먹으면 국회에서 계엄을 해제해도 얼마든지 수차례 계엄을 반복할 수 있다는 제도적 미비점이 지적됐다.
▶비상계엄은 승인 권한이 국회에 있진 않고, 해제 권한만 있다. 승인 절차를 거치게 해야 한다. 헌법 77조를 개정해 계엄에 국회 승인 절차를 넣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다. 그게 민주주의를 탄탄하게 만드는 일이다. 다신 2차 계엄 같은 것을 생각하지 못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날 회고록이 곧 나온다.
▶그때 비상계엄을 해제하는 과정에서 '빨리하라'고 평생 먹을 욕을 다 먹었다. 그럼에도 절차를 강조하고 새벽 1시까지 끌었던 이유를 자세히 설명했다. 아직도 국회의원들도 잘 모른다. 제일 큰 문제는 비상계엄을 공포하면 지체없이 국회로 통고하게 돼 있다. 그래야 국회도 안건으로 삼아 적합한지 판단하고, 적합하지 않으면 해제해야 한다는 국회 결의를 하는 것이다.

(당시) 통고해 오지 않았기 때문에 안건이 없는 상태에서 본회의를 소집할 수 없었다. 절차를 시작하고 안건을 만드는 과정이 필요했고 교섭단체 간 협의를 통해야만 개회 시간을 정할 수 있었다. 이 과정을 국민에게 알리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 정리했고, 그 과정의 진짜 영웅들도 소개했다. 이 안의 국회 직원들, 비서실 식구들 등 사람들의 역할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절차를 지키는 게) 개인적으로도 죽고 사는 문제였고 우리 민주주의로서도 몇십년 후퇴할 수 있는 참혹한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는 일이었다. 국회 본회의 소집권과 의사 정리를 하고 의결할 수 있는 권한이 국회의장에게 있어 내가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앞뒤를 바꾼다거나 말을 잘 못하면 큰 사달이 나는 문제라 마음을 가라앉히고 침착해졌다. (과정이 허술했다면) 안 받아들였을 거다. 대통령이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를 의결하고 나서 결심지원실에 국회법을 들고 들어갔다고 하지 않나. 국회법 절차를 제대로 지켰나 보려고 들고 들어간 거다. 그런데 절차적 하자를 찾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흠이 발견됐다면) 국회 의결을 무효화시켰을 것이다.

-국회에서 의미 있는 장소로 기리고 싶은 곳이 많을 것 같다.
▶유리창 깨진 곳, 계엄군과 정면으로 붙었던 정현관 앞, 소화기 터진 곳, 로텐더홀 등은 기록을 남길 생각이다. 제가 담을 넘은 곳은 어느 시민이 와서 종이를 붙여놨다. 그 정도면 된 것 아닌가 한다.

-계엄 정국은 끝나지 않았고 여야 갈등이 여전하다.
▶갈등의 뿌리는 비상계엄으로 초래된 지난 1년의 과정에 대한 평가가 서로 달라서다. 일단 정부·여당은 국정운영으로 성과를 내 민생을 잘 챙겨야 하는 책임감을 가져야 하고, 야당은 (계엄을) 어떻게 평가할지 이제 정립을 좀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 민주주의 역사 속 이번 1년을 어떻게 평가할지, 그걸 잘못하면 그동안 쌓아온 민주주의 역사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될 수도 있고, 그런 관점에서 지난 1년 평가를 진지하게 했으면 좋겠다.

저는 정치인으로 가진 소신 중 하나가 '태도가 리더십이다'다. 견해가 달라도 대화하려고 서로 노력하는 태도를 보이는 게 전체를 끌어가고 결국은 집권당으로 성과를 더 만들어가는 것 아닌가 한다. 야당엔 우리 민주주의 역사에 대한 성찰과 최근 1년 과정에 대한 평가 문제, 여당에 대해선 태도가 리더십이란 관점에서 그런 문제를 반추해 보길 기대한다.

결국 모든 일엔 결절점이 있다, 대나무에 마디가 있듯이. 비상계엄을 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재판 등이 하나의 결절점이 되지 않을까. 사실 국민의힘도 고민이 많을 거다. 비상계엄 1주기가 돼 평가를 어떻게 해야 할지. 민주당도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한데 국정을 안정시키고 민생 성과를 내고 사회를 통합하는 이재명 대통령의 방향 등에서 어디에 더 강조점을 둘지 고민이 있을 것이다. 그런 것들이 하나의 결절점을 거치며 생각이 모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그 과정에 의장도 역할을 하겠다. (계엄) 1주기 때는 잘 안 되겠지만, 각자 고민할 테니 고민의 결과물을 내놓을 것이다.

-개헌은 어떻게 추진하나
▶그동안 개헌을 워낙 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개헌할 수 있는 시기가 오면 모든 것을 다 끄집어내 일괄적으로 전체 안을 만들어 내려했다. 그러면 각론에 반대와 갈등이 많이 생겨 이번엔 '개헌의 문을 여는 개헌', 합의한 만큼 하자는 것이다. 헌법을 만들 당시 시대를 관통하는 슬로건이 '하나씩만 더 낳아도 한반도는 초만원'이었다. 지금 보면 맞느냐. 지금은 저출생 고령화 지역소멸이 큰 문제다. 그런 내용은 헌법에 아무런 고민의 흔적도 없다. 우리는 휴대전화를 쓰는데 (헌법을 만든 건) 삐삐가 나오기 전 시대다. AI(인공지능) 디지털 미래에 대해 무슨 논의가 가능하겠나. 국민 삶을 볼 때 낡은 헌법이다.

민주주의가 국민 삶을 개선할 수 있는가, 먹고사는 문제를 더 낫게 만들 수 있는지 물어볼 때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어야 하는 데 제도적 민주주의의 가장 토대가 되는 게 헌법인데, 38년 전 것으로 국민 삶을 어떻게 낫게 만드느냐. 이번엔 다 손대지 말고 지방선거가 코앞이니 지방분권 개헌을 하자. 우리가 비상계엄을 막을 수 있던 힘은 (1980년) 5·17 비상계엄과 5·18에 대해 역사적 단죄가 되기도 했고 피해 극복의 오랜 과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5·18 광주 정신을 헌법정신에 넣으면 다신 민주주의를 누가 해치려고 못하지 않겠나.

-남은 국회의장 임기 중 하고 싶은 건.
▶우선 기후 국회의 모습을 확실히 보여야겠다. 작게는 국회 안 카페에서 일회용기를 다 없앴다. 2045년까지 국회 기후 비전도 발표하고 국회어린이집을 에너지 제로하우스로 만들자는 것도 실천하고 있다. 세종의사당을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인 에너지 제로하우스로 만들어볼 생각이다. 내년 5월 말까지 임기 중 세종의사당 청사진에 그런 내용을 다 담는 일을 해보고 싶다.

또 '민주주의가 국민 밥 먹여주냐'에 대답해야 한다. 국회가 사회적 대화 기구를 만들어 역할을 제대로 하자, 국회가 사실은 사회적 대화 기구인데 우린 늘 여야 두 당이 교섭단체가 돼 한번 의견이 부닥친 건 해결이 안 된다. 그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우리 사회 경제단체, 노동단체 등 갈등이 큰 단체를 모아 국회발 사회적 대화를 제대로 해야 한다.

그다음이 국회 개혁이다. 국회가 좀 더 '일하는 국회'가 되려면, 일테면 상임위 구성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갖고 2년마다 엄청난 진통을 하는데, 지금은 이해관계가 이미 발생해 못 하지만 23대 국회를 목표로 미리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지 않겠나. (각 당의) 입장이 생기기 전 다음 대 국회를 향해 이번 대에 검토해서 해볼 수 있는 것을 하도록 하면 내가 할 도리는 다하는 것 아닌가 한다.

-정치 양극화뿐 아니라 경제 양극화도 심각하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를 하면서 6대 교섭권법을 제기했고 통과된 것도, 아직 안 된 것도 있다. 대기업-중소기업 관계, 하청노조와 원청 간의 교섭권 문제, 대기업-중소기업의 가격협상 문제, 가맹점-본부 사이 공정거래 교섭권 문제, 대리점과 본부, 플랫폼업체 등의 불공정 해소를 위한 법안이 이미 제기돼 있으나 전면에 나오지 않는 건 참 유감이다. 그런 게 진짜 사회경제적 개혁이다.

이번에 국회입법조사처 중심으로 다층적 불공정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 한국에서 시도해 본 적 없는 연구로, 불공정 요인이 어디서부터 오고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를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하자고 해서 입법조사처에서 연구해 일부 발표하고, 더 연구하고 있다. 이번 임기 중 완성해 발표할 것이다. 미래성장동력을 키워 파이 전체를 키우는 문제도 우리가 더 깊이 공유해야 한다.

-국회에서의 광복절 전야제, 돗자리 영화제, 입법박람회, 작은 콘서트 등 새로운 행사도 많았다. 열린 국회를 기획한 배경은.
▶비상계엄을 해제하고 8·15 광복절 전야제를 했다. 독립기념관장의 뉴라이트 인사 임명으로 광복절 행사에 광복회가 참여하지 않는 등 갈등이 생겼다. 국회의장이 정부 행사에 일부러 안 가는 일은 한 번도 없었는데 제가 그땐 가지 않았다. 그러면서 가진 생각이 광복절이야말로 국민적 축제인데 왜 정부 행사로만 하냐는 것이었다. 국회가 국민 곁으로 더 가까이 가야 한다. 전야제에서 미디어파사드로 국회 본청 외벽에 빔을 쏴 무대를 만드니 국회가 가진 너무 무거운 모습을 내려놓고 국민 가까이 가는 것 같아 좋았다. 12·3 계엄 1년을 맞아 국회를 개방하는 것도 고민하고 있다.

smit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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