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시점 사과는 실익 없어"…국힘 지도부, 계엄 사과 버티는 이유

정치

뉴스1,

2025년 11월 30일, 오전 06:15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28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열린 '민생회복 법치수호 대구 국민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5.11.28/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12·3 비상계엄 1주년을 앞두고 국민의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초선부터 중진까지 연일 지도부를 향해 비상계엄 대국민 사과를 압박하고 있다. 다만 전방위적인 흔들기에도 지도부는 "여러 의견을 듣고 있다"며 말을 아끼고 있어 그 배경이 주목된다.

논란의 불씨는 지난 20일 당내 재선의원 공부 모임 '대안과 책임'(권영진·엄태영·조은희 의원 등)이 장동혁 대표와의 면담에서 대표 취임 100일이자 비상계엄 1주년인 내달 3일 "당의 외연을 확장하기 위한 메시지를 내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것이다.

장 대표가 "고민하겠다"며 즉답하지 않은 가운데 사과 요구는 순식간에 당 전반으로 퍼졌다. 이른바 소장파로 불리는 김재섭 의원은 YTN 라디오에서 지도부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뜻이 맞는 의원들 20여 명과 개별적으로 사과 메시지를 내겠다고 밝혔다. 연판장을 돌리겠다며 지도부를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3선 이상 중진 의원들도 송언석 원내대표와의 간담회에서 사과가 필요하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 영남권 의원은 "계엄과 국민의힘이 직접적 관계가 없는 것은 맞지만 당시 대통령도 엄연한 당원이었다"며 "1년을 맞아 사과 정도는 하고 넘어가는 게 맞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구주류인 친윤(친윤석열)계 의원 역시 "모두가 같은 말을 하고 있으니, 굳이 말을 보탤 필요는 없다"고 에둘러 힘을 실었다.

의원들의 사과 요구는 불안감의 발로라는 해석이 나온다. 내년 지방선거가 코앞에 닥친 가운데 반등은커녕 중도층만 빠져나가고 있으니 '무엇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분출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는 계엄 1주년이 다가오면서 불안감이 더 커졌다는 분석이다.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등 여권에 악재가 쏟아지고 있음에도 지도부가 강성 지지층을 겨냥한 메시지만 쏟아내면서 '더불어민주당의 내란 프레임에 놀아나고 있다'는 불만도 배경으로 지목된다.

한 의원은 "의원들 대부분이 비상계엄을 막지 못했다는 부채의식이 상당한 데다, 최근 지지율까지 답보 상태에 있어 불안감이 증폭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뛸 선수들은 더 다급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근 국회 행사에서 당내 사과 반대 여론에 "100번하면 어떤가"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박형준 부산시장 역시 공개석상에서 "사과를 무서워하면 보수의 가치는 무엇인가"라고 말했다.

김재섭(왼쪽부터), 우재준,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8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입장하고 있다. 2025.8.21/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이에 대한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은 "여러 의견을 듣겠다"이다. 12월 3일까지 선수별 간담회 등을 통해 당내 의견을 들은 후 최종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사실 대국민 사과에 대한 지도부의 현 시점에서의 결론은 '지금의 사과는 실익이 없다'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도부는 내달 2일 비상계엄 당시 원내대표였던 추경호 의원의 구속영장 심사를 당의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만약 사과 단행과 영장 인용이 맞물릴 경우, 민주당의 '내란 프레임'에 동력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영장이 기각되더라도 생각은 다르지 않다. 당 핵심 관계자는 "민주당이 당황해할 것이 뻔한데, 그 상황에서 사과를 해버리면 '내란을 자백했다'며 오히려 민주당이 큰 소리를 내지 않겠나"라며 "그땐 민주당의 프레임이 잘못됐다며 당이 역공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각각 내달 14일과 28일 종료되는 내란 특검, 김건희 특검 수사 결과를 비롯해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판 결과까지 보고 나서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아직 서초동발(發) 주요 이벤트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먼저 사과에 나서면 도저히 내란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고심이다.

또 다른 핵심 관계자는 "사과를 할 경우 민주당에서 짜깁기 해 여론전에 나설 것"이라며 "진정성이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될지도 생각해야 하고, 전통 지지층에 불 역풍도 따져봐야 한다. 정말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28일 장 대표는 대구 국민대회에서 비상계엄에 대해 "결과적으로 많은 국민들께 혼란과 고통을 드렸다. 저는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상계엄에 대한 장 대표의 첫 입장이었다.

그러나 장 대표의 메시지를 '사과'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풀이다. 뒤이어 "이 모두가 결국 우리 당이 제대로 싸우지 못했기 때문" 등의 발언이 나온 만큼 오히려 지지층 결집 메시지에 가까웠다는 것이다.

다만 날이 갈수록 당 안팎의 사과 요구가 더 거세지고 지방선거를 고려한다면, 지도부도 사과를 출구전략으로 삼을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는다. 내년 2월로 예상되는 윤 전 대통령의 1심 선고가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hy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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