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체제 수명 다했다'…여야 모두 외쳤던 개헌, 이젠 감감무소식

정치

이데일리,

2025년 11월 30일, 오후 06:58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진짜 대한민국의 새로운 헌법을 준비합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낡은 1987년 체제를 바꾸는 개헌을 추진하겠습니다”(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지난 대선에서 거대 양당 후보는 모두 개헌을 공약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로 제왕적 대통령제에 무력한 ‘87 헌법’ 체제의 무력함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집권 후 개헌을 이재명 정부의 첫 번째 국정과제로 삼았다. 그러나 계엄 사태가 벌어진 지 1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면서 개헌은 다시 잊혀진 숙제가 돼 가고 있다.

올 7월 국회 본청에 설치된 제75주년 제헌절 경축 현수막.(사진=뉴시스)
정치권의 대표적인 개헌론자인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주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와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우리 정치에 반복되는 갈등과 불신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며 “개헌·정치개혁·윤리특위 논의를 본격적으로 가동해주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의장실 관계자는 “특기할 만한 진전사항은 없었다”고 전했다. 민주당에선 정치개혁 특위 구성은 고려하고 있지만 개헌특위나 윤리특위 구성은 후순위로 생각하는 걸로 알려졌다.

올해 말, 내년 초는 개헌 논의를 진전시키기 위한 골든타임으로 꼽힌다. 지금 국회 내에 개헌특별위원회를 꾸려야 내년 지방선거에 맞춰 개헌 국민투표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공직선거법 조항에 맞춰 국민투표법에도 사전투표·재외국민 투표·투표 연령 관련 조항을 손보는 데도 시간이 걸린다.

여권에선 개헌을 한다면 단계별로 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대가 모아져 있다. 우선 국회의 비상계엄 통제권 강화, 기본권 확대, 국토 균형발전, 5·18 광주 민주화 운동 정신의 헌법 전문(前文) 수록, 감사원의 국회 이관 등 여야 쟁점이 적은 부분부터 내년 지방선거에 맞춰 국민투표에 붙이고 권력 구조 등 민감한 쟁점은 더 숙의하는 방식이다.

다만 여권에선 일단 개헌 논의를 시작하면 이재명 정부 초반 정국의 초점이 개헌으로 쏠릴 것을 우려한다. 그러잖아도 국민의힘에선 대선에서 이 대통령이 공약한 대통령 4년 연임제 개헌이 이 대통령 본인을 위한 것 아니냐는 공세가 지금도 나오고 있다. 헌법상 대통령의 임기 연장·중임을 위한 헌법 개정은 당시 대통령에게 적용되지 않는다. 다만 조원철 법제처장은 이 조항에 대해 “국민이 결단해야 할 문제가 아닌가 싶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국민의힘은 자당을 향한 사정 칼날과 비상계엄·대선 패배 후유증 등으로 개헌 논의에 뛰어들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다만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최근 “4년 중임제 개헌은 두렵지 않다. 우리가 싸워서 이기고 8년 집권하면 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나마 개헌 논의에 적극적인 건 소수정당인 조국혁신당이다. 조국 혁신당 대표는 지난주 당 대표에 복귀한 직후 주재한 첫 최고위원회에서 “국회 개헌연대 구성을 시작으로 국민 개헌연대로 확장하는 등 개헌의 쇄빙선이 되겠다”며 “지방선거와 지방분권 개헌 동시 투표도 저희의 약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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