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그리고 중도층의 향배[이택수의 여론 읽기]

정치

이데일리,

2025년 12월 01일, 오전 05:00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 우리나라 여론조사에는 정당지지도와 함께 응답자의 이념성향, 즉 응답자 본인의 정치적 이념이 보수인지 진보인지를 묻는 자기기입식 문항을 대체로 포함하는데 그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1년 전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이하 여심위)가 출범하고 정당지지도를 포함한 모든 여론조사를 선거 여론조사로 분류하면서 여심위의 관리·감독이 본격화하자 일부 조사기관들이 공표 여론조사에 있어 정당지지도 대신 응답자들의 이념성향을 묻는 문항으로 대신하기 시작했다.

당시 일부 조사기관들이 여심위에 등록하지 않고 발표하기 위해, 즉 각종 간섭과 규제를 피하고자 유행처럼 도입하기 시작했는데 이후에는 자기기입식 이념 성향으로는 유권자들의 정치 성향 분류가 쉽지 않음을 인지하면서 결국에는 이념성향과 정당지지도가 함께 포함된 조사로 진화했다.

보수, 중도, 진보는 정치적 입장이나 변화에 대한 태도, 사회·경제적 가치관을 기준으로 이념을 분류하는 대표적 방법으로 보수는 우익·우파라고도 불리고 진보는 좌익 또는 좌파라고도 불린다.

좌익, 우익이라는 말은 1789년 프랑스 대혁명 과정에서 생겨났다. 당시 성난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정부에 의해 임시 회의기구가 설립됐는데 회의장 좌측에 ‘썩은 왕권에 철퇴를 내리고 개혁을 통해 프랑스의 자유인권 확립을 제창하자’고 주장하는 세력이, 우측에 ‘일부 필요불가결한 사항에 한해서만 개혁을 단행하고 전반적인 차원에서 현상유지를 고수하자’라고 주장하는 세력이 배치된 것이 좌익(진보적인 세력)과 우익(보수적인 세력)의 어원이 된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여론조사에서 보수와 중도, 진보의 분포는 대략 30%, 40%, 30% 비율로 나타난다. 사안에 따라 그리고 정치 시국에 따라 조금씩 변화할 뿐 중도의 비율이 늘 가장 높다. 그래서 선거 때마다 늘 중도층 공략이 중요하다고 하고 실제 중도층을 잡는 쪽이 이긴다.

최근 국민의힘 지방선거총괄기획단이 내년 지방선거 후보를 뽑는 경선 룰을 현행 ‘당원 50%, 국민 여론 50%’에서 ‘당원 70%, 국민 여론 30%’ 비율로 바꾸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사실상 민심(民心)보다 ‘당심’(黨心)에 더 무게를 싣는 경선 구조를 고수하겠다는 선언이고 중도 외연 확장을 포기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국민의힘 지방선거총괄기획단장인 나경원 의원은 “당심 강화는 민심과 단절이 아니라 민심을 더 든든히 받들기 위한 뿌리 내리기”라며 “당심이 민심과 다르다는 말은 결국 우리 스스로 당원을 과소평가하는 이야기”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국민의힘 서울시 당협위원장들이 이례적으로 당의 결정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는데 성명을 통해 “민심을 뒤로한 채 당심을 우선해 후보를 결정하는 방향은 중도층과 무당층이 확대되는 흐름 속에서 우리 당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선택인지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면서 “지금 필요한 것은 딱딱한 내부 결집이 아니라 국민께 다가가는 유연성과 민심 회복임을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2024년 총선을 앞두고 고 장제원 전 의원이 ‘100% 당심’을 밀어붙이면서 즉 “윤심이 당심이고 당심이 민심이다”는 주장을 한 바 있는데 같은 논리의 2025년판 ‘나경원 버전’이라고 해석한다. ‘100% 당심’이 2024년 총선 참패를 초래했 듯 ‘70% 당심’도 2026년 지방선거 참패의 원인이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지방선거 승리가 진짜로 절박하다면 ‘70% 당심, 30% 민심’이 아니라 반대로 ‘70% 민심, 30% 당심’ 이상으로 민심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나 서울시장 선거는 지난 대선에서 탄핵 국면 임에도 이재명 후보가 김문수 후보를 예상 외로 5.58%p의 적은 격차로 신승했기 때문에 내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역전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는 자책골이라는 지적이고 중도층도 대체로 이에 공감할 것이다.

국민의힘은 경선에서 이기고 본선에서 지면 아무 의미가 없는 선거를 또 치를 것인가.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