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두오모 광장의 새신랑 해경, 심정지 50대 살렸다

정치

뉴스1,

2025년 12월 01일, 오전 06:00

이탈리아 밀라노 두오모광장에서 심정지 환자를 살린 윤제헌 씨.(윤제헌 씨 동생 제공)
사람이 바닥에 쓰러져 있는데, 다들 지켜만 보더라고요. 지난 11월 2일 오후 5시 30분, 이탈리아 밀라노 두오모 광장에서 신혼여행을 즐기던 '새신랑' 윤제헌 씨(35)는 50대 중년 남성을 향해 달려갔다.

바닥에 쓰러진 채 의식과 호흡이 없던 이 남성 주위로는 현지인과 관광객들이 둘러싸고 있었지만, 다들 당황한 듯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패키지여행 중이던 윤 씨는 잠시 망설였다. 함께 여행하는 팀원들의 차후 일정에 차질을 빚을 수 있고, 혹시나 잘못되면 난처한 상황에 놓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윤 씨는 다른 무엇보다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에 인파를 뚫고 심정지 환자를 상대로 구호 조치를 시작했다.

윤 씨는 쓰러진 남성을 향해 심폐소생술을 실시했고, 아내와 주변 사람들에게는 응급상황 신고를 요청했다. 그가 2~3분간 조치를 하던 중에 현지 경찰과 구조대가 도착했고, 남성의 호흡도 돌아왔다.

윤 씨는 뉴스1에 "일단 사람을 살려야겠다는 생각으로 갔다"며 "생체반응을 확인했는데, 호흡이 없어서 바로 2~3분간 심폐소생술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윤 씨가 구호 조치를 거침없이 할 수 있던 건 대한민국 해양경찰(간부후보 67기·경감)이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그는 해경 신분으로 심폐소생술 등 인명 구호 조치를 제대로 숙지하고 있었다.

특히 그가 현재 파견 근무 중인 국무조정실 안전환경정책관실 재난대응팀에서도 '초동대응'의 중요성을 잘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즉각적인 인명 구호 조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윤 씨는 재난대응팀에서 전국 각지에서 발생하는 사고·재난 등 상황을 파악해 초동대응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고용노동부 공무원인 윤 씨의 아내도 이런 문제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어 함께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윤 씨는 "해외 체류 중 우연히 마주한 상황에서 공무원으로서 당연한 조치를 했을 뿐"이라며 "대한민국 공무원 누구라도 그 상황이면 같은 행동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행동은 주한 이탈리아 대사관에도 알려지며 에밀리아 가토 대사로부터 감사 인사를 받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28일 오후 가족들과 함께 주한 이탈리아 대사관을 찾아 가토 대사와 만났다.

당시 윤 씨는 "양국 우호 발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영광"이라면서, 가토 대사의 감사 표현에 "이는 제 개인에 대한 것이 아니라 한국 공직사회에 대한 신뢰와 감사의 표현"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씨는 "개인의 미담으로 보기보다, 해외에서 공직자가 기본 역할을 수행한 사례라고 봐달라"며 "특별한 용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무총리실 관계자는 "윤 경감은 24시간 운영되는 국무조정실 안전환경정책관실 재난대응팀 소속으로 주말·휴일·주야 구분 없이 업무에 투입되면서도 항상 밝고 적극적인 업무태도로 주변 동료들의 칭찬을 받아왔다"며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lg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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