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국힘 내 '계엄 사과' 목소리…장동혁의 선택은

정치

이데일리,

2025년 12월 01일, 오후 09:35

[이데일리 김한영 기자] 12·3 비상계엄 1주기를 앞두고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당내에서 계엄에 대한 공식 사과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면서다. 장 대표 측은 “당내 의견들을 인지하고 있으며 적절한 시기에 입장이 나올 것”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정치권에서는 “과거를 정리할 마지막 기회”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장동혁 국민의힘 당대표가 28일 오후 인천 중구 용유로 인천국제공항공사 항공교육원에서 열린 2025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에 생각에 잠겨있다.
1일 열린 마지막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당 차원의 계엄·탄핵 사과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제기하는 발언이 잇따랐다. 양향자 최고위원은 “12·3 비상계엄은 계몽이 아니라 악몽이었다”며 “불법은 합법이 될 수 없고, 파면된 우리 대통령은 돌아올 수다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많은 지지자들이 슬픔과 절망을 벗어나지 못하고, 몇몇은 우리 안에 배신자를 만들어 목을 매달려고 한다”며 “이런 반지성과 울분을 진정시키기는커녕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려 한다면 천벌받을 일”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외연 확장이 필요하다”며 당의 태세 전환을 촉구했다. 우재준 청년최고위원도 “성난 지지층은 배척해서도 안 되고, 이용해서도 안 된다”며 “설득해서 미래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장 대표와 별개로 개별 의원들의 ‘사과 독자행동’도 잇따르고 있다. 안철수 의원은 이날 SNS에서 “시민의 삶은 작년 12월 3일을 계기로 완전히 무너졌다”며 “정치는 여의도 안에서 혐오와 분노만 재생산했다. 이 점에서 저 또한 부족했다. 죄송하고 사과드린다”고 했다. 초선 진종오 의원도 “지난 1년의 반성 없이는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며 “당 지도부의 한 사람으로서 분개했다. 무참히 짓밟힐 수 있다는 분노는 잊히지 않는다”며 대국민 사과에 동참했다. 김재섭·김용태 의원 등 초·재선 의원들도 “3일까지 장 대표의 사과가 없다면 20여 명이 집단 행동에 나서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이에 지도부는 ‘12·3 메시지’의 방향을 놓고 막판 고심에 들어갔다. 오는 3일 새벽 나온다는 추경호 전 원내대표 구속영장 결과에 따라 시나리오를 결정할 방침이다. 영장이 기각되면 민주당과 정부를 향한 대여 공세가 강화되고, 인용될 경우 당 차원의 사과 메시지까지 거론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장 대표는 이날 비상계엄 전 마지막 규탄 집회에서도 강경한 발언을 이어갔다. 인천 미추홀 ‘민생회복 법치수호 국민대회’에서 그는 사과 요구 세력을 겨냥해 “과거에서 벗어나자고 하는 것 자체가 과거에 머무는 것이고, 저들이 만든 운동장에서 싸우면 안 된다고 하는 것 자체가 저들이 만든 운동장에 갇힌 것”이라며 “과거 위에 현재가 있고, 현재 위에 미래가 있다. 우리가 끊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은 장 대표가 이번 1주기를 넘기며 사과 타이밍을 놓칠 경우 향후 정치적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지 않으면 메신저로서의 기능을 회복하기 어렵다”며 “내란 프레임이 지속적으로 확대·재생산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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