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계엄 명분' 지적에 대북 전단 의혹 확산…심리전단 존립 위기

정치

이데일리,

2025년 12월 02일, 오후 07:00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우리 군의 대북 전단 살포 의혹을 직접 문제 삼으면서 국군심리전단(이하 심리전단)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심리전단은 그동안 계엄 논란에서 비켜 있었던 부대다. 그러나 대통령이 “계엄 명분”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한 까닭에, 일각에선 부대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일 X(구 트위터)에 ‘북한 오물풍선전, 사실상 국군이 먼저 도발…아군에도 비밀이었다’는 제목의 기사를 공유하며 “전쟁 날 뻔한 상황을 위대한 국민이 막았다”고 했다. 이어 “계엄을 명분으로 전쟁을 개시하려고 군대를 시켜 북한에 풍선을 날렸다”며 “숨겨진 내란행위를 방치하면 반드시 재발한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이 언급한 보도는 지난해 남북 간 오물풍선과 확성기 방송 재개 등 악순환이 이어지던 당시 실제로는 심리전단이 먼저 대북 전단을 기습 살포했다는 제보 내용을 담고 있다. 2023년 10월부터 작년 비상계엄 직전까지 대북 전단을 몰래 보냈다는 당시 작전 참여 병사의 증언이 중심이다.

심리전단은 합동참모본부 예하 부대로 대령이 지휘한다. 적 및 가상 적을 상대로 심리작전을 수행하고 수복·점령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선무심리전을 지원한다. 전술작전부대의 선전물 제작도 맡는다. 적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지도부와 주민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하는 것이 임무다. 합참 심리전과 정책을 바탕으로 ‘자유의 소리’ 방송과 각종 전단을 제작하고 확성기 등을 통해 대북 심리전에 활용해 왔다. 이 임무들은 이재명 정부 들어 모두 중단됐다.

국군심리전단 요원들이 지난 8월 전방 지역 대북확성기를 철거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이번에 논란이 된 시기는 남북 군사적 긴장이 극도로 높아지던 때였다. 우리 군의 심리전 대응 작전을 계엄과 연계시켜 전쟁 명분을 만들려 했다는 주장은 비약이라는 지적이 군 내에서 제기된다.

실제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북한은 동·서해 완충구역에서 포격을 지속하며 9·19 군사합의를 반복적으로 위반했다. 2022년 12월에는 여러 대의 북한 무인기가 남하해, 한 대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상공까지 침투했다가 복귀했다. 북한이 남측 전단을 빌미로 오물풍선 도발을 시작했다고 주장한 것은 그 이후다. “국군이 먼저 도발했다”는 평가가 사실과 다를 수 있다는 얘기다.

당시 윤 대통령은 대북 심리전 강화를 위해 드론작전사령부 창설을 지시하며 일명 ‘박쥐작전’ 체계 재정비에 나섰다. 박쥐작전은 2014년·2017년 북한 무인기 침투 때 수행됐던 임무로 전해졌다. 북한 무인기와 동일한 기체를 제작해 전방과 북한 지역에 투입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실시간 신호 송출기를 사용하지 않고 GPS에 목적지를 고정 입력해 북한의 책임 추적을 어렵게 하며 대공망 교란과 심리적 압박을 동시에 노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군사전문가는 “이번 보도는 단독 증언에 기반한 것으로, 공식 발표나 정부 차원의 확인 사안은 아니다”면서 “군의 일상 업무나 훈련·작전, 전시 대비 임무 등이 계엄 연관 의혹으로 약화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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