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준 쿠팡 대표이사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9회국회(정기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제18차 전체회의에 출석해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2025.12.2/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지금 이 사태,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에게 보고는 됐나요? 김 의장 입장은 뭡니까"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2일 3370만 명에 이르는 쿠팡 대규모 정보 유출 사태에 대한 긴급 현안질의에서 실소유주인 김범석 의장에 대한 책임론을 집중 제기했다.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은김 의장이 쿠팡의 실질적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인물이면서도 어떠한 대외적 메시지를 내지 않은 점을 꼬집었다.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들은 김 의장이 직접 국민께 정중히 사과하길 원하고 있다"며 "직접 사과할 의향은 없느냐"고 추궁했다.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은 김 의장을 '실질 소유주'로 지칭하며 "사과 한마디 없다. 경영을 책임진 박대준 대표가 나가서 총알받이하고, 샌드백 좀 하고 오라는 거냐"고 질책했다.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김 의장의 행방을 묻는 질문도 나왔다. 민주당 소속 최민희 위원장은 "지금 이 순간, 이 시점에 김 의장은 대체 어디 있느냐"고 했고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도 "김 의장 지금 어디 있냐"고 물었다.
김 의장을 고발하고 체포해야 한다는 강경한 목소리도 나왔다. 김우영 민주당 의원은 "(김 의장이) 소비자들에게 사과하고 기업으로서 앞으로 어떻게 개선할지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정부 당국이 고발하고, 프랑스가 텔레그램 회사 CEO를 체포했듯이 체포해야 한다"고 했다.
박 대표는 거듭 "한국법인에서 벌어진 일이고 제 책임하에 있기 때문에 제가 다시 한번 사과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화살을 자신에게 돌렸다. 또 "정확한 위치는 알고 있지 못하다"라거나 "이사회를 통해서 보고하고 있다"는 수준으로 구체적인 답변은 피했다.
이날 시민사회에서도 김 의장이 책임져야 한단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같은 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상 초유의 개인 정보 유출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는데 실질적 배상안은 제대로 마련되지 않고 있다"며 "김 의장은 소비자에게 사죄하고 책임 있는 해결 방안을 마련하라"고 밝혔다.
진보당원들과 쿠팡물류센터 노동자들이 지난 2021년 6월 24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앞에서 쿠팡물류센터 노동자 현장 실태 폭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6.24/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김 의장은 2021년 쿠팡 한국 법인 이사회 의장직과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며 한국 사업과의 법적 연결고리를 사실상 끊었다. 그러나 쿠팡의 매출이 대부분 한국에서 거두는 데다가, 김 의장이 실질적인 책임자인 만큼 직접 사과해야 한다는 여론이 많다.
특히 김 의장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건 반복된 일이다. 물류센터 노동자 과로와 안전 문제, 쿠팡이츠 입점 업체 수수료 논란 등 굵직한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전면에 나선 적이 한 차례도 없다. 2015년 국내 언론 대상 기자간담회에서 모습을 비춘 이후 공식 석상에는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다.
이날 현안질의 중 박 대표와 브랫 매티스 CISO가 여러 차례 "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답변을 피하는 장면이 반복되자, 민주당 소속 최민희 위원장은 공개적으로 김 의장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청문회 카드를 거론하는 장면도 연출됐다.
최 위원장은 "경찰 핑계 대면서 답변 안 하면 이 회의가 끝나기 전에 여야 간사 합의로 청문회 날짜를 잡겠다"라며 "박 대표를 비롯해 실질 소유자 김 씨도 증인으로 채택하겠다"고 경고했다.
국회가 김 의장에 대한 제재를 언급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취할 수 있는 수단은 없다. 고발한다 해도 겉보기에 정당한 사유를 갖춘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 제재를 받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또 그가 쿠팡 한국 법인에서 맡고 있는 직책도 없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총수(동일인) 지정마저 피해 왔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태어난 김 의장은 어린 시절 미국으로 이민을 가 중학교 때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미국인이다. 하버드대를 졸업한 후 같은 대학 경영대학원(MBA)을 다니다 한국으로 돌아와 2010년 쿠팡을 창업했다.
김범석 쿠팡Inc 의장(쿠팡 제공)
masterki@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