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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법원행정처는 2일 국회에 제출한 ‘윤석열ㆍ김건희 등의 국정농단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전담재판부 설치에 관한 법률안’ 검토 의견을 통해 “국회 입법형성권에도 헌법적 한계가 있다. 국회는 헌법이 정하는 법원의 기능과 권한, 헌법의 근본원리인 권력분립과 사법권의 독립을 존중하며 입법형성권을 행사함이 바람직하다”며 이례적으로 강한 톤으로 여당을 직격했다.
대법원은 “국회가 법관의 자격·법원의 조직 등에 관한 입법형성권을 가진다고 해, 그것이 아무런 한계 없이 입법자의 자의에 맡겨질 수는 없다”며 “사법권의 독립 등 헌법의 근본원리에 위반되거나 헌법 제27조 제1항의 재판청구권,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권, 헌법 제12조의 신체의 자유 등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헌법재판소의 판례를 근거로 “현행 헌법상 허용되는 유일한 특별법원인 군사법원에 대해 국회가 조직·권한 및 재판관의 자격을 일반법원과 달리 정하는 경우에도 국회는 헌법적 한계 내에서 입법형성권을 가진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법안의 내용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여당이 ‘특별재판부’라는 이름 대신 ‘전담재판부’를 이름을 앞세우고 있지만, 이는 법원 내부에 실존하는 전담재판부(전문재판부)와는 본질적으로 다르고, 사실상 특별재판부와 본질과 실질이 동일하다고 평가했다. 여당에선 “법원 내부에도 ‘전무재판부예규’에 따라 설치돼 있는 전담재판부가 있는 만큼, 별도 법으로 전담재판부를 만드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펴고 있다.
◇“사건 배당 무작위성 훼손…법관에 의한 재판받을 권리 침해”
대법원은 이 같은 주장을 일축했다. 대법원은 “전문재판부는 법원장 등이 법관 정기인사 등으로 인한 사무분담 확정 시 예규에 따라 정한 기본원칙에 기초해 통상 복수의 재판부를 설치하고 전문재판부 상호 간에는 접수되는 사건들의 무작위 배당을 통해서 전담 사건을 배당하는 구조로 운영된다”고 밝혔다.
이어 “전문재판부에서는 해당 전담 사건만을 전속적으로 관할하는 것이 아니고, 사건배당 차원에서 일반사건과 더불어 그 심판에 전문성이 요구되는 전담 사건을 우선 배당받는 구조”라며 “미리 정해진 일반적·추상적 사무분담기준에 따라 설치되고, 사건배당의 무작위성·비임의성이 관철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당의 전담재판부는 개별적·구체적으로 특정된 사건을 심판하거나 해당 사건 영장 심사를 담당할 법관을 임의적·사후적으로 지정·변경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므로, 설치 목적과 기능 측면에서 특별법안의 ‘특별영장전담법관’, ‘특별재판부 판사’와 동일하다”고 결론 냈다.
여권은 지난 5월 1일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한 대법원의 공직선거법 유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 이후 사법부를 향한 총공세를 펴고 있다. 다만 민주당은 사법부를 겨냥한 각종 입법에 대해 “보복 입법이 아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4일 이재명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방문해 국회의장접견실에서 조희대 대법원장과 악수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여당은 재판부 후보 추천에 국회에 관여했던 내란특판과 달리 이번 특별재판부 법에는 국회를 제외한 법무부, 법원, 대한변호사협회 추천으로만 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도록 규정했다.
대법원은 이와 관련 “영장전담법관·전담재판부 판사의 임명에 국회든, 법무부든, 대한변협이든 외부 기관이 관여하는 것은 그 자체로 사법권의 외적 독립을 침해한다고 볼 우려가 있다”며 “국회를 법무부로 대체하더라도 문제의 본질은 동일하다”고 일갈했다.
더욱이 이번 법안이 헌법상 ‘사법권’의 핵심적 내용에 속하는 법관인사, 사무분담 및 사건배당에 관한 사법행정권과 대법원장의 법관 임명권 및 임명 절차를 형식화한다며 “법원 및 대법원장의 기능과 권한을 정한 헌법적 원리 및 헌법 규정과 상충한다고 볼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사면·감형 금지 조항, 대통령 사면권 본질적 침해” 경고
대법원은 아울러 재판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 기초인 무작위 사건배당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법안은) 사건배당의 무작위성이 보장되지 않는다. 특히 확정된 사건배당을 정당한 사유 없이 사후에 변경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사건배당의 무작위성을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또 “특정 개별 사건을 심판할 재판부를 임의로 구성하거나 변경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원리는 사법부의 조직 관점에서는 ‘특별법원 설치 금지의 원칙’으로, 국민의 기본권 관점에서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재판을 받을 권리’로 구체화된다”고 밝혔다.
기존 진행 중인 재판을 강제로 특별재판부로 이송하고 공판갱신절차를 ‘간이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것에 대해선 “직접주의 원칙에 반해 피고인 방어권을 침해하고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간이하게 할 수 있다’의 의미도 불분명하다”고 우려했다.
대법원은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감형·복권을 금지하도록 한 법조문에 대해서도 “국회의 입법재량 한계를 넘어 대통령의 사면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거나, 유죄가 확정되는 피고인들의 평등권을 침해하는 등으로 위헌성이 문제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3인으로 구성될 특별재판부가 소수 의견을 표시하도록 한 부분에 대해선 “판결의 결론을 둘러싼 시비와 논란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 정치권·여론의 압박에 따른 부담 등으로 인해 충실한 합의가 저해될 우려가 있다”며 “재판부에서 표시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정하는 방안이 합리적일 수 있다”고 권고했다.
한편, 대법원의 강력한 반대에도 여당은 3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법안을 상정하고 처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