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 李대통령 향해 "사법제도 개편, 충분한 논의 거쳐야"

정치

이데일리,

2025년 12월 03일, 오후 03:05

조희대 대법원장이 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5부 요인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한광범 황병서 기자] 조희대 대법원장이 3일 이재명 대통령을 만나 “사법제도는 국민의 권리 보호와 사회질서 유지를 위한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에 충분한 논의와 공론화 과정을 거쳐 신중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여당 주도의 사법제도 일방 개편에 우려를 표명했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된 이 대통령 주재 5부 요인(국회의장·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국무총리·중앙선거관리위원장) 초청 오찬에서 인사말을 통해 “사법부에 대해 걱정과 우려를 가지고 계신 국민들도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사법제도의 개편이 국민을 위한 방향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가져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조 대법원장은 “사법부는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직후 그것이 반헌법적인 행위임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여당의 강경파 일부에서 제기하는 “사법부가 윤석열 전 대통령 비상계엄에 동조했다”는 주장을 일축한 것이다.

그는 “다만 현재 법원에서 관련 사건들이 진행되고 있어 대법원장으로 이에 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개별 재판부가 오직 헌법과 법률에 따라 신속하고 공정하게 재판할 것이라 믿고 있다”고 밝혔다.

조 대법원장은 “저를 비롯한 모든 사법부 구성원들은 법치주의의 근간을 지키면서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통해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는 헌법적 사명을 다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사법부의 판단에 대해 국민 모두가 동의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개별 재판의 결론은 헌법과 법률에 규정돼 있는 3심제라는 제도적 틀 안에서 충분한 심리와 절차를 거쳐 최종적으로 결정된다는 점에서 그 정당성과 신뢰가 확보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5부 요인 초청 오찬 간담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민석 국무총리, 조희대 대법원장, 이재명 대통령, 우원식 국회의장, 김상환 헌법재판소장,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중심으로 일선 재판부의 재판진행과 영장심사 결과를 모두 ‘조희대 사법부 탓’으로 몰아세우는 점과 관련해, 사법부 수장이라도 일선 재판부 판단에 개입할 수 없고 하급심의 판단에 불만이 있을 경우 재판절차를 통해 바로 잡아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이후 사회적으로 많은 혼란과 어려움이 있었지만 우리나라는 숱한 어려운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면서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경제와 문화강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저는 우리 국민이 가진 저력을 믿고, 위기를 기회로 삼아 더 위대한 대한민국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1년 헌정 질서의 온전한 회복을 위해 국가의 모든 기관이 각자의 헌법적 책무를 다하고자 최선을 다해 노력해 온 시간이었다”며 “국회와 정부를 비롯한 관계자 여러분과 국민의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찬에 참석한 5부 요인 중 여권 인사인 우원식 국회의장과 김민석 국무총리는 조 대법원장을 겨냥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우 의장은 “비상계엄 관련 재판은 국민 불안을 해소할 수 있도록 신속하고 엄정하게 진행돼야 한다”며 “관련 재판이 1심 결론을 향해가고 있는 만큼 그 결과가 나오면 이를 바탕으로 대한민국은 더 단단한 민주주의를 위한 새로운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총리는 “내란 심판이 지체되면서 국민의 염려가 커지고 있다”며 “오늘이 내란 심판의 역사적 책임을 헌법기관 모두가 함께 결의하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는 “입법, 사법, 행정 모든 분야에서 내란의 뿌리를 뽑고, 나라를 정상화하는 것이 저희 헌법기관들의 역사적 소명”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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