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휴일로 지정한다면 12월 4일![현장에서]

정치

이데일리,

2025년 12월 03일, 오후 03:16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2024년 12월 3일은 훗날, 영화나 드라마로 ‘반드시’ 제작될 것 같다. 풍자나 블랙코미디 요소로 쓸 만한 게 많아서다.

평소 폭음을 즐기는 대통령, 그의 격노에 눈치만 보던 참모와 각 부 장관들, 너무나 엉성했던 작전 계획, 허둥지둥 국회로 향했던 군 지휘관들. 어디에 줄을 설지 몰라 난감해하던 여당 의원들과 이리 치이고 저리 치였던 국회 경비대와 경찰, 하룻밤 사이에 계엄군이 됐던 육군 최정예 특수부대.

여기에 대비되는 시민들의 항거, 벌벌 떨면서도 국회로 향했던 의원들, 국회에 상주했던 기자들 등. 수많은 캐릭터가 ‘인간시장’을 떠올릴 만큼 각자 개성대로 행동했다. 상업영화에 필요한 선과 악의 구도에 ‘끼워맞춤’도 가능하다.

계엄 해제 이후는 어땠을까? 탄핵과 대선에 이르기까지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미국 정치 드라마 저리가라 할 정도의 시리즈물이 충분히 만들어질 수 있다.

그 극의 정점은 12월 3일 밤이 아니라 12월 4일 자정 이후 새벽까지라고 본다. 시민들의 저항은 3일 밤부터 이어졌지만 결실은 12월 4일 자정 넘어 있었다. 그날(12월 4일) 자정 넘어 국회 본회의가 시작됐고 1시에 가결됐다. 덕분에 명분을 잃은 계엄군은 철수했고 윤석열 전 대통령도 굴복해야 했다.

우리가 만약 이 날을 기념해야 한다면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날이 아니라, 그 계엄을 무력화한 날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12월 3일은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일, 12월 4일은 국회의 계엄해제요구 결의안 통과일이다.

(사진=연합뉴스)
또 하나 있다. 여전히 계엄을 옹호하는 이들이 있다는 점이다. 그들이 보기에 12월 3일은 ‘미완성된’ 계엄 기념일이 된다. 정말로 12월 3일이 공휴일로 지정된다면 이들도 분명 그날을 기리러 도로에 나올 것이다. 12월 4일 새벽녘 국회를 지켰던 시민들은 어떻게 볼까?

‘엉성한 블랙코미디의 인간군상들의 날’(12월 3일)을 공휴일로 지정하고 기념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한국 민주주의의 저력을 기념하려면 12월 4일 공휴일 지정이 더 온당해 보인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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