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은 폭거 대응” vs “국민께 사과”…野, 계엄 사과 놓고 메시지 분열

정치

이데일리,

2025년 12월 03일, 오후 04:42

[이데일리 김한영 기자] 비상계엄 1년인 3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사실상 ‘계엄 사과’를 거부하면서 당내에서 사과 릴레이가 잇따랐다. 원내대표를 포함해 30여 명의 의원이 자체적으로 사과에 나서자, 당의 메시지가 혼선을 빚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지도부는 “역할 분담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왼쪽부터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송언석 원내대표. (사진 = 이데일리DB)
장 대표는 이날 오전 SNS에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라고 적으며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입장을 드러냈다. 이어 “계엄에 이은 탄핵이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다”며 혼란에 대한 유감과 당대표로서의 책임을 언급했지만, 계엄 자체에 대한 직접 사과는 하지 않았다.

반면 원내 사령탑인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공식 사과를 밝혔다. 그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비상계엄으로 국민이 큰 충격과 고통을 받았다”며 “작년 12월 7일 국민의힘 국회의원 일동이 계엄 선포에 사과한 바 있고, 그 입장은 지금도 변함없다”고 말했다. 이어 계엄에 동원된 군인과 포고령에 처단 대상으로 적시된 의료인 등을 언급하며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감을 통감한다.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강조했다.

이와 별개로 국민의힘 의원 25명도 기자회견을 열어 계엄 사과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을 선언했다. 이성권·김용태 의원 등은 “계엄으로 국격은 추락하고 국민은 큰 고통을 겪었다”며 “위헌·위법 결정을 내린 헌법재판소 판단을 존중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 등 계엄을 주도한 세력과 단절하겠다”고 밝혔다. 사과문에는 고동진·권영진·김건·김성원·김소희·김용태·김재섭·김형동·박정하·박정훈·배준영·서범수·송석준·신성범·안상훈·안철수·엄태영·우재준·유용원·이상휘·이성권·정연욱·조은희·진종오·최형두 등 25여 명의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이성권, 김용태 등 국민의힘 초재선 의원들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12.3 비상계엄 관련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권영세·김대식·조정훈·조경태·정성국·한지아 의원 등도 별도의 사과 메시지를 냈다. 권영세 의원은 SNS에 “야당의 입법 폭주가 아무리 심각했더라도 계엄 선포는 결코 해서는 안 될 잘못된 선택이었다”며 “여당 중진으로서 이를 막지 못한 점,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적었다. 이 외에 ‘계엄 사과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밝힌 신동욱 수석최고위원 등을 포함해 개인 인터뷰 등에서 계엄 사과를 촉구한 배현진·박수민·김미애·김희정 의원까지 포함하면 당내 40명에 가까운 의원들이 계엄 사과에 동참한 셈이다.

장 대표의 태도와 원내 흐름이 엇갈리자 “사과 메시지가 갈팡질팡한다”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당 지도부는 ‘의도된 투트랙’이라고 해명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당대표와 원내대표가 역할을 정교하게 나눴다”며 “사과는 원내대표가 기자회견을 통해 전달하고, 당대표는 비상계엄 선포까지 야당이 저지른 폭거를 짚은 것”이라고 밝혔다.

당 내부에서도 “정치적 기반을 고려하면 계엄 사과를 하나로 통일하기 어렵다”는 현실론이 나온다. 한 국민의힘 핵심관계자는 “당 지지 기반이 약한 상황에서 계엄 사과 메시지를 일원화하기는 어렵다”며 “원내대표는 일반 대중을, 당대표는 강성 지지층을 겨냥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앞 쪽문에서 12ㆍ3 비상계엄 1주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한편 이날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도 국회에서 비상계엄 1년을 맞아 대국민 사과 메시지를 냈다. 그는 국회도서관 쪽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계엄을 미리 예방하지 못한 데 대해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며 “그날 밤 국민의힘은 어렵사리 국회에 들어가 계엄 해제에 앞장섰고,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한 계엄일지라도 앞장서서 막고 국민의 편에 서겠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내일로 가기 위해 과거의 잘못된 사슬을 과감하게 끊어내야 한다”며 “국민이 그만 됐다고 할 때까지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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