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특판법, 與주도 법사위 의결…대법 "재판 무효시 책임지나"(종합)

정치

이데일리,

2025년 12월 04일, 오후 09:12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5부 요인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조희대 대법원장과 참석자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사법부의 강력한 반대에도 여당이 3일 내란 특별재판부 법안을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의결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반대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만큼, 여당은 조만간 본회의에서도 법안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위헌성을 지적하며 ‘내란 재판 무효화 가능성’을 강하게 우려했다.

국회 법사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내란특별재판부(전담재판부) 설치법(원안 ‘윤석열 비상계엄 등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제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안’)을 의결했다. 국민의힘은 법안에 강력 반발하며 표결에 불참했다.

민주당은 12월 내에 법안 입법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당초 당내에서 찬반 논란이 있던 가운데, 지도부 차원에서 ‘내란특판’ 추진을 공식화한 바 있다. 더욱이 이재명 대통령이 3일 내란 1주기 특별성명에서 내란특판과 관련해 “국회가 잘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위헌 논란 속에서도 “위헌이 아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번 내란특판법은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내란죄, 외환죄, 반란죄 및 12.3 비상계엄 관련해 그 전후로 발생한 사건’을 대상으로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재판부 △서울중앙지법 전담재판부 △서울고법 전담재판부를 각각 2개 이상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특판의 위헌성을 의식해 ‘전담재판부’로 명칭을 변경한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재판의 강제 이송권은 포함하지 않았다. 이송 여부는 현재 사건을 심리하고 있는 재판부의 판단에 의해 하도록 했다. 재판부 추천은 △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법무부 장관 △각급 법원 판사회의에서 각 3인씩 추천한 9인으로 구성된 ‘전담재판부후보추천위원회’가 2배수로 후보자를 추천해, 대법원장이 1주일 이내에 판사를 ‘임명’하도록 했다.

내란특판 피고인의 경우, 현행법상 심급별 최대 6개월인 구속기간을 최장 1년으로 확대했다. 특판의 모든 재판은 원칙적으로 중계를 의무화하고, 판결문 작성 시엔 소수의견을 기록하게 했다. 아울러 내란특판에서 유죄가 확정된 경우엔 사면·감형·복권을 금지하되, 국회의 동의가 있는 경우에 예외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수사에 현저히 기여한 공범에 대해선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을 의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법부, 위헌제청심판 청구 가능성 배제 안해

사법부는 내란특판의 위헌성을 우려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천대엽 대법원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법에 따라 재판이 그냥 진행될 때 결과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저희는 여러 가지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보고 있다”며 “위헌으로 재판이 무효로 됐을 때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천 처장은 “만약 특별재판부법을 통과시켜 재판이 위헌성 시비로 인해 중지되면 장기간 동안 재판이 중단될 것”이라며 “빨리 내란 재판이 종결되길 바라는 국민들의 염원에 역행하지 않을까 걱정한다”고 우려했다.

실제 법이 시행될 경우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천 처장은 ‘특별재판부가 만들어지면 법원에서 위헌 제청할 것인가’라는 질의에 “저희는 (법안에 대해) 굉장히 중대하게 생각을 하고 있다”며 “그런 관점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을 제기한 바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저로서는 학창 시절에 공부했던 삼권분립이나 사법부 독립, 그리고 제가 30년간 법관으로서 87년 헌법 아래에 누렸던 87헌법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수 있어, 사법부의 독립이 제한될 여지가 많다고 생각한다”고 강하게 우려를 표명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당이 추진하는 내란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한 반대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회 입법권도 사법권 독립 존중하며 행사해야” 직격

대법원은 법사위에 제출한 별도 의견서를 통해서도 “국회 입법형성권에도 헌법적 한계가 있다. 국회는 헌법이 정하는 법원의 기능과 권한, 헌법의 근본원리인 권력분립과 사법권의 독립을 존중하며 입법형성권을 행사함이 바람직하다”며 이례적으로 강한 톤으로 여당을 직격했다.

대법원은 법안의 내용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여당이 ‘특별재판부’라는 이름 대신 ‘전담재판부’를 이름을 앞세우고 있지만, 이는 법원 내부에 실존하는 전담재판부(전문재판부)와는 본질적으로 다르고, 사실상 특별재판부와 본질과 실질이 동일하다고 평가했다.

대법원은 사면·감형·복권을 금지하도록 한 조항에 대해서도 “국회의 입법재량 한계를 넘어 대통령의 사면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거나, 유죄가 확정되는 피고인들의 평등권을 침해하는 등으로 위헌성이 문제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도 거세게 반발했다. 나경원 의원은 “내란 사건 유죄를 만들기 위해 판사를 바꾸고, 골라 쓰는 ‘판사 쇼핑’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조배숙 의원도 “민주당은 12.3 계엄 이후 민주성을 회복했다고 하지만, 자신들이 더 비민주적인 독재의 길로 가고 있다”며 “총칼에 의한 독재보다 합법을 가장한 입법 독재가 더 무섭다”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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