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1일 서울 성동구청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최근 서울이 인구 감소 등으로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우려에 정 구청장은 “도시는 청년이 있어야 활력이 생긴다”며 “서울을 청년들이 넘치는 곳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성수동처럼 청년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공간들이 만들어져야 된다”고 제안했다. 최근 서울 주택 가격 상승에 관해선 “자치구에 결정권을 부여해 권한을 분산하면 조합 설립·사업시행인가 등 후속 절차도 자연스럽게 연쇄적으로 속도를 내어 지금보다 서울의 주택 공급 속도는 확연히 달라지게 될 것”고 말했다.
서울시장 출마 여부를 묻자 정 구청장은 “12월에 (내년도 구) 예산안이 통과되면 그때 여유가 생기니까 고민해서 결단하겠다”면서도 “기본적으로 무엇보다 내가 그 자리에 맞는 사람인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늘 하고 있다”고 답했다.
다음은 정 구청장과의 일문일답.
-최근 서울시장 후보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는 원인을 ‘시민이 행정가 시장을 원하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예전에 이명박·고건 시장 같은 분은 그래도 일하는 행정가 스타일이었다. 오세훈-박원순-오세훈 시정으로 오면서 20년 간은 이미지 정치 같은 것을 많이 했다. 나쁘다는 건 아니고 일을 해서 성과를 내는 것들과 관계가 없었다. 이제 그런 측면에서 이미지 정치인보다는 성과를 내는 콘텐츠가 있는 행정가 스타일을 원하는 것 같다. 두 번째는 이재명 대통령의 활동을 보고 있는 시민들이 행정가 스타일 대통령을 처음으로 본 것 아니냐. 일하는 걸 다 공개하니까 ‘행정가 스타일이 필요하구나’라는 걸 느끼는 것 같다. 그런 게 나에게 수렴된다고 생각한다.
-인구 감소·고령화 등 서울이 쇠퇴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생긴 문제다. 인구는 줄고 서울에 사는 게 굉장히 힘들고 비싸졌다. 집이 비싸니까 (청년들이) 경기도나 인근으로 가서 살게 됐다.
-성수동 같은 도시재생 방식이 다른 서울 지역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까.
△도시는 기본적으로 청년들이 있어야 활력이 생긴다. 청년들이 넘치는 곳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성수동처럼 청년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져야 한다. 성수동 사례가 특별한 이유는 계획이 아닌 발견에서 출발했다는 점이다. 대다수 도시정책이 계획→집행→조정의 선형적 구조를 따른 반면 성수는 도시가 가진 고유한 특성과 흐름을 먼저 관찰하고 파악한 뒤 이를 조율하며 점진적으로 완성해 나가는 유기적 도시 구성 방식을 취했다. 도시개발이 특정 행정가나 전문가의 일방적 관점이 아닌 도시가 살아온 맥락과 장소가 가진 감각, 즉 고유한 정체성과 전통을 살려 시민의 공감과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는 방식으로 추진된다면 어느 지역이든 성수동처럼 사람이 모이고 머무르고 싶어하는 도시·핫플레이스로 성장할 잠재력을 가진다고 확신한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1일 서울 성동구청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봤을 땐 서울시가 굉장히 한가하다고 느껴진다. 시민들은 하루하루가 치열하게 삶을 살아가는데 서울링, 한강버스, 받들어 총 같이 많은 예산을 들여서 눈으로 보기에 좋은 성과를 만드는 일에만 치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은 국제 경쟁 속에서 대한민국의 경쟁력을 끌고 가야 될 역할을 해야 되는데 수도 서울을 도대체 어느 방향으로 끌고 가려고 하는지를 잘 모르겠다. 단순히 외형적으로 보이는 성과보다 주민들의 일상에서 삶의 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정책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민들이 직접 체감하고 공감할 수 있는 정책이야말로 궁극적으로 서울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다.
-다시 서울의 주택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도시재생과 재개발을 어떻게 조화시켜야 하나
△재개발과 도시재생은 특정 상황에 따라 병행되거나 조율돼야 하는데 기계적 사고는 필요와 불필요의 이분법으로 몰아간다. 아예 고쳐 쓰기 어려운 데는 재개발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주차장을 별도로 만들 수도 있고 고쳐서 쓸 수 있는 지역은 도시재생을 하면 훨씬 효과적이다. 임기 초인 2014년만 해도 낙후한 준공업지역이었던 성수동은 뚝섬역과 성수역 일대를 아파트 단지로 재개발할 예정이었는데 주민들을 설득해 당초의 재개발 계획을 백지화하고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했다. 주민들도 ‘성수동의 잠재력’을 운운하는 젊은 구청장의 주장에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지만 결국 10여 년 후가 지난 현재 성수동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새로운 모델로 거듭났다.
-서울시의 주택 인허가권 등을 자치구로 이양할 것을 주장했다.
△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 규모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현재 구조상 사업 진행은 서울시 단일 창구 체계에서 동일한 절차를 밟고 있다. 정비사업의 첫 관문인 ‘정비구역 지정’부터 서울시에만 집중되어 있다보니 사업규모와 관계없이 모두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와 도시건축공동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해야 한다. 위원회 한 번의 회의에서 6~7개 안건을 처리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수개월씩 사업이 지연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자치구에 결정권을 부여해 권한을 분산하면 조합 설립, 사업시행인가 등 후속 절차도 자연스럽게 연쇄적으로 속도를 내어 지금보다 서울의 주택 공급 속도는 확연히 달라지게 될 것이다.
-종묘 앞 고층 개발은 어떻게 생각하나.
△종묘 앞 세운4구역 건물 높이를 두 배로 올려주면 토지 소유자들의 개발이익은 크게 올라가지만 세계유산 종묘의 문화적, 경제적 가치는 크게 훼손될 우려가 있다. 이렇게 사익과 공익 간 충돌이 있을 때는 양측 간 문제를 조정하고 정리해 나가는 것이 행정이 해야 할 일인데 서울시의 현안을 시장 독단적으로 추진하는 건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세운4구역의 토지 소유자들이 그동안 굉장히 어려움이 많았던 것은 맞지만 권리를 찾게 해주고 싶었다면 그에 따라 어느 정도 인정되는 사회적 합의가 만들어져야 하는데 반대 견해에 대해선 귀를 막고 본인 주장만 하고 있다. 만약 개발을 밀어붙여서 종묘가 세계유산 지위를 박탈당하기라도 한다면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치인이기도 하다. 민주당이 고전했던 2022년 지방선거에서도 3선에 성공했는데 서울이 민주당에 어려운 지역이 된 것은 맞나.
△어쨌든 정당 지지도로 보면 어려운 지역이 됐다. 그렇지만 성동구민은 인물 경쟁력을 위주로 (구청장을) 선택했다. 서울도 이제 인물 경쟁력 위주로 (선거구도가) 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당 지지도에 못지않게 인물 경쟁력들을 볼 테니 그런 부분을 준비해야 한다. 그냥 당만 갖고는 안 된다.
-서울시장 출마 여부는 언제 결정할 것인가.
△12월에 예산안이 통과되면 그때 여유가 생기니까 고민해서 결단하겠다. 어쨌든 지지율이 여권 주자 중에 늘 1~3위를 왔다 갔다 하니까 거기에 대한 책임감은 있다. 기본적으로 무엇보다 내가 그 자리에 맞는 사람인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늘 하고 있다. 아울러 주변에서 저를 생각해주시는 분들이 인지도를 더 높여야한다고 조언을 해주시기도 하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도 생각을 하고 있다. 저는 지난 11년간 성동구 지역 내에서 구민과 구정에 집중하다보니 더 넓게 활동하신 분들과는 인지도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만약에 출마 결심을 하게 된다면 최우선적으로 보완해야 할 부분이며 이에 대한 대책도 세워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