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첫 쇳물·포니 개발·파독 광부까지…李, 산업 역군 초청해 격려

정치

이데일리,

2025년 12월 04일, 오후 06:49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1973년 포항 1고로 첫 쇳물 생산 현장을 지킨 기술인, 최초 국산차 ‘포니’ 개발 연구진, 구로공단 여성 노동자들, 파독 간호사·광부 등 각 시대의 산업 현장을 상징하는 인물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4일 무역의 날을 맞아 산업화의 역군 90여 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 대통령은 “이 나라를 위대하게 만든 영웅들”이라고 치켜세우며 “일터에서 죽거나 다치는 분들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 “피땀으로 이 자리까지…산재 현장 선진화 돼야”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산업 역군 초청 오찬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이날 낮 12시께 청와대 영빈관에서 조선·자동차·전자·철강 등 산업 현장을 지켜온 ‘산업 역군’ 90여 명과 오찬을 함께했다. 이날 오찬에는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박일준 대한상의 부회장을 비롯해 구로공단·현대중공업·포스코 등 산업현장 1세대 종사자들이 참석했다. 정부에서는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대통령실에서는 강훈식 비서실장 등 주요 참모들이 배석했다.

먼저 이 대통령은 산업 역군의 헌신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는 “전 세계에서 식민지에서 해방된 나라 가운데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뤄낸 나라는 딱 한 나라, 대한민국”이라며 “성실하고 영민한 국민들이 현장에서 처절하리만큼 열심히 일한 덕분 아닌가 싶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어린 시절 경험을 언급하며 옆자리에 앉은 구로공단 미싱사의 노동현장 고단함을 이해한다고도 했다. 그는 미싱 바늘에 손톱이 찍히던 장면을 언급하며 “그 속에서도 열심히 일한 사업자와 노동자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산업 현장의 안전 문제도 강도 높게 지적했다. 그는 “대한민국이 다른 것은 다 선진국이라는데 산업재해·중대재해에서만큼은 참 후진국”이라며 “산업현장에서 노동자들의 피땀으로 대한민국을 오늘 이 자리까지 끌어왔지만, 앞으로 갈 길은 조금 더 선진화돼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또 “일하다 죽는 일을 최소화하고 노동자들이 상응하는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일자리는 줄고 양극화는 심해질 것”이라며 “정부가 총력을 다해 강도라도 줄이고 차이를 조금이라도 적게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금 더 성장을 강화해 새로운 기회가 많이 생기고, 그 새로운 기회는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국민들이 좀 더 공정하게 기여한 만큼 몫을 보장받는 세상을 꼭 만들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 “포항 첫 쇳물부터 포니까지”…산업화의 산증인들, 한자리에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산업 역군 초청 오찬 행사에서 참석자들과 박수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날 초청된 주역들은 대한민국 산업화의 한복판을 지켜온 산증인들이다. 수십 년간 한 분야를 지켜오며 기술 자립의 기반을 닦은 명장 세대도 포함됐다. 47년간 열처리 직종에 종사해 각종 방산 제품의 첨단 열처리 공정 국산화를 주도한 김기하 태성열처리 연구소장은 “기술 습득 방법도, 설비도 많이 부족했던 환경에서 하루하루 시행착오를 거치며 지금까지 왔다”고 말했다. 1975년 창원산단 1기생으로 출발한 그는 지난 2006년 열처리 명장으로 선정됐고, 단독 특허 5개를 개발해 무기 생산 기간 단축과 방위산업 경쟁력 향상에 기여했다.

조선 분야에서는 ‘부자 명장’ 스토리가 눈길을 끌었다. 아버지 고윤열 신대성기업 이사는 48년간 금속·재료 전문가로 활동하며 사우디 주베일 산업항, 이어도 해상건설기지, 성수대교 복구 등 굵직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판금 제관 명장으로 지난 2004년 선정돼 기술 전수와 연구를 이어온 그는 국가기술자격 9종과 특허 4건을 보유한 현장 기술인이다. 그 뒤를 이은 아들 고민철 HD현대중공업 파트장은 올해 ‘제관 명장’으로 선정됐다. 그는 “지난 세대 선배들이 쌓아온 바탕 위에서 더 나은 미래를 만들겠다”며 “다음 세대가 더 편하고, 더 안전하며, 더 당당하게 자기 일을 해낼 수 있도록 성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초청자 중에는 한국 산업화의 출발점에 섰던 인물들이 다수 포함됐다. 포스코 창립 멤버 34명 중 한 명인 이영직 전 포스코 토건부 차장은 1973년 6월 9일 포항 제1고로 첫 쇳물 생산 당시 중추적 역할을 맡았다. 1970년 착공 초기부터 공정 및 건설 부문에서 기반을 닦았으며, 이후 제철세라믹 사장, 건화엔지니어링 부회장을 역임했다. 국산 1호 자동차 ‘포니’ 개발의 핵심 인물인 이충구 전 현대자동차 사장도 자리했다. 그는 1974년 포니 프로젝트에 참여해 이탈리아에서 습득한 기술을 ‘이대리 노트’로 정리해 개발 지침서로 활용하게 했고, 포니부터 에쿠스까지 34종 자체 개발을 이끈 기술 책임자였다.

구로공단 1세대 여성 노동자이자 미싱사인 강명자 전 대우어패럴 사무국장은 봉제 산업 장인으로, 1980~90년대 여성 노동운동 주요 활동가로도 활동했다. 최근에는 전태일 50주기 전시 ‘실밥’, ‘지그재그 봉제클럽’ 등 문화·예술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현역 미싱사로 활동 중이다. 1963년 한국인 최초 파독 광부로 독일 루르광산에서 근무했던 심극수 한국파독연합회 상임고문은 당시 한인이 거의 없던 상황에서 현지 한인회를 조직해 파독 근로자 247명 의견을 관계기관에 전달했다. 귀국 후 도계광산에 복직해 독일에서 배운 채굴 방법을 전수했다.

김남준 대변인은 이날 이 대통령의 제안에 따라 참석자들이 자신의 경험이나 건의사항을 자유롭게 발언했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기업의 지방 이전 지원과 관련한 제도 개선부터 부품 수리비·교육 훈련 장비 도입 등 재정적 지원도 건의됐다”면서 “‘산업 박물관’ 신설, ‘국제기능올림픽 개최 유치’ 등 산업계의 관심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들도 다수 제시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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