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9자주포 기다려 준 이집트…천무·천검·FA-50 수출 기대감↑

정치

이데일리,

2025년 12월 04일, 오후 04:32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우리 방위산업체들이 아프리카 대륙 최대 규모인 ‘이집트 국제방위산업박람회’(EDEX 2025)에 참가해 이집트 지역 추가 수출 기대감을 높였다.

1~4일(현지시간) 카이로 이집트 국제전시센터(EIEC)에서 열린 EDEX는 2018년 첫 개최 이후 올해로 4회째를 맞았다. 올해 행사에는 40여 개국, 450개 이상의 기업이 참가했다. 약 3만 5000명의 관람객이 방문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번 전시회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풍산, STX엔진 등 한국 기업은 16개사가 참가했다. 특히 한국방위산업진흥회(방진회)는 이집트 국방부와 공군을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 알제리, 방글라데시,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총 14개국 26개 정부대표단을 초청해 참가 기업의 B2G 비즈니스 상담을 지원했다.

카이로에서 열린 이집트 방산전시회(EDEX 2025)에서 한화 부스 중앙에 다연장 유도무기 ’천무‘가 전시돼 있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이집트는 아프리카와 중동을 잇는 지정학적 요충지이자 아프리카 최대 군사 강국으로 평가받는다. 이미 한국의 K9 자주포 도입과 현지 생산을 결정하며 K-방산에 대한 신뢰를 높여온 국가다. 실제로 이집트는 K9 자주포 도입 계약을 조건부로 우선 체결하고, 엔진 국산화 성공까지를 기다려 준 국가다.

기존 K9자주포에는 국내 기업이 면허 생산한 독일제 엔진이 탑재됐다. 이에 따라 K9자주포 수출을 위해선 독일 정부 승인이 필요했지만, 중동 국가 등 일부 국가로의 수출을 제한하고 있는 독일 정책에 따라 어려움을 겪었다. 정부 투자를 통해 STX엔진이 엔진 개발에 성공하면서 국산 엔진을 단 K9 자주포를 이집트가 가장 먼저 도입하게 됐다.

이에 더해 천무 다연장 유도무기의 수출 가능성도 기대된다. 이집트는 기존에 운용 중인 노후화된 러시아제 등의 다연장로켓을 대체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거리와 정밀도가 높은 타격 체계를 원하고 있는데, 한화는 이번 EDEX의 전시관 중앙에 천무 실물 유도탄을 전시하며 수주 활동을 펼쳤다. 특히 사거리 80~290㎞로 다양한 천무 1.0 유도탄 3종 뿐만 아니라 움직이는 적 함정도 타격할 수 있는 유도 기능을 강화한 천무 2.0 대함유도탄(ASBM)도 선보였다.

공대지 유도탄 ‘천검’의 이집트 수출도 가시권으로 평가된다. 이집트 대전차미사일 사업 후보로 천검이 현지 기술 평가를 통과한바 있다. 천검은 소형무장헬기(LAH)와 해병대 상륙공격헬기에 탑재되는데, 이집트 수출 성사시 전차, 장갑차, 전술차량 등 지상형 플랫폼에 장착하는 모델로 개량해 납품될 예정이다.

K9자주포가 중동 사막을 달리며 엔진 내구도 테스트를 하고 있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KAI의 T-50(FA-50) 항공기도 이집트 수출 가능성을 높였다. 이집트는 기존 운용 중인 알파제트(Alpha Jet) 훈련기와 K-8E 훈련기의 대체 및 전력 보강을 위해 100여대 규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자국 내 생산 정책에 따라 지난 2022년 단순 완제기 도입이 아닌 현지 면허 생산 및 기술 이전을 포함한 ‘공동생산’으로 사업구조가 바뀌었다.

이집트 공군 사업은 3파전이다. 기존 K-8E을 공급한 중국은 홍두 L-15를 앞세워 저렴한 가격과 파격적인 금융 지원을 강조하고 있다. L-15는 최근 UAE에 수출하며 중동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이집트와 헬기 사업 등으로 협력 관계가 있는 이탈리아도 레오나르도 M-346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도입 가격과 유지비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유럽권 훈련기 강자로서 우수한 성능을 인정받고 있는 기종이다.

이에 맞서 KAI의 FA-50은 이집트 주력 전투기인 F-16과 조종 시스템 및 호환성이 매우 높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특히 폴란드와 말레이시아 등 최근 수출 성공으로 성능과 신뢰성이 입증됐다는 점에 더해 현지 생산 및 정비(MRO) 기술 이전을 적극 부각하고 있다. 이외에 인도도 테자스(Tejas) 기종으로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군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피라미드 에어쇼 2022에 참가해 이집트 카이로 인근 피라미드 상공을 비행하며 T-50 항공기의 우수성을 홍보하고 있다. (사진=공군)
최병로 한국방위산업진흥회 상근부회장은 “이집트는 아프리카와 중동, 유럽을 잇는 전략적 허브 국가로 최근 양국 정상회담을 통해 방산 협력이 더욱 강화됐다”며 추가 수출을 기대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달 20일(현지시간) 카이로에서 압델 파타 알시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군 현대화, 방산 협력, 안보 기술교류를 중심으로 실질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한-이집트 공동 언론발표를 통해 “저는 K-방산이 전 세계로부터 우수한 성능을 인정받고 있다고 설명하고, K9 자주포 공동생산으로 대표되는 양국 방산 협력이 앞으로 FA-50 고등훈련기 및 천검 대전차 미사일 등으로 확대되기를 바란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알시시 대통령님은 한국의 높은 방산 기술력에 대해 신뢰를 갖고 계시며, 공동생산 등 호혜적 협력이 추진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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