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열린 외신 기자회견에서 북한에 억류된 대한민국 국민 석방을 위한 노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한 답이다. 이 대통령은 바로 위성락 안보실장에게 “잡혀 있는 게 맞느냐. 언제, 어떤 경위로”라고 물었다. 이어 “오래전 일이라 개별적인 정보가 부족하다”면서 “상황을 좀 더 알아보고 판단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새롭게 선 민주주의, 그 1년’ 외신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해야 할 일이 수만 가지가 넘는 대통령이 국내외 모든 현안을 파악할 순 없다. 하지만 억류자 존재 자체를 ‘처음 듣는’ 일이라고 한 점에 당황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 억류자는 한국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도 자주 거론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 스스로 캄보디아 등 동남아 지역의 한국인 대상 범죄를 향해 “한국인 건드리면 패가망신 한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며 국민의 생명 보호를 가장 중요한 임무로 꼽았기에 당혹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 북한에는 선교사 3명(김정욱·김국기·최춘길)과 탈북민 3명(고현철·김원호·함진우) 등 우리 국민 최소 6명 억류돼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하지만 이들의 생사는 알 길이 없다. 윤석열 정부가 2023년 8월 한미일 3개국 정상이 합의한 ‘캠프데이비드’ 성명에 억류자나 미송환 국군포로 문제의 해결을 위한 공조를 명시했고, 당시 통일부가 장관 직속의 전담반을 꾸리기도 했지만 현재는 모두 흐지부지된 상태다.
이 대통령이 억류자 문제를 처음 듣는다고 한 것은 사실 북한과 연결된 문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갈 지(之)자 행보를 해왔다. 보수정당이 정권을 잡으면 남북간 대화 이야기는 위축되고, 진보성향의 정부가 들어서면 북한 인권에 대한 언급은 자연스레 자취를 감췄다. 물론 정권에 따라 대북 문제 해결을 위해 방점을 두는 사안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라는 가치는 결코 뒤로 밀려서는 안 된다.
게다가 북한으로부터 억류됐다가도 구출되는 일은 적지 않다. 2018년 트럼프 1기 시절 한국계 미국인인 김동철·김상덕·김학송씨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고 북한의 고문으로 숨진 미국인 고(故) 오토 웜비어도 2017년 조셉 윤 당시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협상 끝에 자국으로 돌아갔다. 캐나다 국적인 임현수 목사 역시 캐나다 정부의 노력으로 2017년 송환됐다. 인지를 하고 노력만 한다면 우리도 해결할 수 있는 문제란 얘기다.
대통령실은 이날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조속한 남북대화 재개 노력을 통해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엊그제까진 처음 듣는 이야기였을지언정, 자국민의 생명와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 하는 정부이길, 그래서 억류자들이 내년에는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길 바란다.
2018년 5월 북한에서 풀려난 김학송(왼쪽에서 셋째) 선교사가 미국 워싱턴DC 인근 공군 기지로 마중 나온 트럼프 미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김 선교사 왼쪽은 함께 풀려난 김동철 목사이고, 오른쪽은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연합뉴스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