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대 오른 정청래 리더십…1인1표제 당헌 개정 부결(종합)

정치

이데일리,

2025년 12월 05일, 오후 06:23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역점적으로 추진하던 당헌 개정이 무산됐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 대표의 리더십이 시험에 오른 가운데 정 대표는 고개를 숙였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뉴시스)
민주당은 5일 중앙위원회를 열고 당헌 개정을 투표에 부쳤다. △공직선거 경선 기준 △당직선거 시 대의원·권리당원 투표 반영 규정 등이 안건에 올랐는데 모두 부결됐다. 중앙위에서 당헌을 개정하려면 재적 위원(596명) 중 과반(299명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두 안건 모두 찬성 표(공직선거 경선 기준 297표·당직선거 규정 271표)가 과반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당내 반발 넘어서는 데 실패

이번 당헌 개정은 정청래 대표가 역점적으로 밀어붙이던 공약이었다. 민주당은 인구에 비해 당원 수가 약한 영남·강원 등 취약 지역을 배려하기 위해 당직 선거에서 대의원 한 표를 일반 권리당원 20표로 계산해 왔는데 정 대표는 이것이 평등선거 원칙에 어긋난다며 대의원 가중치를 폐지하고자 했다. 민주당 내에선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을 때부터 추진했던 1인 1표제 자체에는 큰 이견이 없었지만 정 대표가 취약 지역 배려 없이 무리하게 대의원제를 사실상 형해화하는 당헌 개정을 밀어붙인다는 반발이 일었다. 일각에선 정 대표가 강성 권리당원 표를 업고 당 대표 연임 기반을 다지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보냈다.

기존에 각 지역 상무위원회에서 선출했던 광역·기초의회 비례대표 후보도 권리당원 투표로 뽑도록 한 것도 반발을 샀다. 국회의원을 포함한 각 지역위원장 권한이 약화하기 때문이다. 국회의원과 각 지역위원장, 지방자치단체장, 시·도당 위원장으로 구성된 중앙위원회에서 큰 호응을 얻지 못한 배경으로 보인다. 민주당 지도부는 당내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당직 선거시 취약 지역 대의원·권리당원 투표에 가중치를 부여하고 지구당 부활도 추진하기로 했지만 가결 표 확보에 실패했다. 조승래 민주당 사무총장은 “기자들에게 근본적으로는 당내에서 제기됐던 이런저런 우려에 대해서 완벽하게 해소가 되지 못했던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했다.

1인 1표제는 물론 지방선거 6개월을 앞두고 경선 규정마저 부결되면서 민주당 지도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 대표는 부결 후 조승래 사무총장, 한정애 정책위의장, 한민수 비서실장 등과 예정에 없던 회의를 열고 후속 대응을 논의했다. 회의 후엔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입장을 밝혔다. 당 대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다.

◇정청래, 1인1표제 재추진 의사 밝혔지만 시간 걸릴 듯

정 대표는 “전당대회 때 약속한 공약(1인 1표제)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으나 중앙위원회에서 부결됨으로써 저의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됐다”며 “그 공약을 실천하라고 저에게 당 대표로 선출해 주신 당원들의 꿈을 이루기 어렵게 돼 저를 뽑아준 당원들에게 송구한 마음 금할 길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생각한다”며 “강물이 바다를 포기하지 않듯이 1인 1표 당원 주권 정당의 꿈도 여기서 포기할 수 없다”고 했다.

당헌 개정 실무를 총괄했던 조승래 사무총장은 “여러 가지 걱정들을 해소하고 조정하기 위해서 노력했었고 그 결과 수정안까지 만들어서 제안됐음에도 불구하고 부결돼서 매우 안타깝다”며 “지방선거 선출 규정은 부결되면서 현재 당헌·당규대로 진행하거나 아니면 추가적인 논의를 통해서 당헌 개정안을 또 제출하거나 하는 논의 과정을 거쳐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가 6개월 남은 만큼 지방선거 경선 관련 규정은 주말새 지방선거기획단 회의를 거쳐 다음 주 최고위원회 등 수정안 의결 절차를 다시 밟을 예정이다. 정 대표는 지역위원장들이 반발하는 규정은 수정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1인 1표제 규정은 당내 이견이 확인된 만큼 단기간에 재추진되기는 어렵다. 조 총장은 “당원 주권을 위한 1인 1표 개혁은 어쨌든 충분한 논의와 숙의 과정을 거치면서 당원들의 의견도 듣고 당원들 속에서 답을 찾는 과정을 통해서 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내년 8월 당 대표 연임 도전을 유력한 정 대표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평가한다. 이런 평가에 조 총장은 “그걸 그렇게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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