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격자들]⑥탄핵을 둘러싼 여야 간 다른 속내

정치

이데일리,

2025년 12월 06일, 오전 07:44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2024년 12월 3일, 우리는 한국 현대사의 한 장면을 목격했다. 현직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초유의 사태였다. 계엄과 탄핵, 조기 대선을 거치며 사회는 깊게 갈라졌다.

이 시리즈는 그 시기 국회를 출입하며 모든 순간을 지켜본 기자의 기록이다. 국정 혼란과 국가적 위기를 불러온 비상계엄 과정과 그 이후를 목격자의 시선으로 덤덤히 서술한다.


2024년 12월 7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표결은 ‘불성립’으로 부결됐다.

분노의 화살은 당연하게도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향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물론 비서진, 지지자들까지 분노 표출에 동참했다.

이들은 국민의힘 당직자들을 향해서도 ‘내란 동조자’들이라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이라고 해도 다를 것은 없었다.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이용자들의 분노는 들끓었다.

“또 탄핵 발의를 하면 된다”라는 의견이 나왔지만 들끓었던 분위기가 가라앉는 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흘러야 했다.

국민의힘도 분열 양상을 보였다. 대선주자 급이지만 국민의힘 내에 융화되고 있지 못했던 안철수 의원, 소장파였던 김상욱, 김예지 의원들은 당 지도부의 투표 거부 방침에도 본회의장에 들어가 자신의 표를 행사했다.

부산을 지역구로 둔 6선 조경태 의원도 소신 발언을 하며 탄핵에 찬성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탄핵 찬성에 분명하지 않더라도 윤 대통령이 더 이상 대통령으로서 직무를 다 할 수 없다고 본 인들도 꽤 있었다.

대표적인 이들이 친한계(친한동훈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이었다. 국민의힘 내 다수라고 보기는 쉽지 않지만 이들만 모아도 충분히 탄핵 요건 200명은 갖출 수 있었다. 이들은 12월 4일 국회 계엄 해제 의결에도 나서서 찬성했던 이들이었다.

그래도 대부분은 탄핵만큼은 피하고 싶은 눈치가 있어 보였다. 탄핵 후 당과 이들이 받는 상처가 클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윤석열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이른바 2월 하야설이다.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을 설득해 대통령 자리에서 내려오게 만들자는 얘기였다. 탄핵심판이라는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되니 괜찮아 보였다.

인수위원회를 꾸릴 수 있는 시간적 여유도 가질 수 있다. 국정 혼란이 덜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나쁘지 않은 선택지였다.



문제는 이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속내였다.

정권을 빼앗기기 싫은 게 첫번째이고 그 정권을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내주기 싫었던 게 두 번째인 듯 했다.

누군가는 이런 상황을 관망했지만 또다른 누군가는 이를 정치적으로 활용했다. 악플도 관심의 표현이라고, 자기 입지와 주장을 잘 드러낼 수 있는 기회라는 의미다.

실제 국민의힘 내 몇몇 의원들은 극우 목소리를 내며 이를 잘 활용했다. 오히려 계엄을 두둔하는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은 되도록 빠르게 윤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이 권좌에 있는 동안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컸다.

시간을 끌 수록 계엄 동조자들끼리 입을 맞추고 혐의를 감출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실제 윤 대통령의 재판 과정에서 몇몇 인물들은 초기 자신의 진술을 번복하기도 했다.

2차 계엄에 대한 걱정도 여전했다. 이재명 대표와 김민석 민주당 의원 등도 2차 계엄에 대한 우려와 경고를 했다. 1980년대초 계엄 상황을 경험했던 50대 이상 국민들에게 이는 불안과 공포나 다름 없었다.

정치공학적으로 봤을 때 탄핵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가 있었다. 이재명 대표에게 촘촘하게 씌워진 사법리스크였다.

2023년 단식 중이던 이 대표는 구속 직전까지 갔다가 기사회생했다. 그러나 2024년 11월 15일에는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로 1심에서 징역 1년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민주당은 큰 충격을 받았다.

선거법 재판 관례상 1심은 6개월, 2심은 3개월, 3심은 3개월 이내 선고 결과가 나와야 한다.

따라서 1심 이후에 2심 결과는 2월말에서 3월에 나오고 3심은 5월말에서 6월말에 나올 수 있다. 선거 전에 선거법 위반 유죄 확정을 받게 되면 후보 자격을 잃을 수도 있다.

이것 외에도 이 대표를 향한 재판은 줄줄이 있었다. 검찰은 이 대표 혐의를 5~6개로 촘촘히 나눠 기소했다. 이들 재판에서 모두 무죄를 받는다는 것은 어려워 보였다.

민주당이 검사들을 탄핵했던 것도 이 같은 이유에 있다. 검찰이 공소권 남발을 해왔다는 점, 특히 이재명 대표에 대해 유독 집요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민주당이 김건희 여사와 윤 대통령에 대한 특별검사법을 강조했던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김 여사가 주가 조작의 혐의로 수사를 받았고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민주당은 믿지 않았다.



그렇다면 여기서 생각해봐야 할 한 가지. ‘이 대표는 감옥에 가야할 만큼 죄가 있는가?’이다.

‘살라미’처럼 하나하나 행동과 말 한마디를 썰면서 문제를 삼는다면 안 걸릴 게 없다. 정치인이기에 감내할 수밖에 없는 숙명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사법 기관이 야당 대표를 타깃 삼아 말 한마디 행동 하나까지 꼬투리를 잡아 법리적으로 판단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형평성의 문제가 있어서다.

윤석열 대통령, 더 나아가서 여당 의원들은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 그가 2022년 유세 동안에 했던 말 중 일부는 거짓이거나 과장이 있었다. ‘털어서 먼지 안 날 사람 없다’라는 속담은 괜한 말이 아니다.

만약 이 대표가 일개 지자체장으로 남았다면, 대선 후보로 주목받는 이가 아니었다면 애초에 그 혐의가 생기지 않았을 수도 있다. 다시 말하면 인간 이재명이 아니라 유력 대선주자 이재명으로서 단죄받고 있었다는 의미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와는 별개로 계엄은 윤 대통령의 정치적 자살이 됐다. 이 얽히고설킨 관계성을 단칼에 베어버리려는 대통령의 ‘유아적 발상’이 본인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끊는 비수가 됐다. 반대로 이 대표에게는 회생의 기회가 됐다.

이건 어디까지나 정치공학에 가까운 얘기는 한국 사회와 한국 경제는 큰 충격을 받았다.

잠재성장률 하락에 인구 위기까지 겪고 있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의 계엄은 ‘판을 뒤엎는 난장’이 됐다. 계엄 전 1300원대였던 환율은 1400원대로 치솟았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표결이 불성립으로 실패하자 달러 당 원화 환율은 1450원대까지 치솟았다. 시장에서도 그의 탄핵 가결을 바라고 있었다는 의미다.

당사자들은 물론 우리 국민들까지 잠 못자는 하루가 지났고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은 다시 발의됐다.

그때 여론조사에서도 국민 여론 70% 가까이가 탄핵에 찬성했다. 2016년 촛불혁명의 충격을 잊지 못하는 국민의힘 의원들도 더는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렇게 두 번째 탄핵 표결의 날은 성큼 다가왔다. 2024년 12월 14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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