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통일부는 ‘한미 협의체 관련 입장’을 통해 “이번에 외교부가 진행하는 미측과의 협의는 조인트 팩트시트의 후속 협의에 대한 내용으로 알고 있으며 한미 간 외교 현안 협의에 대한 내용이기 때문에 통일부는 불참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동맹국으로서 필요시 국방정책은 국방부가, 외교정책은 외교부가 미국과 협의하고 있으며 남북대화, 교류협력 등 대북정책 관련 사안에 대해서는 필요시 통일부가 별도로 미측과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통일부는 대북정책과 관련해 유관 부처 및 한미 간 긴밀히 협의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한미 양국은 이르면 16일 정연두 외교전략정보본부장(옛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케빈 김 주한 미국대사대리를 수석대표로 한 범정부 차원의 회의를 개최한다. 양국은 한미 정상회담 후속조치인 조인트팩트시트에 대해 논의하며 북한 문제도 언급할 수밖에 없다. 이에 통일부는 대북정책 주무부서는 통일부라며 불쾌한 심기를 드러낸 바 있다.
특히 통일부가 끝내 불참을 결정한 주된 이유는 ‘워킹그룹 트라우마’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미 워킹그룹’은 지난 2018년 대북제재 이행과 남북 협력의 조율을 목표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미국이 남북 간 교류협력 사업이 비핵화 협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것에 우려를 표하며 워킹그룹을 통해 남북 철도·도로 현대화 사업에 부정적 의견을 냈고 특히 2019년 1월 독감 치료제 ‘타미플루’ 대북 지원과 관련해 운송 수단인 트럭이 제재 대상이라고 지적하며 남북 교류에 회의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결국 워킹그룹이 실제로는 미국의 남북협력사업 심의기구로 역할 하면서 장애물로 작동한다는 지적들이 나왔고 2021년 6월 워킹그룹은 끝내 종료됐다. 통일부는 이번 공조회의 역시 당시처럼 자칫 미국이 한국에 ‘속도 조절’을 주문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진보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6명의 전직 장관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함께 내고 있다. 이날 임동원·정세현·이재정·조명균·김연철·이인영(재임 순) 전 장관은 성명을 내고 “대북정책은 통일부가 주무부처이며 경제, 군사, 인도, 사회문화 등 전 분야의 회담 추진 과정에서 부처간 협의를 하도록 설계돼 있다”면서 “과거 한미 워킹그룹 방식으로 이를 진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외교부는 일단 이번 회의가 ‘워킹그룹’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며 수습에 나서고 있다. 내부적으로 검토하던 명칭도 ‘협의체’에서 ‘협의’ 정도로 톤을 낮추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협의 기구를 만드는 게 아닌, 기존의 소통 채널을 정례화하는 것에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번 사태의 배경에는 결국 이재명 정부 내에서 강한 색채를 드러내고 있는 ‘자주파’와 ‘동맹파’라는 두 진영의 대립이 깔려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종석 국가정보원장, 정 장관 등이 주축인 자주파는 남북관계를 양자 중심으로 풀어나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조현 외교부 장관 등의 동맹파는 미국을 중심으로 국제사회와의 공조하에 대북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입장이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통일부와 외교부가 다른 의견을 내도 갈등이라 하긴 어렵다”면서 “북한과 대화 물꼬를 트는 과정에서 갑갑한 상황이 이어지니 다양한 방향을 모색 중인 것”이라고 말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연합뉴스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