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지주·은행권 최고경영자(CEO) 선임을 둘러싼 잡음에 대해 “다수의 제보가 동시다발적으로 접수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에는 금융지주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이사회 독립성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을 주문하면서 법·제도 개혁과 별개로 현행 권한을 활용해 ‘비정상적 사례’를 막는 조치도 병행하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19일 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 업무보고에서 금융회사 지배구조·내부통제 강화 항목을 언급했다. 그는 “요새 저한테 투사가 엄청 들어온다, 은행에 뭘 뽑는다더라, 행장을 뽑는다”며 “선발 절차에 문제가 있다부터 엄청나게 쏟아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제보가 단순한 경쟁관계에서 나온 음해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고 봤다. 그는 “단순한 경쟁 관계에서 발생하는 음해가 아니고 상당히 타당성이 있는 측면들이 있다”며 “똑같은 집단이 소위 이너서클을 만들어 가지고 돌아가면서 계속 해 먹더라”는 취지의 주장이 제기된다고 했다.

이어 “회장 했다가 은행장 했다가 왔다 갔다 하면서 한 20년씩 해 먹는 모양이 된다”며 “그런 문제에 대해서는 대책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참석자들은 문제의 근본 원인으로 금융지주의 지배구조, 특히 이사회 독립성 부족을 꼽았다. 금융지주 체제에서 산하 금융기관들이 사실상 100% 자회사로 편제돼 인선이 지주 중심으로 이뤄지고, 이사회가 회장과 관계가 있는 인물들로 구성되는 구조가 반복되면 ‘폐쇄적 인사’ 논란이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지주사에 대한 감독·제재 권한이 “극히 미비”하다는 점도 개선 과제로 언급됐다.

금감원은 금융위원회와 함께 ‘지배구조 개선 TF’를 가동해 내년 1월까지 입법 개선 과제를 도출해 법안을 제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보고했다. 이 대통령은 “법률과 제도를 고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진 권한을 최소한으로 행사해서 아주 비정상적인 경우가 발생하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주문했다.

금감원 측은 현장에서 거론되는 일부 금융지주사에 대해 산하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한 검사 착수를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정부가 ‘관치금융’ 논란을 의식해 직접 개입을 자제해 왔다는 점을 언급하면서도 “가만 놔두니까 부패한 이너서클이 생겨 소수가 돌아가며 지배권을 행사하는데 이것도 방치할 일은 아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