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커' 이상혁 "프로게이머 희망 자녀, 나도 선뜻 허락 안 할 듯"(종합)

정치

뉴스1,

2025년 12월 20일, 오후 03:17

김민석 국무총리가 20일 서울 국무총리공관에서 열린 '제7차 K-토론나라'에서 '페이커' 이상혁 선수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총리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5.12.20/뉴스1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 세계 챔피언이자 e스포츠 전설로 불리는 '페이커' 이상혁 선수가 20일 K-게임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게임이 단순히 오락이나 사람들에게 재미를 주고, 시간 때우기(용)보다는, 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주고 동기를 주고, 긍정적인 영향을 주면서 영화 같은 콘텐츠처럼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고, 그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선수는 이날 KTV 등을 통해 공개된 '제7차 K-토론나라'에서 김민석 국무총리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이 선수는 "처음 프로게이머가 됐을 때는 인식이나 제도가 미비했는데, 지금은 게임산업이 우리나라의 핵심산업으로 바뀌어가는 걸 보면서 인식이나 정책이 지금 굉장히 좋다"며 "게임산업적 관점에서는 우리나라 e스포츠가 세계에서 제일 잘하고, 많은 사람에게 인기 있고, 최근 개인적으로도 해외에서 인기가 많아지고 있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에 비해서 게임산업 자체에서 우리나라 게임은 아직 1등이 아닌 걸로 안다"며 "우리나라가 아무래도 양산형 게임이나, 사람들에게 인사이트를 주고 영감을 주는 게임보다는, 단기적인 수익에 급급한 게임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이 선수는 "최근에 한 20년 뒤 미래 상황을 시뮬레이션하는 콘솔게임을 했는데, 이건 우리가 가야 할 길에서 철학적인 고민을 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는 인사이트(통찰)를 받았다"며 "그게 인터랙티브 무비형 게임이었다. 게임을 하는데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영화를 보면 인사이트를 얻기도 하지 않나"라고 밝혔다.

이어 "양산형 게임은 가챠(뽑기) 게임, 뽑기를 하고 캐릭터를 성장시켜서 만족감을 얻는 게임은 그런 인사이트를 얻기가 어렵다"며 "스토리가 있고, 잘 만들어진 게임은 되게 리스크(위험)가 크다. 게임사 입장에서는 만들기도 어렵고, 수익성 내기도 어렵다"고 했다.

김 총리가 프로게이머의 길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이 선수가 했던 고민과 프로게이머가 되고자 하는 자녀를 둔 부모들의 걱정에 대해 질문을 던지자, 이 선수는 본인도 직업 선택 시 학업포기와 소득 등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면서 게임 분야에서 성공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부모들의 걱정은 타당하다고 공감했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20일 서울 국무총리공관에서 열린 '제7차 K-토론나라'에서 프로게이머 '페이커' 이상혁 선수와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총리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5.12.20/뉴스1

이 선수는 프로게이머가 되기로 한 후 가족들의 지지를 받았다면서도 "내가 부모라면 자녀가 뭘 하고 싶어 하고, 왜 하고 싶어 하는지 궁금해하겠지만, 현실적인 문제니까 타협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며 "선뜻 허락해 주진 않을 것 같다, 저 같아도"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 선수는LoL e스포츠팀 T1의 주장으로서 리더 역할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리더 스타일은 아니지만, 이기기 위해 우리팀을 다독일 필요가 있어서 리더가 되려면 뭐가 필요한지 책도 읽고 고민했다"고 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건 내가 신뢰가 있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하고, 플레이도 연습도 앞장서서 잘하고 일상에서도 도움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신력 관리에 대해서는 "천성이 차분한 편인데, 게임을 하다 보면 감정적일 때가 있어서 책으로 공부를 많이 했다"며 "결과가 안 좋게 나오더라도 괜찮다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결과는 제가 정할 수 없기에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이 선수는 "프로생활 13년의 중반 정도부터 책을 많이 읽었는데, 처음에는 고등학교 중퇴도 했고, 머리에 무엇을 좀 넣어야겠다는 생각(이었다)"이라며 "읽다 보니 재미도 있고, 마음이 편해지고, 책에서 게임에 적용할 수 있는 게 있고, 생각 범위가 커지는 느낌이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라는 책을 추천하기도 했다.

멘토로는 '할머니와 아버지'를 꼽았다. 이 선수는 "할머니는 '남에게 베풀며 살아야 한다, 남 탓하면 안 된다'는 말씀을 많이 했고, 매일 아침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사진을 보내주신다. 제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치관이 됐다"고 말했다.

팬들에 대해서는 "팬의 사랑과 관심을 받는 게 프로게이머를 하는 목표이자 목적이 됐다"며 "팬들은 저의 의미"라고 했다.

이날 방송은 김 총리가 질문하고 이 선수가 답하는 '총리의 인터뷰'로, 촬영은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진행됐다.

이 선수는 지난 11월 초 국제대회에서 통산 6회 우승을 기록하며 LoL e스포츠 사상 최초로 쓰리핏(3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김 총리는 K-게임을 세계에 알린 이 선수와의 대담을 통해 평소 관심을 갖고 있던 게임산업과 K-문화의 성장 방안을 모색하고자 이번 만남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lg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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