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0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12·3 윤석열 비상계엄 등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제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안(대안)에 대한 수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마친 후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2025.12.23/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더불어민주당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내란전판법) 처리 강행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4시간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에 나서 역대 최장 필버 기록을 세웠다. 제1 야당 대표의 헌정사상 첫 필버에서다.
장 대표는 내란전판법이 본회의에 상정된 전날(22일) 오전 11시 40분 필리버스터를 시작해 24시간이 지난 이날 오전 11시 40분 토론을 종료했다.
전날 더불어민주당이 토론 시작과 동시에 '무제한 토론 종결 동의서'를 제출하면서, 이날 11시 40분을 기해 장 대표의 필리버스터는 자동 종료됐다.
이날 오전 5시 3분 같은 당 박수민 의원이 세운 17시간 12분 기록을 돌파하자, 본회의장에서는 "기록 깼습니다"라는 발언과 함께 박수 소리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제1 야당 대표의 필리버스터는 헌정사상 최초의 기록이다. 여기에 24시간을 채우면서 국내 최장 기록도 같이 갈아치우게 됐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이 제출한 필리버스터 종결 동의서에 따라 세계 최장 기록에는 도전하지 못했다. 현재 세계 최장 기록은 24시간 18분으로 지난 1957년 민권 법안 반대 토론에 나선 미국의 스트롬 서먼드 상원의원이 세웠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0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12·3 윤석열 비상계엄 등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제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안(대안)에 대한 수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마친 후 의원들과 포옹하고 있다. 2025.12.23/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장 대표는 24시간 토론 내내 내란전판법의 위헌성을 집중적으로 지적했다. 법안을 지적하는 언론사의 사설도 낭독했다.
그는 "비상계엄 내란특별재판부는 이름을 무엇이라고 부르든 반헌법적인 특별재판부다. 다수당이 판사를 입맛대로 골라 특정 사건을 맡겨서 원하는 재판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며 "민주주의 국가, 법치주의 국가에서는 있을 수도 없고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국민들을 향해서는 "이 법을 영원히 기억해 두시고 조금 있으면 이뤄질 표결에서 어떤 의원들이 찬성표를 던졌는지 영원히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법에 의해 사법부를 장악하고, 법에 의해 국민의 삶을 파괴하고, 법에 의해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법에 의해 인권을 짓밟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소리 없는 계엄이다"라며 "이제 우리는 소리 없는 계엄이 일상이 된 나라에서 살고 있다"고 민주당을 비판하기도 했다.
또 더불어민주당이 법안을 강행 처리하려는 의도에는 민주당이 '내란 프레임' 공세가 실패할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이 법을 통과시키려는 이유는 분명하다. 내란몰이가 실패할 것이 두렵기 때문"이라며 "내란몰이가 정당한 것이라면 특별재판부가 왜 필요한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서는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는 필리버스터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헌법수호 의지가 있다면 이 법이 통과되더라도 반드시 재의요구권을 행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는 토론대에 오르며 성낙인 전 서울대 총장의 '헌법학',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알렉시스 드 토크빌의 '미국의 민주주의', 프리드리희 하이에크의 '자유헌정론', 스티븐레비츠키·대니얼 지블랫의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등을 함께 들고 나왔다.
필리버스터에서 장 대표는 졸음을 참기 위해 지압 마사지기를 계속해서 쥐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건용 원내대표실 국장은 장 대표가 쥐었던 지압볼 사진을 페이스북에 게시하며 "이재명 정권의 8대 악법 저지를 위해 필리버스터 24시간 사투를 벌인 진정성"이라며 "고생 많으셨다"고 했다.
이건용 국민의힘 원내대표실 국장 페이스북 캡처
장 대표의 필리버스터를 두고 당내에서도 "국민의힘이 야당의 면모를 보였다"며 긍정적 평가가 잇달았다.
우재준 최고위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최장시간 뿐 아니라 내용 또한 사법부에 대한 애정과 우려가 충분히 전달되는 명연설"이라며 "역사적인 정치인들의 단식투쟁에 비견될 만큼의 결기와 책임감이 느껴졌다"고 했다.
여권에서도 '정치적 승부수'라는 평가가 나왔다.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KBS라디오에 출연해 "장 대표가 정치적인 승부수를 나름대로는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한동훈 대표하고의 갈등 이런 게 증폭되고 있는데, 그렇게 보면 본인이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루 거의 24시간 가까이 될 정도로 지금 필리버스터를 혼자 진행하고 있는 모습은 굉장히 나름대로는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필리버스터를 중계하는 당 유튜브 채널에는 오전 11시 35분 기준 역대 최다인 1만여명이 몰리기도 했다. 필리버스터 진행 중 유튜브 구독자도 50만 명을 넘어섰다.
다만 같은 당 박정하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그래도 대표가 다른 일을 하는 데 시간을 좀 더 써주면 좋지 않을까. 서너 시간 굵직하게 얘기하고 오히려 다른 일을 좀 더 고민하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당 지도부는 이날부터 시작된 허위조작정보 근절법 필리버스터까지 동력을 이어간다는 의지다. 현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수진 의원이 첫 주자로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0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12·3 윤석열 비상계엄 등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제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안(대안)에 대한 수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2025.12.23/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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