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최장 필버…장동혁 대표, 내란재판부 막기 위해 하얗게 불태웠다

정치

이데일리,

2025년 12월 23일, 오후 03:20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제1야당 대표로 헌정 사상 처음으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에 나서 24시간 최장 필리버스터 기록을 세웠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12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12·3 윤석열 비상계엄 등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제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에 대한 무제한 토론을 하고 있다.(사진 = 연합뉴스)
23일 장동혁 대표는 전날 오전 11시40분께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내란·외환·반란 범죄 등의 형사 절차에 관한 특례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시작해 밤을 꼬박 새워 이날 오전 11시40분까지 총 24시간 발언했다. 민주당이 전날 국민의힘 필리버스터 시작과 동시에 필리버스터 종결 동의안을 제출해 더 이상 발언을 할 수 없어서다. 필리버스터는 24시간 이후 전체 재적의원의 5분의 3(179명) 이상이 동의하면 중단시킬 수 있다.

이로써 장 대표는 종전 필리버스터 최장 기록인 같은 당 박수민 의원의 17시간 12분 기록을 훌쩍 넘겼다. 장 대표 필리버스터 시간은 세계 최장 필리버스터 시간에 18분 적은 수준이다. 미국 스트롬 서먼드 민주당 상원의원은 1957년 민권법안 반대를 위해 24시간 18분간 반대 토론을 이어가 세계 최장 필리버스터 기록을 쓴 바 있다. 그는 성경, 독립선언서, 조지 워싱턴의 퇴임 연설문 등을 낭독하며 반대 발언을 이어갔다. 다만, 그의 필리버스터는 인종 차별 정책을 지키기 위한 목적으로 역사적 평가는 부정적이다.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은 내란전담재판부를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등법원에 각각 2개 이상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 판사회의가 전담재판부 구성 기준을 마련한 뒤 해당 법원의 사무분담위원회가 판사 배치안을 정하고, 이를 판사회의가 의결하는 절차 등을 밟도록 했다.

장 대표는 반대 토론에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위헌성을 집중 부각했다. 이를 위해 △헌법학(성낙인) △자유론(존 스튜어트 밀) △미국의 민주주의(알렉시스 드 토크빌) △자유헌정론(프리드리히 하이에크)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스티븐 레비츠키·대니얼 지블랫) 등 5권을 들고 들어가 책을 인용하고 언론 사설 등도 읽어 내려갔다.

그는 “내란전담재판부는 계엄을 내란으로 단정하고 결론을 꿰맞추기 위해 재판부를 입맛대로 골라 사건을 특정 재판부에 맡기겠다는 것”이라며 “법에 따라서 사법부를 장악하고 법에 의해 국민 삶을 파괴하고 국민 인권을 짓밟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소리 없는 계엄”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위헌성을 최소화했다는 개정안에 대해서도 “똥을 물에 풀어도 된장이 되지 않는다”면서 “이 법안이 통과되면 이재명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장 대표를 격려했다. 본회의장에 있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치고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지도부와 의원들은 장 대표의 등을 두드리고 악수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장 대표 필리버스터를 두고 “대단한 정신력이고, 악전고투·분골쇄신”이라며 “사법부의 독립과 삼권분립, 헌법 가치를 훼손하는 사법파괴 5대 악법 저지에 당력을 집중하겠다는 우리 당의 강력한 의지를 당 대표 스스로 몸소 실천해 보인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다만 친한계 박정하 의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안쓰럽고 수고한다는 마음은 드는데 대표가 다른 일을 하는 데 시간을 좀 더 써주면 좋지 않을까 한다”면서 “한 서너 시간 정도 해서 굵직하게 얘기하고 그 시간에 오히려 차라리 다른 일을 좀 더 고민하면 좋지 않았을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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