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내린 용산, 다시 청와대…3년 반만에 대통령 복귀

정치

뉴스1,

2025년 12월 25일, 오전 05:30

대통령실이 청와대 순차 이전을 진행 중인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바라본 청와대 모습. 대통령실은 이번 달 말까지 청와대 이전을 마칠 예정이다. 2025.12.21/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대한민국 대통령이 3년 반만에 청와대로 돌아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달 말 청와대로 복귀하면서 '용산 대통령실' 시대는 짧게 막을 내린다. 대통령을 상징하는 '봉황기'도 29일 0시를 기해 청와대에 게양된다.

일제 총독 관저, 경무대에서 개명…'尹 탄핵' 다시 청와대 시대
청와대는 영욕의 근현대 한국사 속에서 최고 권력자의 집무 공간을 상징했다. 1939년 일본 제국주의 총독 관저로 사용된 청와대는 광복 이후엔 미군정 사령관의 관저로 변모했다.

1948년 이승만 대통령이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함께 '경무대'란 이름으로 집무실 겸 관저로 사용한 이래 2022년 5월까지 대한민국 정부 수반의 집무 및 거주 공간으로 이용됐다.

1960년 윤보선 당시 대통령이 경무대 본관의 청기와 지붕에 착안해 개명하면서 1961년 1월 1일부터 현재 이름인 '청와대'로 불리었다. 4·19 혁명 직후 혼란상 속 경무대의 부정적 이미지도 개명의 요인으로 꼽힌다.

관저와 집무 공간이 혼용되던 청와대는 1991년 노태우 전 대통령이 관저와 집무실을 분리하는 공사를 진행하면서 지금의 업무공간 모습으로 바뀌었다. 이때 브리핑과 언론인 취재 공간인 '춘추관'도 신축됐다.

광화문 조선총독부 건물을 허문 김영삼 전 대통령때는 일제 총독의 잔재로 여겨진 청와대 구 본관 건물도 함께 철거됐다. 노무현 정부때는 박정희 정권 시절 만들어진 지하 대피시설을 수리해 국가위기관리센터 상황실이 들어섰다.

대한민국 행정부 수반을 상징하던 청와대는 2022년 3월 20일 윤석열 당시 대통령 당선인의 용산 이전 발표로 막을 내리는 듯 했다. 윤 전 대통령은 5월 10일 취임과 동시에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해 집무를 보기 시작했고, 청와대는 민간에 전면 개방됐다.

과거의 유물로 남는 듯했던 청와대는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로 또 한번의 터닝포인트를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이 탄핵돼 물러나면서 취임한 이재명 대통령은 청와대 복귀를 선언했다.

기자회견장과 기자실이 위치한 춘추관은 이미 이전을 완료해 업무에 돌입했다. 지난 22일 첫 브리핑도 진행됐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을 상징하는 봉황기가 게양되는 오는 29일을 전후한 시점 청와대 입성이 예상된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참모들 곁에 집무실 차린 李대통령…세종 이전 예고
청와대는 크게 본관과 비서동인 여민 1~3관, 영빈관, 춘추관과 상춘재, 대통령 관저 등으로 구분된다.

이 대통령의 집무실은 본관에 위치해 있다. 그러나 참모들 전언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비서진이 위치한 여민관 내 별도 집무실에서 주로 업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여민1관에 대통령 집무실과 함께 비서실장, 정책실장, 국가안보실장 등 3실장 집무실이 집결해 있다. 같은 건물을 쓰며 언제든 소통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의중이 담겨 있다고 한다. 아울러 대통령 행사와 메시지를 담당하는 의전비서관실, 연설비서관실도 함께 배치됐다.

여민2관에는 국정상황실과 민정수석실, 3관에는 국가안보실과 홍보소통수석실이 각각 둥지를 튼다. 여민 1·2·3관이 지근거리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만큼 이 대통령 호출 즉시 대응이 가능한 구조이다.

청와대 이전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이후엔 1978년 준공된 영빈관의 새단장 가능성도 거론된다. 대규모 외빈 행사를 치를 시설이 마땅치 않아 윤석열 정부 시절에도 활용돼온 영빈관은 시설 노후화가 지적되고 있다.

대통령 관저는 이전 시점이 아직 불투명하다. 지난 정부 청와대 개방 시기 관저가 방치되면서 훼손 상태가 심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수 공사가 한창이어서 내년 상반기 중 이전이 예상된다.

청와대 시대가 다시 열렸지만 영속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전과 이후 일관되게 세종 집무실 건립될 때까지만 청와대에 머물겠다는 입장을 강조해왔다. 이번 청와대 이전도 미군 부대와 인접한 용산 대통령실이 개활지인 점 등 안보 여건을 고려해 결정한 임시방편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업무보고에서 "제가 용산(대통령실)을 갔다가, 청와대 잠깐 갔다가, 퇴임식은 세종에서 하게 될 것 같다고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2030년에 행복청에서 대통령 집무실을 지으면 잠깐 얼굴만 보고 가는 건가"라며 "좀 더 서둘러야 할 것 같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수도 이전과 맞물린 세종 집무실 현실화까진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아직 세종 부지 공사가 초기 단계인데다, 수도 이전 문제는 헌법 개정이 전제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지난 8일부터 시작된 청와대 이전 작업을 이르면 이달 내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의전실과 부속실 등을 제외한 일부 수석실은 이미 청와대 이전 작업을 마친 상황이다. 이 대통령도 청와대에서 내년 새해 업무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전망이다. 청와대는 크게 △본관 △여민관(1~3관) △영빈관 △춘추관 △관저 △상춘재 등으로 구성된다. 청와대 본관은 대통령 집무와 외빈 접견에 사용되며, 여민관은 비서실 등 참모진의 집무 공간이다. 춘추관은 출입기자실로 활용된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실 3실장(비서실장·정책실장·안보실장) 집무실이 있는 여민1관에도 대통령 집무실을 마련했다. 여민관에서 일하는 참모진들과의 소통을 강화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여민관에 집무실을 따로 마련한 바 있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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