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철 방위사업청장은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의 결정과 관련해 지난 24일 공개 브리핑에서 “법률상 사업추진방안을 포함한 사업계획의 심의·의결권은 방추위에 있다”며 “방사청은 방추위가 상충하는 법익을 비교형량해 적정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성심껏 지원하는 역할을 했다”고 했다. 이번 결정은 방사청이 아닌 국방부 장관과 각군 참모차장, 민간위원 등으로 구성된 방추위의 판단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러나 방사청의 사업관리가 미흡했다는 비판을 받는게 사실이다. 방사청은 KDDX 기본설계 사업 당시 HD현대중공업의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형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입찰 절차를 강행했다. 또 입찰 직전 ‘사업수행성실도’ 평가 항목을 수정해 특정 업체를 유리하게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례적으로 복수 업체가 방산업체로 지정되는 과정에서도 명확한 문제 제기나 정책적 대응을 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용철 방위사업청장이 지난 24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추진방안 결정 내용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방사청이 경쟁입찰을 통해 사업비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방산업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사업이 이미 수년째 지연되며 전체 비용이 증가한 상황에서 경쟁을 통해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이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것이다.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경쟁입찰은 저가 수주를 유도하고, 그 부담이 기자재 업체와 중소 협력업체로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며 “함정 개발 특성상 시제함 완성 전까지는 사업비를 특정하기 어려운데, 추정 원가를 기준으로 경쟁을 시킬 경우 향후 비용 초과나 기술적 문제의 책임이 업체에 집중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쟁 방식이 과연 최선이냐는 근본적인 문제 제기도 나온다. KDDX는 단순히 배 한 척을 더 건조하는 사업이 아니라, 30건이 넘는 신기술을 하나의 플랫폼에 통합하는 고난도 사업이다. 대한민국 방산업계가 처음 도전하는 이 같은 사업은 개별 기업의 역량만으로 감당하기 어렵고, 국가 차원의 조정과 역할 분담이 필수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그럼에도 현행 방산제도는 신기술 개발 단계와 양산 단계를 구분하지 않은 채 경쟁 원리를 일괄 적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쟁 원리의 제한적 적용과 고도화된 전문화·계열화 재도입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해외 주요 방산국들은 고도화된 전문화·계열화 체계를 통해 각 기업의 강점을 명확히 구분하고, 이를 바탕으로 해외 시장에서는 하나의 통합 체계로 경쟁하고 있다”며 “과도한 내부 경쟁을 줄이면서, 신기술 개발과 수출 경쟁을 동시에 고려한 새로운 방산제도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