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감사원장이 부여받은 임무는 매우 막중하다. 감사원이 ‘헌법기관이라서’ 라는 단순한 이유가 아니라 정말 말 그대로 ‘위기상황’이기 때문이다. 정권이 바뀌면 어느 부처나 요동이 나타나고 전 정권때 추진했던 과제들을 후순위로 미루는 등의 변화는 불가피하지만 감사원은 유독 심했다. 진보정권이든 보수정권이든 정권만 바뀌면 휘둘리고 휘어졌다.
문재인 정권 시절엔 취임 2주 만인 2017년 5월 ‘4대강 사업의 정책 결정과 집행 과정에 대한 정책감사’를 수행하며 ‘4대강 사업은 홍수 예방 효과가 없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에는 더욱 노골화됐다.
감사원은 2022년 9월 착수한 ‘주요 국가 통계 작성 및 활용 실태’ 감사를 통해 문재인 정부가 집값·소득 관련 통계 작성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결론 내렸다.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과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정식 배치 고의 지연, 서해 피격 사태 관련 감사도 마찬가지였다. 표적감사와 정치감사에 대한 지적에도 감사원은 정권의 수요에 맞춰 움직였다. 직무상 독립과 정치적 중립을 보장받는다는 ‘감사원법’은 유명무실했고 정권이 바뀌면 감사결과까지 뒤집혔다.
내부도 어수선해졌다. 윤석열 정부 시절 감사를 주도한 유병호 전 감사위원이 소위 ‘타이거파’라는 자신의 측근을 요직에 앉혔다가 정권이 바뀌며 난처한 상황이 됐다는 소식들이 들려왔다. 유 전 위원은 최재해 감사원장의 퇴임식에 ‘세상은 요지경’ 노래를 틀고 정상우 신임 사무총장에 엿을 보내며 최근 이재명 정권에서 추진하는 쇄신 태스크포스(TF)에 격렬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최근 감사원은 정책감사 폐지 규범을 발표하고, 회계검사나 직무감찰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실효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정권에 휘둘리지 않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의지만큼은 충분히 높이 평가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취임하는 김 위원장의 방향성은 여느 때보다 중요하다.
김 위원장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회장 출신이다. 현 정부 주요인사들에 민변 출신이 포진하며 ‘파벌’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게 사실이다. 현 시점에서 감사원의 중립성 가치를 다시 세울만한 적임자인가에 대해 의아할 수밖에 없다. 청문회에서 야당이 소리를 높였던 이유 역시 이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인사청문회에서 “감사원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감사위원회가 법과 원칙에 따라 운영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고 감사원 사무처 직원들이 감사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외압에 흔들리지 않도록 이끌겠다”며 “자정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약속대로 ‘독립성’과 ‘중립성’이라는 핵심가치를 감사원에 다시 심길 바란다. 감사 결과를 뒤집고 정권에 휘둘리던 감사원이 이번에도 제대로 서지 못한다면 다음엔 존재 자체의 의미부터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
김호철 감사원장이 29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