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패싱'하고 대통령에 '처' 승격 조르는 방사청[김관용의 軍界一學]

정치

이데일리,

2026년 1월 03일, 오전 08:00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방위사업청이 국방부 산하 조직을 벗어나 ‘국가방위자원산업처’(가칭)로의 개편 필요성을 이재명 대통령에게 직접 건의했습니다. 이에 더해 방사청은 최근 ‘범정부 안보장비 통합 획득 및 관리방안 연구’ 용역을 발주했습니다. 여러 부처에 분산된 안보장비의 획득·유지·관리 체계를 방사청 중심으로 일원화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지난 달 18일 국방·방산 분야 업무보고에서 이용철 방사청장은 방사청을 현행 ‘청’에서 ‘처’로 승격하고, 명칭을 국가방위자원산업처로 바꿔 총리실 소속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국방부 산하 무기 획득 기관의 틀을 넘어, 전 부처에 흩어진 방위·안보 자산을 통합 관리하는 상위 행정 조직이 필요하다는 주장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달 1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국방부·국가보훈부 업무보고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방사청 “국가방위자원산업처 승격 필요”

방사청장의 건의는 일견 타당해 보입니다. 국제 방산 환경이 급변하면서 단순 무기 구매·조달 중심의 행정 체계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절충교역, 기술 이전, 현지 생산, 외교·산업 연계가 결합된 현재의 방산 수출 구조상 국방부 단독 관할 체계는 구조적으로 비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이 청장은 “방사청 출범 당시에는 획득 중심 조직이었지만, 이제는 국정 과제 자체가 ‘방산 4대 강국’으로 전환됐다”며 “구매·연구개발·수출이 균형 있는 사업 축이 된 만큼 이에 맞는 행정 체계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과거에는 방산 수출이 획득의 파생 기능으로 취급됐지만, 이제는 연구개발·구매와 동등한 정책 축으로 격상됐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전 부처의 역량을 조정·결집할 수 있는 상위 행정 체계가 필요하다는 논리로 처 승격을 제안했습니다.

방사청의 주장에는 정책적 명분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군용 및 관용 헬기 사업의 통합 관리입니다.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은 국내 개발 헬기로 2012년 육군에 첫 인도 이후 약 250여 대가 전력화되며 대한민국을 세계 11번째 헬기 개발국으로 올려놨습니다. 수리온은 병력·화물 수송용 기동헬기를 넘어 해병대 상륙기동헬기 ‘마린온’, 의무후송헬기 ‘메디온’ 등으로 파생됐습니다.

현재도 해병대 상륙공격헬기와 해군 소해헬기 개발이 진행 중입니다. 이라크 수출 계약을 체결하며 최초 수출 성과도 냈습니다. 관용 헬기 분야에서도 수리온은 경찰·해경·소방·산림청으로 운용 범위를 넓혔습니다. 현재까지 도입했거나 도입 예정인 관용헬기용 수리온은 경찰 14대, 해경 9대, 산림청 4대, 소방청 8대 등 총 35대입니다.

그러나 전체 관용헬기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여전히 낮습니다. 경찰청은 23대를 운용하면서 5종의 외산 헬기를 혼용하고 있고, 해경은 5개 기종 21대, 산림청은 6개 기종 50대, 소방청은 9개 기종 33대를 운용 중입니다. 기종 난립으로 인한 유지·정비 비용 증가와 운용 비효율이 지속적으로 지적되는 이유입니다. 방사청은 이러한 구조를 국가방위자원산업처 체계에서 통합 발주·통합 획득으로 전환할 경우, 군과 관용 헬기를 아우르는 표준화·공동 정비·R&D 효율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 기반의 관용헬기 모습이다. 앞에서 순서대로 해경, 산림, 경찰, 소방 헬기 (사진=KAI)
◇범정부 안보장비 획득·관리 기관 시동

해양경찰 함정 역시 전시 동원 가능 자산이라는 점에서 군용 함정과의 통합 발주 가능성이 있습니다. 평시에는 치안·수색·구조 임무를 수행하지만, 유사시에는 군사 작전에 연계될 수 있는 만큼 선체 설계·엔진·센서·통신 체계를 일정 부분 표준화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국가방위자원산업처 구상은 이러한 헬기·함정 등 안보 자산을 ‘국가 방위자원’으로 묶어 통합 관리·획득하자는 발상에서 출발합니다. 방사청은 이를 통해 중복 투자를 줄이고, 국내 조선·항공 산업 등의 생산 안정성과 수출 경쟁력까지 동시에 높일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 청장은 이 대통령의 소방 R&D 발언도 중요한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소방청 업무보고에서 “위험한 화마 속에 사람이 장비를 메고 들어가야 하느냐”며 로봇 소방 등 첨단 기술 개발 필요성을 언급했고, 방사청 산하 국방과학연구소(ADD)와의 공동 연구개발 가능성을 제안했습니다.

이 청장은 “전 부처에 흩어진 헬기·함정·재난 대응 자산을 통합적으로 관리한다면 ADD와 소방청 간 R&D 협업 문제도 자연스럽게 풀릴 수 있다”며 국가방위자원산업처의 기능적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이같은 방사청의 구상은 단순한 문제 제기에 그치지 않는듯 합니다. ‘범정부 안보장비 통합 획득 및 관리방안 연구’ 용역을 발주해 실행 단계에 들어간 정책 구상임을 드러냈습니다.

그동안 재난·치안·국경관리·시설 보호 등 국가 안보와 관련된 부처들이 유사한 장비를 각자 구매하면서 소량 조달에 따른 단가 상승, 제각각인 계약·인증 기준, 중복된 정비·보급 체계가 누적돼 왔다는 지적이 제기된게 사실입니다. 방사청은 무기체계 전문기관으로서 장비 획득과 관련한 조직·출연기관을 갖춘 만큼, 정부 장비를 묶어 사들이면 규모의 경제를 통한 도입 단가 인하와 협상력 제고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는듯 합니다.

이용철 방위사업청장이 2일 청 개청 20주년 기념행사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이 청장은 이날 기념사에서도 ‘국가방위자원산업처’로의 승격 필요성을 강조했다.(사진=방사청)
◇이랬다 저랬다 방사청, 조직 키워달란 요구만

조직 개편의 필요성 자체에 대한 공감대와는 별개로, 국방부 내에선 추진 방식에 대한 불만이 감지됩니다. 방사청이 국방부와의 충분한 내부 협의 없이 대통령 업무보고 자리에서 직접 처 승격과 소속 재편을 언급했기 때문입니다. 국방부 입장에서는 기정사실화 압박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제가 의원 시절에 방위사업청을 보존하고 지키기 위해 아주 심혈을 기울였다”며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않았습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업무를 조정하고 소속을 바꾸자는 이야기인데, 내부 토론은 아직 안 해본 것이냐”면서 “오늘 여기서 결정할 사안은 아니고, 국방부와 함께 논의해보라”며 즉각적인 판단은 유보했습니다.

단, 이 대통령이 “하나의 무기체계를 한 부처가 혼자 할 수 있는 시대는 아니다”고 강조한 만큼, 방산 수출 확대, 국가 안보 자산 통합, R&D 협업이라는 구조적 변화 요구는 분명합니다. 국방부·방사청·관계 부처 간 조직과 기능 재편을 둘러싼 논의는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하지만 되돌아 볼 점은 방사청이 그만큼 전문성이 있느냐는 점입니다. 본연의 임무인 획득 업무에서도 지침이나 행정처분 검토 등을 미리 하지 않고 있다 문제가 생기면 땜질식 처방으로 모면해 왔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특정기업에 대한 제재 조치도 스스로 번복했다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에 처해 있는게 방사청 자화상입니다. 그런데도 연구개발·국가방위자원 획득·산업 생태계 활성화·수출·산업협력까지 책임지는 몸집만 키우는 꼴이 되지 않을지 우려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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