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인사 아닌 누적된 선택…‘보수 장관’에 담긴 李의 실용주의[통실호외]

정치

이데일리,

2026년 1월 03일, 오전 08:00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이번 주 보수 인사로 알려진 이혜훈 전 의원을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해 정치권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청와대는 이번 인사의 배경으로 ‘통합’과 ‘능력’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대통령의 인사 철학이 그대로 반영된 결정이라는 설명입니다. 지명 직후 여의도에서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즉각적인 반응이 쏟아졌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새해 첫날인 1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참배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는 이 후보자의 과거 정치 이력을 두고 거부감을 드러내는 목소리와 함께, 통합에 방점을 둔 결정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하는 평가가 동시에 나왔습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 후보자를 제명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섰습니다. 인사 하나를 두고 정치권의 온도차가 극명하게 갈렸습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것은 지난달 28일이었습니다. 이 전 의원은 한나라당 3선 의원 출신으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 KDI(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 등을 지낸 경제·예산 분야 전문가입니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지명한 이유로 ‘통합’과 ‘실용’을 들었습니다.

이규연 홍보소통수석은 “대통령의 인사 철학은 통합과 실용이라는 두 축”이라며 “정당을 떠나 해당 분야의 전문성과 실무 역량을 기준으로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합리성과 전문성을 높이 평가한 인사”라며 “국정 운영 과정에서 통합의 힘과 실용의 힘을 더욱 키워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국가 재정 운용의 핵심 축인 기획예산처 장관 자리에 보수 정치인을 지명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었습니다. 역대 정부 역시 통합을 명분으로 상대 진영 인사를 영입한 사례는 있었지만, 대체로 상징적이거나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은 직위에 한정된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곳간 지기’로 불리는 핵심 부처 수장에 보수 정치인을 앉힌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결정은 즉흥적이거나 당리당략적 판단으로 볼 수 있을까요. 정치권 안팎에서는 그렇게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적지 않습니다. 이 대통령이 과거 성남시장, 경기도지사,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지내는 과정에서도 일관되게 실용주의적 인사 기조를 유지해왔기 때문입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경기도지사 시절 ‘김문수 장학생’으로 불리던 이민우 경기신용보증재단 이사장을 연임시킨 바 있습니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출신이나 정치 성향을 배제하고 실력과 실적, 성적으로 평가하고 그에 따른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이민우 이사장님이 이끄는 경기신용보증재단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어려운 이웃의 든든한 동반자로 우뚝 서길 기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대통령은 이후에도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표현을 반복하며 실용주의를 강조해왔습니다. 이러한 기조는 대통령 후보 시절에도 이어졌습니다. 상임 선대위원장으로 보수 책사로 불리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을 영입했고, 공동 선대위원장에는 통합과 중도 확장을 목표로 이석연 전 법제처장을 합류시켰습니다.

이 대통령이 제21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이후에도 이러한 인사 기조는 더욱 분명해졌습니다. 전임 정부 각료였던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연임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송 장관은 윤석열 정부 시절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했던 인물로, 유임 결정 당시에도 적잖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을 유임한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해석됐습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지명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제기됩니다.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외연 확장 전략이라는 분석부터, 이른바 ‘내란 옹호 세력’을 정치적으로 고립시키기 위한 포석이라는 시각까지 엇갈립니다. 다만 분명한 점은 이 대통령이 이제 집권 2년 차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입니다. 상징과 메시지의 정치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성과로 평가받아야 할 시점입니다.

제2, 제3의 이혜훈 후보자와 같은 인사가 추가로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제 중요한 것은 ‘누가 왔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해냈느냐’입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앞으로도 보수 인사를 기용하는 사례는 나올 수 있겠지만, 결국 실력으로 보여줘야 할 때”라고 밝혔습니다. 통합과 실용이라는 인사 철학이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국정 성과로 증명될 수 있을지, 그 시험대는 이미 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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