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 주도권 확보를 위한 '공세적' 사고[김정유의 Military Insight]

정치

이데일리,

2026년 1월 11일, 오전 08:00

김정유 장군은 육군사관학교 44기로 임관해 군 생활 대부분을 정책 부서가 아닌 야전에서 보낸 작전 전문가다. 한미연합사 작전참모처장, 제17보병사단장, 합동참모본부 작전부장 등을 역임하고 2021년 육군 소장으로 전역했다. 이 연재는 필자가 대한민국 군에 몸 담고 있는 동안 발전시키지 못했던 한국군의 작전적 사고 부재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한다. 20회에 걸쳐 미국·독일·이스라엘·일본의 작전적 사고 사례를 차례로 검토하고, 한국의 고대·현대 사례를 입체적으로 재구성해 무엇을 계승하고 무엇을 버려야 하는지 논증할 예정이다. 국가별 작전적 사고를 비교·분석해 미래전 양상에 부합한 한국군의 작전적 사고를 제안한다. <편집자주>


‘공세’라는 단어는 한국군 담론에서 늘 불편한 위치에 있었다. 확전의 위험, 공격적 성향, 정치적 부담이라는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전적 사고의 차원에서 공세를 이렇게 이해하는 것은 본질을 놓치는 해석이다. 공세는 먼저 쏘는 행위가 아니라, 전쟁이 어떻게 시작되고 어떻게 끝날지를 먼저 규정하려는 사고의 방향이다. 그리고 한반도라는 전장에서 이 사고는 선택이 아니라 조건에 가깝다.

◇공세는 공격이 아니라 ‘전장 주도권’ 문제

작전적 사고에서 공세란 공격성과 동일하지 않다. 그것은 병력을 앞세워 돌진하는 태도가 아니라, 시간·공간·효과의 주도권을 누가 쥐고 전장을 설계하느냐의 문제다. 방어와 대응을 출발점으로 삼는 사고체계는 필연적으로 상대의 행동 이후에 움직이게 된다. 이는 결심이 늦어지고, 전장의 구조를 상대가 먼저 고정하도록 허용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반대로 공세적 사고는 상대의 행동을 기다리지 않는다. 전쟁이 벌어질 경우 어떤 지점이 가장 먼저 마비되어야 하는지, 어떤 효과가 전쟁의 흐름을 결정하는지를 사전에 규정한다. 공세란 먼저 때리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선택할 수 있는 행동의 폭을 먼저 제한하는 사고다.

한반도는 구조적으로 수세적 전장이다. 종심은 짧고, 수도권은 전방과 밀접해 있으며, 전선과 후방의 구분은 희미하다. 전략적 완충 공간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환경에서 방어는 결코 안전한 선택이 아니다. 오히려 수세는 전장을 좁은 공간에 가두고, 결심의 여지를 스스로 축소시키는 가장 위험한 선택이 된다. 이 때문에 한반도에서의 작전적 사고는 역사적으로 항상 공세적 성격을 띠어 왔다. 이는 공격적 성향의 발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합리적 선택이었다. 수세적 조건 속에서 공세적 사고가 등장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한국군 전통 속의 공세적 사고

한국군의 역사 속에서 공세는 언제나 열세 상황에서 등장했다. 고대와 중세의 전쟁에서, 수적으로나 지리적으로 불리한 조건 속에서도 기동과 결심을 통해 전장의 흐름을 바꾸려는 시도가 반복되었다.

항일무장투쟁 역시 열세 속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공세적 사고의 연속이었다. 한국전쟁에서도 초기의 수세를 극복한 것은 방어가 아니라, 제한된 자원을 집중해 반격의 기회를 창출하려는 공세적 결심이었다. 베트남전에서 한국군이 보여준 작전 방식 역시 병력 소모보다 시간과 효과를 중시한 공세적 사고의 발현이었다.

특히, 낙동강 방어선에서 반격의 기틀을 마련한 백선엽 장군의 결단이나, 베트남전에서 적의 심장부에 중대 전술기지를 운용하고 능동적으로 적을 찾아 나섰던 채명신 장군의 작전은 한국군 DNA에 ’공세적 정체성‘이 깊게 각인되어 있음을 증명한다.

이 모든 사례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공세는 항상 열세를 극복하기 위한 사고로 등장했다는 점이다. 공세는 강자의 특권이 아니라, 약자가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사고였다. 이러한 공세적 야성은 단순히 용기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적이 원하는 전장에서 싸우지 않고, 우리가 설계한 전장으로 적을 끌어들인다‘는 작전적 사고의 정수였다. 전편에서 제시했던 ’공세적 합동 전영역 효과우선작전‘, 즉 OJADEO(오자데오)는 이러한 우리 군의 역사적 자산을 현대의 초복합 전장에 맞게 진화시킨 결과물이다.

◇공세는 생존의 최소 조건이다

우리가 앞서 살펴본 주요 강대국들의 사례는 공세적 사고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임을 보여준다. 미군의 JADO(합동전영역작전)는 영역 간의 장벽을 허물어 적보다 빠르게 전 영역에서 효과를 창출하려는 시도는 본질적으로 적의 OODA 루프를 앞지르려는 공세적 속도전이다.

중국의 체계대항전은 적의 정보·지휘 체계를 선제적으로 봉쇄하여 전쟁수행시스템 전체를 마비시키려는 공세적 사고의 전형이다. 이스라엘의 선제적 주도권은 지리적·인구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항상 전장의 구조를 먼저 설계하고 적의 허를 찌르는 이스라엘의 작전적 사고는, 우리가 마주한 ’연동된 위기‘ 속에서 한국군이 가져야 할 태도가 무엇인지를 시사한다.

15편에서 규정한 미래 한반도의 전쟁 양상, 즉 연동된 위기 속에서 전개되는 초복합적 전쟁은 공세적 사고의 필요성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핵 위협과 비대칭 수단, 사이버·전자전, 드론과 무인체계가 결합된 초복합전쟁에서는 결심의 속도가 전쟁의 승패를 좌우한다. 상대의 행동에 반응하는 사고는 핵 위협과 인지전에 의해 쉽게 마비된다. 결심을 미루는 순간, 전쟁의 구조는 상대에게 넘어간다.

미국의 전략가 데이비드 뎁툴라(David Deptula)가 강조했듯 공세의 본질은 적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마비(Paralysis)시키는데 있다. 미래전에서 공세란 더 많은 화력을 투입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상대가 결심할 시간을 주지 않는 것, 그리고 전쟁이 확산되기 이전에 종결의 조건을 만들어내는 사고다. 방어적 사고는 전쟁을 관리하려 하지만, 공세적 사고는 전쟁을 끝내려 한다.

필자가 제안한 한국군의 새로운 작전적 사고 체계 OJADEO에서 ’공세적‘을 의미하는 오펜시브(Offensive)가 가장 앞에 놓이는 이유는 단순하다. 공세가 빠진 합동과 전영역, 효과우선 개념은 작동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세가 없는 합동은 조율에 머물고, 공세가 없는 전영역은 분산으로 흩어진다. 공세가 없는 효과는 사후 평가로 전락한다. 공세는 나머지 요소를 작동시키는 점화 장치다. 공세적 사고가 있어야 합동 전력은 하나의 방향으로 묶이고, 전영역 자산은 동일한 목적을 향해 수렴되며, 효과는 결과가 아니라 출발점이 된다.

◇전작권 전환 이후 공세적 사고의 의미

전작권 전환 이후, 한국군은 단순한 지휘 주체가 아니라 전쟁의 구조를 설계하는 주체가 된다. 한국군이 주도적 역할을 맡아 주도권을 행사하려면 우리가 먼저 전장의 종심과 효과를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OJADEO는 미군의 자산(전영역 자산)을 우리가 설계한 효과에 맞춰 어떻게 융합하고 요청할 것인지에 대한 주도적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

OJADEO는 미군이 추구하는 효과중심과 전영역 통합이라는 언어를 공유하며, 여기에 공세적 설계라는 한국적 특수성을 더한다면 미군의 하이테크 전력을 우리의 작전적 설계안에 완벽히 녹여낼 수 있다. OJADEO는 전작권 전환이후 한국군이 미래 연합군을 지휘하기위한 지휘의 문법이다. 공세적 사고를 갖춘 전작권은 전장의 흐름과 종결을 주도할 수 있는 실질적 권한이 된다. 공세는 전작권 전환 이후 한국군이 설계자로 거듭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공세는 전쟁을 키우기 위한 사고가 아니다. 그것은 전쟁을 길게 관리하지 않기 위한 사고다. 수세적 전장에서 공세를 포기하는 것은 안전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주도권을 포기하는 것이다. 연동된 초복합전의 시대에, 공세는 더 이상 하나의 옵션이 아니다. 작전적 사고의 출발점이자, 전쟁을 조기에 종결하기 위한 유일한 조건이다.

다음 편에서는 이 공세적 사고가 왜 합동 전 영역이라는 형태를 취할 수밖에 없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공세가 방향이라면, 합동 전 영역은 그 방향을 현실로 만드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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