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언기 정치부 차장
AI와 첨단·신산업 육성에는 막대한 에너지가 소요된다. 대규모 반도체 단지나 데이터센터 등은 대량이면서도 안정적 에너지 공급이 필수적이다. 정부 구상대로라면 급증할 전기 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에너지 정책의 대변혁도 불가피한 셈이다.
정부는 화석연료와 LNG 등 저탄소연료 기반 발전,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원자력발전 등 주요 발전원 비율을 어떻게 확대·조정할 지를 두고 고심을 거듭 중이다. 구체적 로드맵을 짜고 있지만 명확한 방향성이 정해지지 않다 보니 산업현장에서 느끼는 불안감이 크다고 한다.
흔히 진보 정권은 탈원전 또는 원전 비중 축소를, 보수 정권은 원전 친화적 정책에 비중을 두는 모습을 보여왔다. 민주당 정권임에도 실용정부를 표방하는 이재명 정부는 '에너지 믹스'에 방점을 찍으며 기존 원전의 계속가동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에너지 수요를 감당해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선 여전히 물음표가 붙는다. 신재생에너지 확대는 익히 예상되지만, 기후 여건 등에 따라 부침이 심한 만큼 안정적 에너지원 확대 역시 필수 불가결하다. 여권에서조차 신규 원전 건설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이유다.
에너지 정책 철학과 현실적 수요공급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가운데 선거를 의식한 정치권의 지역주의 논리까지 더해지면서 혼란상은 더욱 커지고 있다.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입주 예정 기업의 호남 이전론이 대표적이다. 청와대는 각 기업의 판단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여지는 남겨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는 실정이다.
첨단·신산업 육성과 신규 원전을 비롯한 에너지 정책은 별개로 갈 수 없다. 정부는 포괄적 구상의 구체화를 서둘러야 한다. 기업과 산업 현장에 예측 가능성을 줘야 안정적 투자 역시 가능하다는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정무적 셈법으로 국정 철학 실현의 골든타임인 정권 초를 넘기면 이재명 정부의 '국가 대전환' 구상이 공허한 구호에 머무를 수 있다.
5개월여 남은 지방선거를 의식한 지역 나눠주기 정책은 철저히 배격하는 대통령의 결의와 정부의 실행력도 절실하다. 경제성과 효율성, 지역 수용성 등 객관적 지표만을 평가 기반으로 삼아야 한다. 최적의 입지에서 최대 효과를 이끌어내더라도 국제사회 경쟁력 확보를 장담할 수 없는 냉정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eonki@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