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이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 (비핵화) 전략은 ‘기다려보자’, ‘견디자’며 이상을 꿈꾸면서 현실을 외면한 것”이라며 “그 결과가 어떻게 됐느냐. 핵무기가 계속 늘어나고, 자라고 있다”라고 판단했다.
이어 “북한이 핵무장을 하고 핵보유국으로 공식 인정 받기를 갈망하고 있다”며 “이는 체제 유지 보존 욕구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핵심은 북미 관계라고 보고 있고, 실제로도 그렇다”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대북접근법 역시 “실용적으로 하자는 게 제 생각”이라며 “현실을 인정하자, 그러면서도 이상(북한의 비핵화)을 포기하지 말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지난해부터 정부가 주장하는 북핵 3단계 구상 방법인 ‘중단→축소→비핵화’를 구체적으로 설명한 말이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중단한 후 핵무기를 줄이며 협상하는 과정을 이어가며 궁극적인 ‘비핵화’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이날 발언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북한의 핵 무기 보유 상황이 사실이라는 것을 인식한 점이다. 현재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을 근거로 한 ‘핵보유국’(nuclear weapon state)은 아니다. 다만 현실적으로 ‘북한의 핵 보유’ 현실을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 같은 이 대통령의 언급은 이르면 오는 4월 이뤄질 수도 있는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의 핵 군축 협상에 나설 수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책적인 호흡을 이루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월 경주 방문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동을 시도했지만 실패했고, 올해 4월 미중 정상회담에서의 북미 정상간 회동을 언급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차 북한을 ‘뉴클리어파워’라고 언급하며 핵 보유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뿐만아니라 북한이 강하게 거부감을 드러내는 ‘비핵화’에 대해 한발 물러서며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찾으려는 이 대통령의 의중도 보이는 대목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무인기 사태 이후 남측 정부에 강하게 반발한 북한에게도 꾸준한 유화책을 이어가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지금 (대북정책이) 저자세라는 소리도 많이 하던데, 그럼 고자세로 한판 뜰까요?”라면서 “가장이 성질이 없어서 그냥 직장을 꼬박꼬박 다니는 것이 아니다. 참을 건 참고 또 설득한 건 다독이면서 평화적인 정책을 취해나가면 리스크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하며 대북 유화책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비핵화라는 최종 목표를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핵확산과 고도화를 막는 게 급선무라는 시의적절한 상황 판단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교 석좌교수 역시 “북한은 실시간으로 우리의 메시지를 포착 중인 만큼 이번 대통령의 기자회견과 질의응답 내용도 청취, 분석하고 있을 것”이라며 “일관적인 대북 메시지를 발신하면서 북한이 평화공존을 위한 우리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