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가 2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제명 처분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보수 내 배신자 프레임의 시작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향해 “배신의 정치”를 언급한 이후, 분당·복당의 과정마다 반복적으로 작동했다. 유 전 원내대표는 박근혜 정부와 각을 세운 뒤 원내대표직을 사퇴했고, 탈당과 창당을 거쳐 제3당 정치에 나섰으나 사실상 실패했다. 이후 당에 복귀했지만, 여전히 주류 진입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준석 현 개혁신당 대표 역시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갈등 속에 윤리위 징계로 대표직을 잃은 뒤, 당 밖에서 독자 노선을 택했다.
이러한 배신자 프레임은 비주류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2023년 전당대회 국면에서 나경원 의원 역시 당시 윤석열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만들었다’는 주류 친윤계(親윤석열)의 압박 속에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른바 ‘불출마 연판장’도 이 시기에 등장했다. 과거 ‘친윤’ 성향의 강성 주자로 분류되던 나 의원조차 이러한 과거가 있었다.
이처럼 보수 정당 내 배신자 낙인은 정책이나 전략의 차이보다 대통령과의 관계를 기준으로 작동해 왔다. 대통령이라는 권력과 어긋난 인물에 대해 갈등을 조정하기보다, 인적 정리를 통해 봉합하는 방식이 반복됐다.
◇상대적으로 적은 ‘진보 배신자’…정치 문화·권력 구조 다르다.
반면 진보 진영은 상대적으로 다른 양상을 보여왔다. 내부 갈등과 이탈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인적 청산보다는 여론 압박이나 비공식적 배제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정당 권력이 대통령 개인보다 지도부와 계파로 분산돼 있어 갈등이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문제로 비치는 경우가 대다수다. 지난 총선 당시 백의종군을 선언한 비명계(非이재명) 박용진 전 의원과 신당을 창당한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이 이런 사례로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차이를 정치 문화를 짚는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국민의힘 내에는 위계적인 정치 문화가 자리 잡혀 있다”며 “지지층 연령대가 높은 만큼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역적’ 프레임이 작동하기 쉬운 구조”라고 분석했다.
진보 진영 내 권력 구조에서 오는 차이라는 해석도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소위 말하는 진보 내 586세대의 ‘우리 의식’이라는 것은 국민의힘과 비교할 수조차 없다”며 “그럼에도 배신자 프레임이 작동하지 않는 것은, 주류 세력에 대한 문제 제기 세력의 힘이 세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친명계(親이재명)가 친청계(親정청래)에 밀리는 상황도 자주 벌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이재명 대통령이 당에 미치는 파워가 절대적이지 않다는 의미이고, 상대를 향한 배신자 프레임을 활용할 수 없는 위치에 있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왼쪽부터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 대통령(사진 = 이데일리DB)
다만 제명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결말은 여전히 열려 있다는 평가가 많다. 탈당과 신당 창당에 나섰던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이준석 대표와 달리, “돌아오겠다”며 탈당에 선을 그은 만큼 생존 경로는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두 인물과 달리 강한 팬덤과 높은 대중 인지도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 요소로 꼽힌다.
정치권에서는 한 전 대표의 향후 선택지를 크게 두 갈래로 보고 있다. 강경 노선을 유지해 온 장동혁 지도부가 지방선거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당권을 노리는 시나리오와, 보궐선거를 통해 원내에 진입하는 방안이다.
다만 현실성 측면에서는 후자가 더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많다. 신율 교수는 “이미 상당 부분 당원들의 강성화가 진행된 상황에서 지선 결과에 대한 지도부 책임론이 일더라도, 당권 도전 쪽으로 모색하지 않는다면 선택지는 더 좁아질 수 있다”며 “보궐선거에 출마해 본인의 능력치를 입증하는 과정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한 전 대표 개인에게 남은 과제도 적지 않다. 제명 이전까지 당 내외에서는 ‘정치적으로 해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지만, 장 대표의 농성장을 찾으려는 최소한의 노력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다. 또 당원게시판 사태에 대한 사과가 있었지만, “징계는 명백한 조작이자 정치보복”이라는 표현을 함께 사용하면서 온전한 사과로 보기 어렵다는 비판도 뒤따랐다.
엄경영 소장은 이에 대해 “단식장에 찾아갔더라도 징계가 강행됐을 가능성이 크지만, 그럼에도 정치적으로 풀려는 노력은 필요했다. 그러한 부분이 아예 없지 않았느냐”며 “당게 사과 역시 더 직설적이고 정중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한 전 대표 개인의 정치력 향상 역시 과제로 남았다는 취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