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스타트업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그들의 애환을 듣는다는 것 자체부터 큰 의미가 있습니다. 스타트업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와 진흥을 예고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창업시대 전략회의 'K-스타트업이 미래를 만든다'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가장 큰 요인은 시장에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돕는 투자, 그 제품이 팔리는 시장이 잘 어우러져야 합니다. 민간 시장이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다면 굳이 정부가 팔 걷어붙이고 나서지 않아도 스타트업 진흥은 될 것이라고 봅니다. 미국의 실리콘밸리가 그 예입니다.
잘 발달되어 있으면서 신뢰도가 높은 자본시장과 기업문화도 필수입니다. 스타트업 엑시트는 ‘망하거나’, ‘팔리거나’, ‘상장하거나’ 셋 중 하나로 귀결되는데 대부분은 망합니다. 그 와중에 아이디어나 사업체를 사주는 대기업이 있거나, 좀 부족해도 상장이 가능한 증권 거래소가 있다면 생존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실리콘밸리는 이 부분에 있어서도 모범적입니다.
이런 선순환적인 시장의 역할이 잘 안되다보니 정부가 나서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정부가 마중물 역할을 해주면서 기업이 살고, 그 기업이 혁신을 이루면서 시장을 선도해나가는 것을 기대하는 것이겠죠.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적시에 소통을 하고 그게 정책으로 반영이 되어야 하는데, 공채 중심의 칸막이 공직 사회에서 잘 될까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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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금감원도 민간에서 일하다 온 다양한 전문가 분들이 있겠지만 FCA는 그 정도가 더 다양하고 크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투자은행이나 일반 은행에서 일하다 FCA로 자리를 옮긴 사람이 적지 않았던 것이죠. 자기들끼리 아삼육이 될 수도 있겠으나 업계 이해 관계를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는 이들이죠. FCA 직원 입장에서도 FCA는 여러 커리어의 한 단계일뿐 일생을 있어야 하는 곳이 아니었습니다.
이런 공동의 분모가 갖는 이점은 꽤 있었습니다. 일부 창업자는 ‘FCA가 멘토같다’고 했습니다. 업계 출신이다보니 수평적으로 소통이 원활했고 ‘어떻게 하면 민간 사업을 더 키울 수 있을까’ 같은 고민을 했다고 합니다. 한때 한국 스타트업 업계에서 화제가 됐고 지금도 일부 시행되고 있는 ‘규제샌드박스’가 그 예입니다.
물론 지금의 민관 인적 교류는 그전보다 나아졌다고 봅니다. 현재 중소벤처기업부, 문화관광부, 산업부, 과학기술부 등 민간 기업인 출신 장관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그들이 현업에 있으면서 느꼈던 제도적 한계나 불합리를 타파하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이라고 봅니다.
그래도 여전히 우리 공무원 조직은 완고하다고 봅니다. 각 부처 실무 과장들과 사무관들의 역량과 업계 이해도를 직접 목도하면서 경탄할 때도 있지만, 2~3년 정도 지나면 또 새로운 사람으로 바뀝니다. 다른 분야 업무를 하던 공무원이 순환보직으로 오는 것이죠. 이게 단점만 있다고 할 수 없겠으나, 지속적이면서도 장기적인 변화를 시도하기 어려운 한계도 있을 것입니다.
실제 2017년, 2018년 핀테크 스타트업 진흥을 위한 여러 정책이 있었고, 모범 사례로 런던 핀테크 스타트업이 거론되기도 했습니다. 허나 8년이 지난 지금은 그때와 비교해 정부의 스타트업 정책이 어떤 효과를 거뒀나 생각해보면 ‘잘 모르겠다’입니다. 결국 그 업계를 잘 아는 사람이 정책 실무를 맡을 때, 누릴 수 있는 효과가 더 크지않을까 싶습니다.
한가지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를 소개하면서 이만 마칠까 합니다. 한 13년 전 만났던 영국대사관 직원의 일화인데요, 그 직원이 대뜸 ‘아이스브레이킹’용 농담으로 “당신은 도청 당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나름 웃겨보려는 영국식 ‘자기비하’ 농담인 것 같았는데, 맥락을 몰랐던 저로서는 갸우뚱 했었습니다.
알고보니 그 직원은 폐간됐던 ‘뉴스오브더월드’ 소속 기자였습니다. 루퍼트 머독의 매체로도 유명한 그 신문은 영국 프로축구보다도 먼저 생긴 유서 깊은 언론이었죠. 영국 정부는 이 매체가 도청 등 취재윤리를 심대하게 위반한 것을 포착했고 결국 자진 폐간에까지 이르게 됩니다.
다른 사람들은 거의 160년 이상된 매체가 폐간될 수 있다는 것에 놀랐지만, 전 폐간신문 기자가 외국공관 관리자급 직원으로 채용될 수 있다는 점에 놀랐습니다. 외무고시라는 높다란 벽을 익히 알고 있는 한국인의 관점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이런 공무원 채용 문화와 비교하면 아직 우리가 갈 길은 먼 것이겠죠. 그래도 희망만은 잊지 맙시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우리나라 출신 득점왕도 나오는데 미래에 어떤 일이 어떻게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에 당연한 귀결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