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가의 보도' 된 전당원 투표…당원주권 앞세운 편의주의 비판도

정치

뉴스1,

2026년 2월 07일, 오전 06:00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빈소에서 조문을 한 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2026.1.30 / © 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자신을 둘러싼 정치적 난국을 돌파하기 위한 수단으로 나란히 '전(全) 당원 투표' 카드를 꺼내 들고 있다.

두 사람 모두 표면적으로는 '당원 주권'을 내세우지만, 당원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계산된 행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반복되는 전 당원투표 제안이 대의 민주주의를 왜곡하고 일반화의 오류를 낳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차라리 인공지능(AI)에 물어보라"는 냉소적인 반응까지 나온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 대표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관련해, 장 대표는 한동훈 전 대표에 대한 제명 이후 자신에게 제기된 거취 압박을 타개하기 위해 '전당원 투표'를 제안했다.

민주당은 정 대표의 갑작스러운 합당 제안 이후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다. 초선들뿐만 아니라 친명(친이재명)계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 서울시장과 경기지사에 각각 도전하는 박홍근·한준호 의원 등이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급기야 생중계된 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3명의 최고위원이 정 대표 면전에서 합당 반대 목소리를 내며 살얼음판 분위기가 고스란히 대중에 전달됐다.

정 대표는 반대론이 분출할 때마다 "무슨 문제든 당의 운명은 당의 주인인 당원이 결정하고, 당대표도 국회의원도 그 누구도 그 결정에 승복해야 한다"며 '당원'을 앞세운 정면 돌파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장 대표 역시 거취 논란에 전당원 투표로 맞섰다. 한 전 대표의 제명 결정으로 친한계(친한동훈계) 인사들로부터 거취 압박을 받자, 지난 5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6일까지 누구라도 저에게 사퇴·재신임을 요구한다면 전 당원 투표를 통해 당원들의 뜻을 따르겠다"고 승부수를 던졌다.

투표 결과가 대표직 사퇴로 나올 경우 국회의원직까지 내려놓겠다는 배수진도 쳤다. 다만 자신에게 거취를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인사도 직을 걸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하지만 전날(6일)까지 장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사퇴·재신임을 요구하는 인사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일단 전당원 투표는 진행되지 않을 전망이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관련 3선의원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6.2.6 / © 뉴스1 신웅수 기자

정치권에서는 두 대표가 전당원 투표를 '돌파구'로 택한 배경엔 공통적으로 강력한 당원 지지 기반이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정 대표는 지난 8월 2일 전당대회에서 전국대의원 투표에서는 박찬대 후보에게 뒤졌으나, 권리당원과 국민선거인단에서 압승을 거두며 당대표에 올랐다. 여기에 최근 '1인1표제'까지 통과되면서 정 대표의 당원 장악력은 훨씬 더 강화됐다는 평가다. '1인1표제'란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반영 비율을 기존 '20대 1' 미만에서 '1대 1'로 등가시키는 것이다.

이에 정 대표가 혁신당과의 합당 문제를 당원 투표에 부칠 경우 가결 가능성이 한층 더 커졌다는 분석이다.

장 대표 역시 당원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있다. 지난해 8월 26일 열린 전당대회에서 김문수 후보와 결선까지 가는 접전 속에서도 장 대표는 당원 투표에서 더 많은 표를 얻어 국민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보인 김 후보를 간발의 차이로 누르고 당대표에 올랐다.

재신임을 묻기 위한 전당원 투표가 진행돼도 부결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이를 제안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 친한계 의원은 뉴스1과 통화에서 "다 계산된 행동"이라며 "상대방에게 직을 걸라는 인식 자체가 문제지만, 실제 투표가 진행돼 결과가 나오면 장 대표가 이길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이를 공개적으로 요구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당원주권주의'란 탈을 쓴 '전당원 투표'의 폐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강성 당원들의 목소리가 당 전체의 의사처럼 비쳐지고, 지도부의 숙의와 조정 기능이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권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CBS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당원이 주인이라고 하는데, 앞에 '강성'을 붙이면 좋겠다. '강성 당원만이 주인'"이라며 "강성 당원이 여론을 좌지우지하는 그런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모든 것을 당원투표에 부치면 지도자는 왜 필요한가"라며 "만사 다 거기다 하면 되지, 아예 AI한테 다 물어보라"고 말했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최고위원들 역시 당원의 선택을 받은 만큼, 현안에 대해 조율과 토론, 숙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겉으로는 그럴듯해 보이는 당원 투표가 결국 대의 민주주의를 형해화·무력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숙의를 거친 뒤에도 의견이 55대 45처럼 팽팽할 때 보완적으로 활용해야 할 수단을 편의적으로 남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두 사람 모두 비주류라는 공통점이 있다"며 "그래서 당원들의 지지를 기반으로 자신들의 정치적 세력화를 강화하려는 흐름이다"라고 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거취 표명 요구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6.2.5 / © 뉴스1 이승배 기자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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