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두 대표의 ‘당원투표 정치’가 이미 균열 조짐이 뚜렷한 당내 구도를 더욱 선명하게 갈라놓고 있다는 점입니다. 국민의힘에서는 한동훈 전 대표의 제명을 둘러싸고 지도부와 친한계, 소장파가 충돌하며 의원총회가 고성과 막말로 얼룩졌고 하루가 멀다 하고 장 대표의 발언의 적정성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민주당 역시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합당에 대한 당내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관련 문건이 유출되며 당내 분열이 심화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습니다. 사전 논의 없이 이뤄진 합병 제안과 합병 시기, 효과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던 이들은 합병 문건의 작성 시기와 의도를 두고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 당원투표까지 진행될 경우 갈등이 한꺼번에 수면 위로 폭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투표율이 저조하거나 8대2, 또는 9대1 이상의 압도적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또다른 분열이 야기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이 경우 동력은 동력대로 잃어버리고 상처만 남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故 이해찬 빈소, '악수하는 정청래-장동혁' (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더 큰 우려는 여야 대표가 모두 표면적으로는 ‘당원 민주주의’를 앞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당심을 방패삼아 자신의 노선을 관철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점입니다. 이 과정에서 당의 강성 지지층 요구가 마치 전체 민심인 것처럼 왜곡돼 인식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이는 중도층과 무당층을 흡수하려는 양당의 전략에도 역효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봉합과 통합의 중심이 되어야 할 지도부가 갈등을 조장하고 분열을 야기한다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의구심이 생깁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에서 당대표를 향한 신랄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언주·황명선·강득구 민주당 최고위원은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어제 초선의원 간담회, 오늘 중진의원 간담회, 이 모든 일정은 보여주기 정치가 아니라면 무엇이냐”면서 “이미 결론을 정해놓고 당원과 의원들을 토론의 대상이 아니라 통보의 대상으로 삼는다면 그것은 진짜 독단”이라고 맹비난했습니다. 이어 “합당 논의를 지금 당장 중단하고 지방선거 이후 원점에서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국민의힘에서 최초로 장 대표 재신임을 언급한 김용태 의원은 “재신임과 사퇴가 나오게 된 배경도 결과적으로 이렇게 치러서는 지방선거를 못 이기니 바꾸라는 이야기였다”며 “여기에 대해 직을 걸라는 대표의 발언은 아직도 이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를 하라고 했더니 포커판을 만들어버렸다”고 비판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당원투표 남발이 결국 양당 대표의 책임 회피와 리더십 부재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됩니다. 중요한 결정을 스스로 감당하기보다 모든 선택을 당원에게 떠넘김으로써 그 결과에 따른 정치적 책임마저도 회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당원의 뜻은 존중돼야 하지만 전 당원투표가 결코 만능 해법은 아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