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과 통치 사이, 대통령의 SNS[전문기자칼럼]

정치

이데일리,

2026년 2월 10일, 오전 07:14

[이데일리 김정민 경제전문기자]이재명 대통령의 X(구 트위터)는 소통 창구를 넘어 하나의 정치 무대가 됐다.

정책 방향을 설명하고, 언론 보도를 공유하며, 때로는 국민에게 직접 의견을 묻는다. 과거 대통령 담화나 브리핑과 달리, SNS는 빠르고 직설적이며 참여를 전제로 한다. 대통령이 직접 논쟁적 의제를 꺼내고 국민을 토론의 장으로 끌어들이는 방식은 분명히 이전과 다른 정치다.

이 대통령의 최근 게시물들을 보면 “의견을 묻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와 같은 질문형 문장이 자주 등장한다. 등록임대사업자제도 존치 여부, 비거주 1주택자 장기보유특별공제 적용 여부처럼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들이 주요 소재다.

이 대통령은 설탕 사용을 억제하기 위한 ‘설탕 부담금’ 도입 여부도 X를 통해 공론의 장에 올렸다. “담배처럼 설탕 부담금을 부과해 지역·공공 의료에 재투자하는 방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정책을 공무원과 전문가들에만 맡기지 않고 국민 판단을 구하겠다는 메시지다.

이런 방식은 참여 민주주의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대통령이 직접 의제를 던지면 사회적 논쟁을 촉발하고, 대중이 평소 관심을 두지 않던 정책도 토론의 대상이 된다.

SNS를 통한 소통은 부동산 제도 개편이나 증세 논란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 왜곡된 정보를 대통령이 직접 설명하고 바로잡을 수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이재명식 ‘도어스태핑’이다. 하지만 동시에 이 대통령의 SNS가 얼마나 열려 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많은 게시물이 질문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글의 전후 맥락에는 이미 가치 판단과 결론이 담겨 있는 경우가 많다. “이상하지 않습니까”, “안 보이십니까” 같은 표현은 사실상 답의 방향을 정해 놓는다. 동의하지 않는 의견은 ‘기득권 옹호’나 ‘상식 밖의 주장’으로 밀려날 위험이 있다. 질문은 던졌지만, 다른 답을 허용하지 않는 ‘답정너’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또 하나 짚어봐야 할 대목은 이 대통령의 SNS 메시지가 갖는 파급력이다.

이 대통령의 SNS가 행정부에 미치는 영향력은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백만장자 2400명 탈한국’ 논란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대통령이 해당 발표를 가짜뉴스로 규정하자, 국세청장은 개인 SNS를 통해 반박 통계를 공개했고,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또한 SNS로 즉각 감사를 실시하고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구윤철 경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페이스북에 “대한상의는 응당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거들었다. 대한상의는 곧장 공식 사과문을 내고 머리를 숙였다.

가짜뉴스를 바로잡는 일 자체는 필요하다. 그러나 문제는 방식이다. 대통령의 SNS는 개인 계정이지만, 이를 통한 발언은 국가 권력의 의지로 읽힌다.

대통령이 던지는 메시지가 논쟁의 출발점이 아니라 결론으로 받아들여지면 반대 의견은 정책 비판이 아니라 국정에 대한 도전이나 허위정보 유포로 낙인 찍힌다. 특히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행정 권력 전체의 방향타가 될 때, SNS는 통치의 확성기로 변질될 수 있다.

결국 핵심은 ‘소통의 방식’이다. 대통령의 메시지가 진정한 공론의 출발점이 되려면, 반대 의견도 존중받을 수 있다는 신호가 함께 제시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SNS 정치는 참여 민주주의가 아니라 여론 동원의 도구로 전락한다. 뉴미디어를 국민과의 소통의 장으로 활용하는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것은 속도보다 절제, 확신보다 여백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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