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국민의 힘 당대표가 지난 11일 전남 나주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를 방문해 현장시찰하고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6.2.11 © 뉴스1 김태성 기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제명을 계기로 보수 진영내 대척점에 선 장동혁 대표와 한 전 대표가 나란히 정치적 시험대에 섰다. 6·3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리더십의 존폐가 걸린 승부인 반면, 당직을 잃고 야인이 된 한 전 대표는 당 밖에서 잠룡으로서의 경쟁력을 다시 증명해야 하는 무대다.
보수 진영내 주도권을 쥐려는 두 사람의 정치적 운명은 100여일 앞으로 다가온 선거 결과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지방선거 성적표=리더십 존폐…장동혁 체제의 분수령
15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장 대표의 최대 과제는 답보 상태에 머문 당 지지율을 반전시킬 쇄신 메시지를 제시하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연초 단식 투쟁 이후 강경 이미지를 걷어내고 호남·제주 등 험지를 찾는 한편, 호남 출신인 이정현 전 대표를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하는 등 외연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장 대표는 다음 달 초 새 당명을 공개하며 본격적인 선거 체제로 전환한다는 구상도 내놨다. 국민의힘은 최근 여의도 중앙당사 간판에서 '국민의힘'을 지우고 '청년이 지우고 다시 쓴다'는 슬로건을 내건 옥외광고물을 설치했다. 대구·경북(TK) 고령층 중심 정당 이미지를 벗고 청년 중심 정당으로 당의 얼굴과 메시지를 바꾸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한 전 대표 제명 이후 불거진 당내 비토론은 여전히 장 대표의 부담 요인으로 남아 있다. 장 대표가 당대표와 의원직을 걸고 재신임 투표를 제안하며 내홍이 잠잠해지는 듯 했지만, 설 연휴 전날 중앙윤리위원회가 친한(친한동훈)계인 배현진 의원에게 당원권 정지 1년의 중징계를 내리면서 계파 갈등이 재점화됐다.
특히 배 의원의 서울시당위원장직이 박탈될 경우엔 서울 지역 공천권을 둘러싼 갈등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단순한 성적표를 넘어 사실상 체제 유지가 걸린 시험대라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둘 경우 책임론이 다시 불거질 수 있어서다. 실제로 장 대표는 노선 변화를 요구하는 의원들에게 "지금도 저한테 이러는데, 선거에서 지면 버틸 수 있겠습니까"라는 취지로 말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당 일각에서는 지방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장동혁 체제가 유지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최근 당헌·당규 개정 등을 통해 당권을 강화하는 흐름 역시 선거 이후까지를 염두에 둔 포석이 아니냐는 해석이다. 한 수도권 의원은 "(지금 장 대표의 행보가) 지방선거가 아니라 2028년 총선과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둔 것이라면 설명이 된다"고 말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8일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자신의 토크콘서트에 참석하며 주먹을 쥐어보이고 있다. 2026.2.8 © 뉴스1 김도우 기자
한동훈, 정치적 자생력 시험대…재보선 승부수
한 전 대표에게 이번 선거는 선택지가 아니라 정치적 자생력을 증명해야 하는 분기점으로 꼽힌다. 강한 팬덤을 기반으로 6·3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출마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되지만, 무소속이라는 한계는 분명한 부담이다.
당장 이번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되는 것이 관건으로 꼽힌다. 부산시장 출마를 선언한 전재수 의원의 지역구인 부산 북갑이나, 대구시장 경선 결과에 따라 공석이 되는 추경호(대구 달성)·윤재옥(달서을)·주호영(수성갑) 의원 지역구 등이 거론된다. 다만 대구와 부산 모두 보수 정당세가 강해 무소속 후보가 조직력과 자금 면에서 불리한 구조라는 점은 부담 요인이다.
강한 팬덤은 한 전 대표의 최대 정치적 자산이다. 그는 최근 1만1000석 규모의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을 가득 채운 토크콘서트를 여는 등 팬덤의 존재를 재확인시켰다. 자신의 정치 플랫폼 '한컷'을 통해 지지층과의 접점도 넓히는 모습이다.
한 친한계 인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보수 진영에서 이 정도 맨파워를 가진 인물은 사실상 유일하다"며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시간을 두고 가도 된다"고 전했다. 다만 당 안팎에서는 팬덤을 넘어서는 확장성이 과제로 남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 전 대표는 (국회의원) 재보선에 출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출마했을 때 어느 정도 성과를 내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이번 선거는 한 전 대표에게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더 중요한 쪽은 장 대표"라며 "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장 대표 리더십에는 큰 상처가 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angela0204@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