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선 개헌 시계 멈추나…국민투표법 ‘2월 데드라인’ 비상

정치

이데일리,

2026년 2월 17일, 오전 06:03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범여권을 중심으로 6·3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요구가 이어지고 있지만 여야 합의는 좀처럼 진전되지 않고 있다. 특히 개헌 사전 요건인 국민투표법 개정 역시 사실상 마지노선인 2월 중 처리 가능성도 매우 불투명하다.



◇지선 개헌 전제는 국민투표법 개정…2월 처리 ‘불투명’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5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상임위 심사 중인 국민투표법 개정은 계속 소통을 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설 전후를 지방선거 동시투표를 위한 국민투표법 개정 시한”이라고 말했다. 이미 설 연휴가 시작돼 남은 시간은 설 이후뿐이다.

국민투표법 개정이 개헌 첫 관문인 이유는 헌법 개정을 위해서는 반드시 국민투표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개헌은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200석)의 찬성으로 통과한 뒤 30일 이내 국민투표를 통과(국회의원 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해야 한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2026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 = 이데일리 DB)
다만 현재 국민투표법으로는 국민투표가 불가하다. 헌법재판소는 재외국민의 국민투표권을 제한하는 현 국민투표법 제14조제1항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2015년까지 이를 보완한 개정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한 상태다. 하지만 헌재의 개정 요구시한이 11년이 지났으나 국민투표법은 아직 그대로다.

22대 국회에서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관련 내용을 담은 국민투표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행안위 법안심사소위의 축조심사나 공청회 등은 전혀 진행되지 못했다. 관련한 마지막 논의였던 작년 11월26일 행안위 법안심사 2소위에서는 중앙선관위의 설명 및 공청회 일정만 잡기로 하고 마쳤다.

국회의장이 설 연휴 직후를 국민투표법 개정 마지노선으로 잡은 것은 재외국인 선거 등 행정적으로 필요한 시간 때문이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를 위해서는 최소한의 기간이 필요하다. (국민투표법 개정이)2월 하순을 넘기면 안 된다는 게 결론”이라며 “본회의에서 이달 내 처리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의장은 최근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도 이달 내 국민투표법 개정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투표법 개정 긴급서명 제출 및 개헌특위 구성 촉구 기자회견(사진 = 연합뉴스)


◇출범도 못한 개헌 특위…5·18 헌법 전문수록 합의 가능하나



국민투표법 개정이 2월 중 완료된다고 해도 6·3 지방선거까지 개헌이 가능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구체적인 개헌 내용에 대해서도 여야의 협의가 없기 때문이다.

22대 국회는 아직 개헌 내용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개헌특위도 구성하지 않았다. 개헌안은 특성상 특정 상임위에 국한되지 않기에 효율적인 논의를 위해 특위를 구성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국회의 마지막 공식 개헌 특위는 20대 국회 2017년이 마지막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사태와 맞물려 출범했던 개헌특위는 제왕적 대통령제 극복 공감대로 출범하긴 했으나 성과없이 종료됐다.

(자료 = 국회사무처)
정치권 역시 이번 개헌은 권력구조 개편 등 많은 논의가 필요한 부분보다는 여야가 공감하는 비교적 가벼운 내용부터 시작하자는 의견이 많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3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5·18민주화운동은 대한민국 헌정질서와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헌법 전문 수록을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다”고 했다.

우원식 국회의장 역시 개헌과 관련해 5·18 등 민주주의 정신을 헌법 전문에 포함하고, 헌법 77조에 국회에 비상계엄 해제권뿐 아니라 승인권까지 부여하는 정도의 개정만 하더라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범여권과 달리 야당인 5·18 민주화 운동 관련 내용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는 데 협조할 것인지는 미지수다. 국민의힘은 22대 총선을 앞둔 2024년 1월 당시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에 적극 찬성한다는 의견을 냈으나, 이후로는 움직임이 없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최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개헌을 언급하긴 했으나 내용은 전혀 달랐다. 장 대표는 “이재명 정부 임기 내에 청와대와 국회를 세종시로 완전히 옮길 수 있도록, 헌법 개정, 특별법 제정, 청사 건설 등 제반 사항을 함께 검토하고 함께 추진하자”고 했다.

장 대표의 개헌은 헌법재판소의 2004년 ‘서울 수도 관습헌법’ 결정을 깨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를 바꾸는 것은 헌법 전문 개정보다 이해관계자도 많고 논의 기간도 훨씬 길어질 수 있다. 또 장 대표가 ‘이재명 임기 내’라는 점을 언급한 점을 고려하면 6월 지방선거 개헌은 사실상 염두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제432회국회(임시회) 제7차 본회의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렸다. 각급 법원의 설치와 관할구역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가결되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본회의에 불참해 자리가 비어있다.


◇여야 ‘2월 강대강 대치’ 전망…野 “왜 지금 개헌해야 하나”


현재 여야 관계가 급랭 상태라는 점도 지방선거 개헌 성공 기대감을 낮추는 요인이다.

최근 다소 온기가 도는 듯 했던 여야 관계는 지난 11일 법사위에서 여당 주도로 ‘대법관 증원법’(법원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과 ‘재판소원 허용법’(헌법재판소법 일부개정법률안) 통과되면서 급랭됐다. 장동혁 대표는 대통령 주재 여야 당대표 회담을 불참했고, 여야 합의로 출범한 대미특위는 공식회의 첫날부터 파행됐다.

설 연휴 이후로는 여야 관계는 더욱 악화할 가능성도 크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대법관 증원법, 재판소원 허용법, 법왜곡죄 등 이른바 사법 개혁안을 두고는 “사법 개혁은 이미 예고한 대로 2월 임시국회에서 차질 없이, 타협 없이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예고했다.

민주당이 사법개혁 추진에 야당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로 대응한다면 2월 내내 여야 협치 가능성은 기대하기 어렵다. 개헌 주제 논의에 앞선 국민투표법 개정도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미 국민의힘에서는 ‘왜 지금 개헌을 해야 하느냐’는 공식적인 반대 의견도 나왔다. 지난 2일 송언석 원내대표는 “헌법개정을 기정사실로 하는 듯한 우원식 국회의장의 발언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면서 “왜 지금 개헌을 해야 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국민투표법이 10년 이상 헌법 불합치 판결인 상태로 방치돼 있다. 이대로 놔두는 것이 맞느냐에 대한 의장은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있다”며 “여야 모두 사력을 다해 설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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