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무효형에 보궐선거 못할 수도…재판소원, 선거제도 혼란만 가중

정치

이데일리,

2026년 2월 19일, 오전 05:36

재판소원이란 대법원의 최종 확정판결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했는지 여부를 헌법재판소가 다시 심리하는 제도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재판소원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이달 내 본회의에 상정해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이데일리는 법률 전문가인 조재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전 대법관)로부터 재판소원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사법제도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조재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전 대법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대법원에서 당선무효형을 받은 선출형 공직자 당선인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현행 3심제에서는 대법원 선고와 동시에 해당 직위는 즉시 상실되며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보궐선거를 실시한다. 대법원을 끝으로 재판을 최종 확정하기 때문에 당선인의 법적 지위나 향후 선거 일정에 대한 불확실성은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재판소원제도를 통해 당선인이 대법원 판결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이 경우 대법원 판결의 효력을 전제로 곧바로 보궐선거를 실시해야 하는지, 아니면 헌재 판단이 나올 때까지 선거를 유보해야 하는지부터 명확하지 않다. 만약 보궐선거를 먼저 진행했는데 이후 헌재가 위헌 취지의 결정을 내린다면 이미 치러진 선거의 효력은 어떻게 되는가. 반대로 헌재 결정을 기다리느라 선거가 지연될 경우 해당 지역의 공백과 차질은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1988년 헌법재판소법을 제정한 이후 40년 가까지 법원의 확정 판결을 헌법소원 대상에서 제외한 건 이런 이유에서다. 법과 제도는 한 번 바꾸면 다시 되돌리기 쉽지 않다. 바꾼다 하더라도 단점으로 인해 예상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면밀한 검토와 섬세한 설계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사법체계의 근본적 변화를 초래할 극히 중요한 문제를 마치 무언가에 쫓기듯 시한을 정해놓고 밀어붙이는 입법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대한민국 헌법 제 101조는 사법권이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규정(제1항)하고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명시(제2항)하고 있다. 확정판결한 재판에 대해 재판소원이라는 형태로 다시 심판하는 것은 헌법과 충돌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헌재도 지난 2001년 재판을 대상으로 한 헌법소원은 대법원을 넘어서 재판에 대한 불복절차를 연장하는 것이 돼 헌법에 위반한다는 취지로 판시했다.

어떤 수사적 표현을 사용하더라도 결국 재판소원은 소위 현행 3심제도가 4심제도가 되는 구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헌법소원의 보충성 원칙에 따라 재판 당사자는 항소와 상고 등 법원 내 모든 구제절차를 거친 뒤에야 다시 헌재의 판단을 구해야 한다. 그만큼 분쟁 해결은 지연되고 소송도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

헌재는 재판소원 대상을 법으로 제한하거나 유형화하는 건 한계가 있고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입장이다. 이대로라면 대법원에서 불리한 재판 결과를 받아든 당사자는 헌재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어떻게든 재판소원을 청구할 것이다. 패소 당사자에게 또 하나의 절차를 열어준다는 점에서 사건 증가와 함께 실질적 구제 가능성은 낮은 ‘희망고문’식 제도로 운영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재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전 대법관. (사진=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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