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충격적인 것은 보수의 심장이라 불리는 대구·경북(TK)과 부산·울산·경남(PK)의 민심 이반이다. 이번 한국갤럽 조사에서 대구·경북 지역의 국민의힘 지지율은 32%를 기록했다. 과거 어떠한 악재 속에서도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유지되던 50~60%대의 압도적 지지세와 비교하면 사실상 붕괴에 가까운 수치다. 부산·울산·경남 역시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며 민심의 냉담함을 여실히 드러냈다. 과거 보수의 손을 끝까지 놓지 않았던 영남권에서조차 ‘윤석열’이라는 이름은 이제 자부심이 아닌 수치와 배신감의 상징이 됐다. 지귀연 재판부가 판결문에서 지적했듯 군인과 경찰을 정치적 도구로 소모했다는 점은 안보와 법치를 중시하는 영남 민심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더욱 뼈아픈 대목은 70대 이상 고령층의 변화다. 보수 정당의 가장 강력한 지지 기반이자 콘크리트 지지층의 상징이었던 이 세대에서조차 한국갤럽 조사 결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30%대 중반으로 급락했다. 70대 이상은 대한민국 현대사의 격랑 속에서 민주주의와 경제 성장을 직접 일궈온 주역들이다. 이들이 보낸 싸늘한 시선은 국민의힘이 보편적인 보수의 가치를 상실했음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내 일각에서 여전히 고개를 들고 있는 ‘윤어게인’(Yoon-again)의 미련은 그야말로 자멸적인 망상이다. 과거의 팬덤과 기득권에 기댄 일부 세력은 여전히 재판 결과에 불복하거나 이를 정치적 탄압으로 몰아가며 윤 전 대통령과의 연결고리를 유지하려 한다. 그러나 한국갤럽 조사에서 나타난 전 연령대와 전 지역의 고른 지지율 폭락은 국민이 이미 이 사건을 정치 공방이 아닌 상식과 범죄의 문제로 확정 지었음을 보여준다.
지방 선거를 앞두고 ‘손절’을 미루는 것은 국민의힘이라는 정당의 간판을 스스로 내리는 행위와 다름없다. 지방 선거는 풀뿌리 민심의 집합체다. 후보자 본인의 경쟁력과 상관없이 윤석열 프레임에 갇히는 순간 보수 정당은 전국 어디에서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으로 전락할 것이다. 특히 대구·경북 지지율 32%라는 숫자는 이제 영남권조차 기초의원부터 광역단체장에 이르기까지 당선을 보장할 수 없는 사지로 변했음을 의미한다.
민심의 경고는 명확하다. 이제 국민의힘은 선택해야 한다. 지귀연 재판부의 무기징역 선고는 한 개인에 대한 단죄를 넘어 그를 맹종했던 정치 세력에게 보내는 마지막 퇴장 권고다. 보수의 심장부가 차갑게 식어버리고 평생을 지지해온 70대 어르신들조차 고개를 돌린 지금 윤어게인이라는 유령과 결별하는 것만이 유일한 생존 전략이다.
한국갤럽 조사가 가리키는 수치는 오늘이 바로 그 마지막 기회임을 말해주고 있다. 이제 국민의힘은 과거를 버리고 국민의 곁으로 돌아올 것인지, 아니면 과거와 함께 침몰할 것인지 답해야 한다. 그 대답이 늦어질수록 보수의 재건은 불가능한 영역으로 넘어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