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자 용서 안 한데이" vs "왜 쫓아내노"… 보수의 심장 두 동강

정치

뉴스1,

2026년 3월 02일, 오전 06:00

대구 서문시장. 2026.2.27/뉴스1 ⓒ News1 박기현 기자

"오냐오냐 하다가 한동훈이 따르는 의원들이 이거저거 한다 카모 장동혁이파가 우째 가마 있겠십니꺼." (택시 기사 김모 씨)

"한동훈이 잘못한 게 뭐 있노. 윤석열이가 잘못한 기지. 한동훈이 안 나오면 이제는 사람 보고 뽑을 기다." (서문시장 상인 이모 씨)

지방선거를 3개월여 앞두고 '보수의 심장' 대구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지난달 27일 대구 시내 곳곳에서 만난 시민들은 국민의힘 내부 갈등을 두고 극과 극의 반응을 쏟아냈다.

한동훈 전 대표 제명과 이른바 '절윤(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 논란, 현 지도부에 대한 평가 등 사안마다 의견이 극명하게 나뉘었다. 이러한 분열의 기저에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 사태를 바라보는 근본적인 시각차가 깊게 깔려 있었다.

서문시장에서 주방 도구를 판매하는 김모(63) 씨는 "한동훈이가 대구에 출마하면 거기가 정치적 무덤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 보수정당에 등을 돌렸지만, 그때는 속았던 것이고 이번에는 다르다"며 "한동훈이를 잘라낸 장동혁 대표가 역대 국민의힘 어느 대표보다 잘하고 있다고 주변에서 다들 입을 모은다"고 전했다.

반면, 바로 옆 골목에서 30년 넘게 고추가게를 운영하는 박모(82) 씨의 생각은 달랐다. 박 씨는 "한동훈이는 윤석열이한테 하지 말라고 충언한 것뿐이지, 말 안 듣고 자기 마누라 편을 들다가 다 망친 건 윤석열"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태어나서 줄곧 국민의힘만 찍어왔지만, 이제 시장 선거고 뭐고 한동훈이 안 나오면 안 찍어줄 것"이라며 "다른 사람이 나오면 아예 투표장에 가지 않겠다"고 엄포를 놨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서문시장을 방문한 지난달 27일 지지세력(좌)과 반대세력(우)이 모여있는 모습. 2026.2.27/뉴스1 ⓒ News1 박기현 기자

가장 두드러진 점은 개별 정치 이슈에 대한 시민들의 입장이 양갈래로 강하게 묶여 있다는 점이다. 비상계엄 사태의 심각성을 상대적으로 낮게 보는 시민들은 탄핵과 절윤에 반대하며, 한 전 대표와 친한(친한동훈)계 징계가 정당하다고 평가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반대로 비상계엄을 강하게 질타하는 시민들은 탄핵을 불가피하다고 보며 한 전 대표와 친한계 징계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대구 토박이인 택시 기사 김모(68) 씨는 "계엄이 내란이냐. 한자 뜻 그대로 내부에서 전쟁이 났다는 건데, 몇 시간짜리 해프닝이 어떻게 내란이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당 내부에서 그만 싸웠으면 좋겠고, 그러려면 딴소리하는 애들을 다 품어주고 가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동성로에서 만난 강모(60) 씨 역시 "말 많은 배신자들 때문에 지지율이 안 나오는 것"이라며 "우리 대구는 배신자를 용서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대로 계엄과 탄핵, 이어진 절윤 거부 논란을 거치며 당에 등을 돌린 이들도 적지 않았다. 배모(48) 씨는 "한평생 보수 꼴통으로 살았지만, 이제 한동훈만 믿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아예 당내 갈등에 피로감을 느끼고 정치권 이슈에 관심을 꺼버린 시민들도 속출했다. 40대 여성 김모 씨는 "그동안 묻지도 않고 국민의힘을 뽑았지만, 이번 지선에서는 당보다 사람을 보고 뽑겠다"고 말했다. 길을 함께 지나가던 남편 오모(40대) 씨도 "국민의힘에 깊은 배신감을 느낀다"며 "자기들끼리 밥그릇 싸움만 하니 최근에는 아예 뉴스를 안 본다"고 귀띔했다.

이러한 보수층의 심리적 분열은 실제 지지율 하락으로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공동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 2월 4주 차 결과에 따르면, 정당 지지도는 더불어민주당 45%, 국민의힘 17%로 큰 격차를 보였다. 특히 텃밭인 대구·경북(TK)에서조차 국민의힘 지지율이 민주당과 동률인 28%로 주저앉았다.

보수층 내부의 이탈 조짐도 뚜렷하다. 한국갤럽의 2월 4주 차 조사에서 국민의힘 전국 지지율은 22%에 그쳤으며, 스스로 '보수층'이라 답한 응답자 중 절반 수준인 51%만이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에서도 국민의힘의 TK 지역 지지율은 36%를 얻는 데 머물렀다. 기사에 인용된 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masterki@news1.kr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