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7일 충남 아산 경찰대학 본관 앞 잔디광장에서 열린 신임 경찰·경감 임용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6.3.17 © 뉴스1 허경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개헌에 대한 의지를 천명하면서 국회에서도 개헌 논의가 본격화할지 주목된다. 앞서 우원식 국회의장도 오는 6월 3일 지방선거 때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를 함께 실시하자고 여야에 요청하면서 군불을 땠다.
이 대통령과 우 의장 모두 개헌을 공식 제안했지만 개헌 저지선을 확보하고 있는 야당이 응할지가 핵심 변수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의 협조 없이 개헌안을 입법화할 수 없는 데다, '6·3 지방선거와 국민투표 동시 실시' 또한 현실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李대통령·우의장 모두 개헌 언급…국힘은 "지선 이후"
18일 청와대 등 여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전날(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정부에 단계적 개헌에 대한 공식 검토를 지시했다.
국정 블랙홀이 될 가능성이 큰 대통령 임기 문제 등 권력 구조 부분은 제외하고 여야가 합의 가능한 부분을 먼저 고치자는 게 단계적 개헌론이다.
이 대통령은 국민적 공감대가 크고, 정치권 합의가 가능한 개헌 사항으로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 △지방자치 강화 △비상계엄 요건 강화 등 3가지를 꼽았다. 이 대통령은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과 관련해 "형평성과 균형 얘기를 하는데, 야당에서 부마항쟁도 넣자고 주장했던 기억이 난다"며 "부마항쟁도 헌정사에서 의미 있는 일이라 한꺼번에 하면 형평성에 맞고 논란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우 의장은 6·3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실시하자며 여야에 지난 17일까지 국회 개헌특위 구성을 요청했지만, 여야 간 이견으로 개헌특위 구성은 불발된 상태다.
우 의장은 사회적 공감대가 있는 △5·18 헌법전문 수록 △국회의 계엄 통제권 강화 △지역균형발전 정신을 우선적으로 개헌안에 담자고 주장하고 있다.
당초 우 의장이 제시한 시한 내 개헌특위 구성이 불발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사실상 지방선거때 개헌은 물 건너간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이 개헌에 대한 의지를 천명함에 따라 개헌의 불씨가 살아났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다만, 이 대통령은 "정부 차원에서 개헌을 주도할 단계는 아직 아닌 것 같다"며 국회 논의를 지켜보겠다는 방점을 두고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개헌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3.10 © 뉴스1 유승관 기자
개헌의 불씨가 되살아나긴 했지만, 문제는 여야가 국민투표 시점 등 개헌 추진 시기를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우 의장의 제안대로 '6·3 선거와 국민투표 동시 실시'에 공감하고 있지만, 야당인 국민의힘은 '지방선거 이후 개헌 논의'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날 개헌특위 구성이 불발된 것도 국민의힘이 응하지 않아서다.
설령 개헌특위가 구성돼도 개헌안은 오는 4월 7일 전에 발의되고, 늦어도 5월10일까지 국회에서 의결돼야 '지방선거·국민투표' 동시 진행이 가능하다.
아울러 개헌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려면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인 200표의 찬성표가 확보돼야 한다. 민주당(161석), 조국혁신당(12석), 진보당(4석), 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각 1석), 여권 성향 무소속 6명 등 범여권 185표 외에 국민의힘을 포함해 야권 의원 15명 이상의 찬성표가 필요한 상황이다.
문금주 원내대변인은 지난 17일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개헌특위는 우 의장이 주도적으로 추진 중인데 민주당만 (특위에) 참여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며 "민주당은 준비가 됐지만 야당, 특히 국민의힘 협력이 필요해 (현재는) 보조를 맞추는 쪽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野 "그저 대통령 생각"…'지선·국민투표 동시 실시'엔 선 그어
그러나 국민의힘은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지방선거 전 개헌 논의'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개헌 제안엔 반발하는 입장을 냈다.
최보윤 당 수석대변인은 전날 논평에서 "이 대통령이 개헌과 관련해 '쉬운 의제부터 순차적으로 추진하자'며 정부 차원의 공식 검토를 언급했지만 개헌은 정권이 필요할 때 꺼내 드는 정치 카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최 수석대변인은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특정 사안만을 골라 추진하는 '원포인트 개헌'은 자칫 졸속 개헌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면서 "일각에서는 부칙 개정 등을 통해 연임의 길을 열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 아니냐는 의심까지 제기된다"고 했다.
당 관계자는 이날 뉴스1과 통화에서 "5·18 정신을 헌법에 담는 것에는 문제가 없다"면서도 "특위 자체를 지방선거 이후에 하자는 입장에도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 대통령과 우 의장이 나란히 언급한 '헌법상 계엄요건 강화'를 두고 국민 다수가 찬성할지라도 12·3 비상계엄의 후속 조처인 만큼 국민의힘이 적극 동조하긴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야권에서는 대통령과 여권이 개헌 이슈를 주도하는 것에 '일방적으로 따라가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이 대통령이 개헌 시기를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않아 민주당이 당장 대야 협상에 적극 나설지 미지수라는 시각도 있다. 민주당은 당면 현안인 검찰개혁 후속방안을 국회에서 처리한 뒤 오는 6월 전까지 선거 활동·전략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이 대통령의 임기 동안 개헌 논의가 진척될 가능성은 있지만 '지방선거·국민투표 동시 실시'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물리적으로 개헌을 추진하기엔 촉박한 면이 있다"면서도 "이 대통령이 언급하신 만큼 당내에서도 고민하고 논의를 할 것이다. 개헌 필요성에 다 공감하지 않는가"라고 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7일 오후 서울시 마포구 마포대로 채그로에서 열린 맘(Mom)편한특별위원회 저출생영유아보육분과위원회 1차 현장 간담회에서 참석자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2026.3.17 © 뉴스1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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