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고유가 지원금’ 현찰 나눠주기 표현 과해…여야 힘 모아달라”

정치

이데일리,

2026년 4월 07일, 오후 05:23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7일 여야 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해 중동발 위기 대응을 위한 협조를 요청했다. 여야는 위기 극복 필요성에는 공감했지만 추가경정예산안을 두고는 입장차를 보였다. 특히 ‘고유가 피해지원금’을 둘러싸고 이 대통령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간 공방이 이어졌다.

◇ 李 “외부 위기일수록 내부 단합”…야당 협조 요청

이재명 대통령이 7일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정 민생경제협의체 회담 및 오찬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본관에서 오찬을 겸한 여야정 민생경제협의체 회담을 열었다. 이 대통령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함께 만난 것은 지난해 9월 8일 이후 211일 만이다. 지난 2월 12일 이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오찬 회담이 개최 1시간 전 장 대표의 불참 통보로 무산된 이후 두 달 만이다. 이날 회담에는 양당 대표 외에 김민석 국무총리, 강훈식 비서실장 등이 참석했다.

먼저 이 대통령은 중동 전쟁 등 위기 상황과 관련해 야당의 협조를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상당히 큰 위기에 처한 것이 분명하다”며 “내부 요인은 개선되고 있지만 외부 요인은 통제하기 어려워 대응이 쉽지 않다. 여야 모두 배려해 달라”고 했다. 이어 “이처럼 어려운 시기에는 내부 단합이 중요하다”며 “야당은 야당의 역할을 잘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추경과 관련해서는 장동혁 대표가 밝힌 ‘현찰 나눠주기’ 발언에 반박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이 대통령은 “예산안은 정부 의견이지만 심의·의결권을 가진 국회에서 충분히 토론해 필요한 것은 추가하고 불필요한 부분은 삭감·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 소득 하위 70%를 대상으로 피해지원금을 준비했는데 이를 ‘현찰 나눠주기’라고 하는 것은 과한 표현”이라며 “물가 상승으로 인한 고통을 조금이라도 보전하려는 취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원 한계로 국민 30%는 고통을 겪으면서도 지원을 받지 못하는 점은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앞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모두발언을 통해 정부가 추진 중인 추경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꼭 필요한 곳에 지원해야 한다”며 “국민 70%에 현금을 나눠주는 방식은 물가와 환율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TBS 지원사업과 중국인 관광객 짐 운반 사업 등을 언급하며 “이번 전쟁 추경 목적에 맞지 않는 대표적 사업”이라고 지적했다. 또 “기름값 때문에 생계를 위협받는 화물차·택배 종사자 지원은 빠져 있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또 개헌과 관련해서는 초당적 협력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5·18 및 부마항쟁 정신 수록, 지방자치 강화, 계엄 요건 강화 등을 언급하며 “이견이 크지 않은 만큼 순차적·점진적 개헌을 긍정적으로 검토해 달라”고 했다. 이어 “국민의힘 도움이 없으면 개헌은 불가능하다”며 “진지하고 긍정적인 논의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장 대표가 언급한 중국인 관광객 짐 나르기 사업 예산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르면 국회에서 삭감하면 된다”며 “그런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다만 이날 장 대표는 이 대통령에게 전면적인 국정 운영 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경제와 민생 어려움은 이번 추경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통화량 확대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이 직접 나서 달러 스와프 체결 등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경제와 민생을 챙기기에도 시간이 부족한데 정치적 논쟁으로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 된다”며 “국정 운영 기조를 전면적으로 바꿔 달라”고 덧붙였다. 또 대구·경북 통합과 관련해 “법안이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힘을 실어달라”고 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국익 앞에는 여야가 따로 없고 국가적 위기 앞에서도 마찬가지”라며 “여야가 한마음으로 위기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추경 성격에 맞지 않는 예산도 있다는 데 뜻을 모았다”며 “TBS 예산은 여야가 쉽게 합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민생 추경은 하루빨리 합의해 국민의 시름과 고통을 덜어야 한다”며 “국회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 입장차 확인

이재명 대통령이 7일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정 민생경제협의체 회담 및 오찬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날 비공개 오찬 간담회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도 서로의 입장 차이를 확인하는 자리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생계형 소규모 운수업자 지원, 유류세 인하 등 7개 사업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최 수석대변인은 ‘부산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과 관련해 장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가 이 대통령에게 통과를 건의했으나, 이 대통령은 “부정적인 입장을 표현했다”고 밝혔다. 개헌과 관련해 국민의힘은 지방선거와 동시에 추진하는 것에 대해 반대 입장이 당론임을 밝혔다고 했다. 최 수석대변인은 “장동혁 대표가 이재명 대통령에게 개헌 논의에 앞서 중임이나 연임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국민께 선제적으로 할 것을 건의했다”며 “이 대통령은 즉답을 피했다”고 했다. 아울러 “송언석 원내대표가 여야정 민생경제협의체 회담 정례화를 제안했으나, 이 대통령은 필요 시 개최하는 것으로 말했다”고 덧붙였다.

강준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조작 기소 국정조사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중동 전쟁 상황 등을 이유로 연기를 요청했다”면서도 “여당은 단호한 입장을 유지했고, 조작 기소는 국가폭력이자 중대한 범죄인 만큼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해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한편,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연임에 대한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해당 관계자는 “이재명 대통령은 연임 개헌에 대해 현재 공고된 개헌안을 수정해서 의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야당이 개헌저지선을 확보한 상태에서 불가능하지 않느냐고 대답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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