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언 구할 원로 없다…구심점 잃은 국민의힘

정치

이데일리,

2026년 4월 10일, 오후 05:30

국민의힘.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안소현 기자]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이 공천 갈등과 리더십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당 안팎에서는 정당을 바로잡을 원로가 사라졌다는 위기감이 감지되고 있다. 과거 보수정당을 지탱하던 정치 원로들의 역할이 실종되면서, 내부 갈등을 조정하고 방향을 제시할 ‘구심점’이 붕괴됐다는 지적이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여전히 원로들의 존재감이 확인된다. 충남 지역 원로 당원들은 최근 충남지사 경선을 앞두고 박수현 후보의 정치 이력을 공개적으로 문제 삼으며 당 정체성 회복을 촉구했다. 원로들이 특정 후보를 향한 공개적인 비판을 앞세워 당의 방향성을 바로잡으려는 ‘쓴소리 역할’이 작동하고 있다는 평가다.

반면 국민의힘은 상황이 다르다.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원로 그룹이 사실상 부재하기 때문이다. 한때 보수 진영의 축이었던 인사들은 정치 일선에서 물러났거나, 당과 거리를 두고 있다.

예를 들어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탈당과 함께 현실 정치 은퇴를 선언하며 당과 결별했다. 홍 전 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익집단으로 변질된 그 조직에서 더 이상 남아있는 건 무의미하다고 본 것”이라며 “참새들이 조잘거리는 그런 탈당을 한 게 아닌 당적 포기를 한 것”이라고 당을 직격했다. 홍 전 시장은 ‘보수 원로’로서 당에서 역할을 할 수 있던 인물로 평가된다.

당 내부에서도 비슷한 문제의식이 감지된다. 모 지역 지방선거 경선에 참여하는 후보는 이날 본지에 “예전에는 친이, 친박처럼 구심점이 있었지만 지금은 아예 없다”며 “누구를 중심으로 모여야 할지, 누가 방향을 제시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라고 털어놨다. 이어 “보고 배울 선배가 없다 보니 단일대오도 안 되고, 각자 이해관계만 따지는 구조가 됐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현재 국민의힘에서는 중진의원들조차 원로 역할을 수행하기보다는 공천 갈등의 당사자로 얽히는 경우가 많다. 대구시장 공천을 둘러싸고 6선인 주호영 국회부의장과 지도부가 정면 충돌하는 상황이 대표적이다.

일부 보수 원로 그룹의 목소리는 존재하지만, 그 성격 역시 과거와 달라졌다. 앞서 지난 8일 이동복 전 의원, 이재춘 전 러시아 대사 등이 속한 자유대한원로회의는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107명이 전원 사퇴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하며 정치권에 메시지를 던졌지만, 이를 조정하거나 현실적 대안으로 연결하는 역할은 없다. 과거처럼 당 내부에서 균형을 잡는 ‘조언자’라기보다는, 외부에서 강경 메시지를 내는 ‘압박 세력’에 가까운 모습이라는 분석이다.

이 같은 원로 공백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보수 진영을 상징적으로 묶어줄 정치적 구심점이 사라진 상태가 장기화되고 있다. 특히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 진영이 분열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원로 정치의 영향력은 급격히 약화됐고, 이를 대체할 새로운 리더십 구조도 형성되지 못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절윤’(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단절) 문제나 탄핵 이후의 정체성 재정립 등 핵심 과제를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정당은 위기일수록 내부에서 방향을 잡아줄 브레이크가 필요한데, 지금 국민의힘은 가속페달만 남아 있는 상황”이라며 “인물 문제뿐 아니라 구조적으로 위기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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