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상법 후속편…자사주·집중투표 무력화 차단 입법

정치

이데일리,

2026년 4월 16일, 오후 04:50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3차에 걸친 상법 개정을 마친 더불어민주당이 관련 보완 입법을 잇달아 추진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이 집중투표제 시행을 앞두고 ‘시차 임기제’를 도입하거나 정관 변경을 통해 자사주 소각의무를 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대응에 나선 것이다.

16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정문 민주당 의원은 최근 상장법인의 자기주식 소각 의무의 예외 조항 적용을 배제하는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된 상법은 회사가 취득한 자사주의 1년 이내 소각을 의무화하고 있다. 다만 신기술 도입이나 재무구조 개선 등 경영상 목적을 정관에 규정한 뒤 주주총회 승인을 받은 경우 예외를 허용한다. (상법 제341조의4 제2항 제5호)

지난 2월 국회에서 열린 2월 임시국회 8차 본회의에서 3차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문제는 최근 정기주주총회에서 다수의 상장사가 예외조항을 근거로 정관을 변경하는 사례가 이어졌다. 구체적인 자사주 활용 계획이 없음에도 선제적으로 정관을 변경하거나, 전략적 제휴·사업구조 개편처럼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사유까지 정관에 반영해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무력화시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는 게 이정문 의원실의 설명이다.

개정안에는 이를 반영해 주권상장법인에 대해서는 해당 예외사유를 적용할 수 없도록 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상장회사는 정관에 경영상 목적을 규정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자기주식 소각 의무를 면할 수 없다.

이 의원은 “상장회사는 일반 투자자와 소액주주가 폭넓게 참여하는 만큼 자사주 제도 역시 보다 엄격한 규율이 필요하다”며 “이번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상장회사의 편법적 예외 활용을 차단할 것”이라고 했다.

같은 당 김현정 의원은 최근 상장회사 사외이사의 임기를 1년으로 제한하는 상법 개정안도 대표발의했다.

이는 2차 상법 개정에 포함된 ‘집중투표제 의무화’를 앞두고 일부 기업들이 정관 개정을 통해 이사 임기를 분산시키는 ‘시차 임기제’를 도입해 집중투표제를 무력화하려 한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이사의 임기만료 시점을 분산시키게 되면 한 번의 주주총회에서 선임되는 이사 수가 줄어들어 집중투표제 효과가 약해진다.

집중투표제 환경에서 소수 주주의 영향력은 ‘한 번에 선임하는 이사 수’에 비례한다. 선임 인원이 많을수록 소수 주주가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보유 주식 수 × 선임 이사 수)이 커져 원하는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사외이사가 아닌 이사는 현행과 같이 3년 이내 임기를 유지한다.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소수주주권 행사 요건을 회사의 자산 규모에 따라 세분화하여 문턱을 낮추는 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 상법은 임시총회 소집 청구, 이사 해임 청구, 장부 열람, 대표소송 제기 등 소수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율 기준을 규정하고 있다. 예컨대 임시총회 소집을 청구하려면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발행주식 총수의 1.5%(1000분의 15)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

하지만 시가총액이 수백조 원에 달하는 대형 상장사의 경우 수조 원어치의 주식을 모아야만 권리 행사가 가능해, 소수주주권이 사실상 사문화됐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개정안은 대형 상장사에 대해 별도의 낮은 지분율 기준을 신설해 주주들이 권리를 더 쉽게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구체적으로 대형사 기준(추후 대통령령으로 정함) 임시총회 소집 청구 요건은 0.75%로 종전 대비 절반으로 낮아진다. 이사·감사 해임 청구권은 종전 대규모 상장사 기준 0.25%에서 0.125%로, 회계장부 열람권은 0.05%에서 0.025%로 각각 문턱을 절반씩 낮췄다. 특히 이사의 책임을 묻는 대표소송 제기 요건은 종전 0.01%에서 0.001%로 10분의 1 수준까지 하향 조정했다.

아울러 이사가 정당한 사유 없이 이러한 주주권 행사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5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징벌 규정도 신설했다.

또 김현정 민주당 의원은 최근 5% 이상 주주가 법원에 주주총회 의장 선임을 청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상법 개정안도 냈다.

현행 상법은 주주총회 질서 유지권한을 의장에게 부여한다. 하지만 의장이 경영진이나 지배주주 편에서 이 권한을 자의적으로 행사해 소수주주 권리를 침해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이를 반영한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같은 법안이 기업을 더욱 압박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비쳤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상법 개정으로 이미 소수주주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이 된 상황에서 이같은 법안은 더 기울어지게 만들 것”이라며 “소수주주는 장기적인 이익보다는 단기 이익에 치중할 수밖에 없고 절대선이 아니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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